[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삼성전자를 둘러싼 대외적 여건은 좋지 않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소비재 수요의 감소, 반도체의 가장 큰 시장인 미국과 중국의 외교 분쟁은 삼성전자에게 악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일련의 부정적 요인들이 ‘충분하게’ 반영된 2분기에 모두의 예상을 넘어선 호실적으로 저력을 보여줬다.
노력해서 일궈낸 ‘성과’
삼성전자의 실적에 대해 ‘운이 따랐을 뿐’이라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실적의 면면을 살펴보면 올해 2분기의 호실적은 삼성전자가 애써서 일궈낸 성과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코로나19라는 큰 악재 앞에서는 삼성전자보다 큰 글로벌 대기업들도 무기력했다. 그렇기에 각 기업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어떻게 해서든 손실 혹은 비용을 줄이는 것이었다. 운이 좋았다고 한다면, 삼성전자는 운을 만들어 낸 것이다.
30일 발표된 공시에 따르면 2020년 2분기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매출 52조9700억원, 영업이익 8조15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56조1271억원을 기록한 지난해 2분기보다는 5.63% 감소했으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3.48% 늘어났다. 매출의 감소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다양한 부품들이 집약된 ‘세트 제품’의 수요가 줄어든 것이 반영됐다. 직전분기 대비로는 4.3%, 지난해 대비로는 5.6% 하락했다.
수치상으로 지난 분기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했지만 이 역시 당초 관련업계가 우려한 것과 비교하면 양호한 실적이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의 저력은 영업이익으로 드러났다. 여러 악재들을 고려해 실적 발표 전 투자업계가 예상한 2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약 6조원 수준이었다. 영업이익은 코로나19 팬데믹 가운데서도 재선된 메모리의 수익성, 디스플레이 부문의 일회성 수익, 생활가전 성수기 효과 등이 긍정적으로 반영됐다.
각 부문별의 상황과 2분기 실적을 연결해 살펴보면 우선 반도체 부문에서는 시스템LSI(고밀도 집적회로)는 모바일용 제품의 수요가 감소했으나 파운드리(반도체 설계 및 디자인 공정)는 고객사 수요 일부 회복 등으로 실적이 개선됐다.
DP(Display Panel)는 스마트폰 제조에 쓰이는 중소형 패널과 TV 제조에 쓰이는 중형 패널 수요는 감소했으나 모니터 판매 확대로 적자폭이 부분적으로 상쇄됐다. 무선통신(IM) 부문에서는 스마트폰 수요의 감소가 치명적이었으나 마케팅비 감축 등 비용의 통제로 수익성을 유지했다. 가전(CE) 부문은 에어컨·건조기·프리미엄 QLED TV의 판매 확대, 운영 효율화 등으로 직전분기 대비 이익이 개선됐다.
하만의 경우, 일반 소비자들의 음향기기 수요는 회복했으나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업황 악화 속에 자동차용 음향장비가 수요가 줄어들어 적자가 지속됐다. 일련의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 삼성전자는 미리 마련해 둔 인프라의 작동 혹은 비용 통제 등으로 유연하게 대처함으로 위기 상황의 피해를 줄였다.
남아있는 불확실성, 대응 총력전
코로나19 확산이 소강국면에 들어섰고, 백신 개발에 대한 소식도 전해지고 있어 전 세계 기업들의 긴장도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언제 이 상황이 완전히 끝날 지는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아울러 연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 역시 글로벌 기업들에게는 또 하나의 큰 변수다.
삼성전자는 마주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대응 전략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2분기 확정 실적 발표와 함께 3분기 이후 주요 사업부문별 대응 전략들을 공개했다.
이 내용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의 경우 메모리는 신규 스마트폰과 게임 콘솔 출시로 인한 모바일과 그래픽 수요 회복세 전망 하에 탄력적인 제품 믹스와 투자 운영에 주력한다. 또, 첨단공정 리더십 제고와 EUV(Extreme Ultra Violet, 극자외선) 도입 가속화 등으로 기술과 원가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시스템 반도체는 고화소 센서·5G SoC(System on Chip) 등 제품의 판매 확대를 추진할 예정이다.
디스플레이는 중소형 패널의 경우, 주요 고객사의 신제품 출시에 적극 대응해 수익성 개선을 추진한다. 대형 패널의 경우, 연말까지 고객사 요구 물량에 차질 없이 대응하고 QD 디스플레이 제품 개발을 가속화한다.
무선통신(IM) 사업부문은 수요의 점진적 회복에 따른 업계의 심화될 경쟁에 대비한다. 이에 따라 갤럭시 노트/폴드 등 플래그십 신제품 출시와 중저가 판매 확대를 추진하는 한편, 수익성 개선을 위한 비용 통제 전략이 병행될 방침이다.
가전(CE) 부문은 성수기를 맞아 QLED TV, 비스포크 가전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와 효율적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통한 수익성 제고에 주력한다. 그리고 하만은 자동차 수요의 회복세에 맞춰 제품군의 판매 확대를 조정한다. 아울러 장기적 관점의 성장 위해 간 사업군별 신규 수주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된다.
삼성전자 측은 “각 부문별로 시장 상황에 맞는 차별화된 대응으로 3분기 소비 수요를 공략함과 동시에 4분기 이후와 2021년까지 이어질 수 있는 불확실성에 대비할 것”이라면서 “이러한 도전적 상황 속에서도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투자와 AI·5G·전장 사업 등 미래 성장을 위한 신기술 개발 등 코로나 사태 이후 변화될 사회와 경제 환경에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준비도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현장 경영도 이러한 대응의 연장선이다. 실제로 2분기 확정 실적 발표 당일인 30일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을 찾아가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개발 로드맵 등 중장기 전략을 점검한 후, 간담회를 갖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이날 이 부회장은 AI 및 5G 통신모듈, 초고성능 메모리(HBM : High Bandwidth Memory) 등 미래 반도체 생산에 활용되는 차세대 패키징 기술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이재용 부회장은 임직원들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포스트 코로나 미래를 선점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도전해야 도약할 수 있다. 끊임없이 혁신하자"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