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의 종말> 데이비드 A 싱클레어·매슈 D. 러플랜트 지음, 이한음 옮김, 부키 펴냄.

인류는 예전보다 훨씬 더 오래 산다. 그러나 “살 만한 삶”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그저 사는 햇수만 늘었다. 연장된 수명의 대부분을 질병의 고통 속에서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저자는 “건강은 놔두고 목숨만 연장하는 것은 죄악”이라고 주장한다. 단순한 수명이 아니라 장애와 질병 없이 살아가는 ‘건강 수명’ '활력 있는 삶'을 연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화와 유전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저자(데이비드 싱클레어 하버드대 교수)는 자신의 25년 장수 연구를 이 책을 통해 최초로 공개한다. 놀라운 내용이 가득하다. 저자에 따르면, 노화는 질병이다. 질병인만큼 치료가 가능하다. 또한, 노화는 ‘만병의 어머니’이다. 노화를 물리치게 된다면 노화의 증상인 심장병·암·치매까지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저자는 "노화를 늦추고, 멈추고, 심지어 되돌리기까지 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노화의 근본 원인을 발견하고서 가능해진 얘기다. 노화의 유일한 근본 원인으로 밝혀진 것은 ‘생존 회로’이다. 이 것은 40억 년 전 태초의 생명체가 끔찍한 지구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갖추었던 것인데, 이후 진화과정에서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에게 발전된 판본으로 유전되어 왔다.

과학자들은 우리 유전체에서 생존 회로를 구성하는 유전자를 22개 이상 찾아냈다. 이것들은 ‘장수 유전자(longevity gene)’라고 부른다. 많은 생물에서 평균수명과 최대수명을 늘릴 수 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 유전자들은 삶을 더 건강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활력 유전자(vitality gene)’로 불리기도 한다.

장수 유전자 혹은 활력 유전자들은 우리가 무엇을 먹고, 얼마나 운동 하고, 하루 중 몇 시인지를 지켜보고 그에 따라 반응하면서 혈액으로 단백질과 화학물질을 분비함으로써, 세포들 사이에 그리고 기관들 사이에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일종의 몸속 감시망을 형성한다. 상황이 안 좋게 돌아갈 때면 가만히 숨죽이고 있으라고 알려 주고, 상황이 나아지면 빨리 성장해 번식하라고 말해 준다.

현재 과학자들은 이런 유전자들을 탐사하고 이용하려고 한다. 이것들이 어떤 잠재력을 지녔는지를 상상해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찾는다.

책에는 획기적인 장수 비법들이 나온다. 우리가 일상에서 당장 따라할 수 있거나, 곧 실현 가능할 노화 극복 방안들이다. 생활습관 측면에서는 ‘적게 먹기’ ‘육식 줄이기’ ‘운동하기’ ‘편안한 온도에서 벗어나기’ 같은 라이프스타일 개선법이 소개된다. 그 가운데 저아미노산 식단, 간헐적 단식,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 저온 노출 등이 특별히 다뤄진다.

첨단 기술의 마법 같은 세계도 알려 준다. 노화세포만 찾아 죽이는 노화세포제거제, 정크 DNA와 그 잔재 화석을 제거하는 항레트로바이러스제, 세포와 몸을 완전히 재설정해 회춘시켜주는 노화 예방 백신과 세포 재프로그래밍, DNA 서열 분석과 생체표지추적으로 대표되는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 3D 프린팅 맞춤 신체 기관 생산 등이 생생히 묘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