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대형건설사들이  틈새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충격과 부동산 규제로 국내외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미니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업 등에 관심을 높이는 모양새다. 

중소규모 주택 시장, 대형도 참여···선두주자 GS 이어 대우도

다음달 1일 출범을 앞둔 대우에스티가 대표적이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그룹의 자회사인 대우에스티는 철골 자재와 강교 사업 등에 주력해왔지만, 최근 임대와 시공 분야를 맡아온 푸르지오서비스와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우는 대형건설사가 진입하지 않았던 500가구 미만 중소규모 정비·주택 사업과 리모델링 사업에 적극 진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매출 목표액은 2450억원으로 제시됐다. 신서정 SK증권 연구원은 "규제와 상대적으로 무관한 니치마켓(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실적 및 모멘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GS건설의 자회사인 자이에스앤디는 일찌감치 중소규모 주택사업에 뛰어들었다. 종전까지는 2000년 설립 이후 부동산 운영관리사업에 주력하며 종합서비스 기업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다 사업 영역을 지난 2018년  중소형 주택개발로 연계하며 시장 개척에 나섰는데, 정비사업 규제가 강화가 발표된 지난달 주가가 상승하며 반시이익을 누렸다. 

올해 자이에스앤디의 목표 매출액은 1년새 30% 확대된 3600억원이다.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액도 2779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31% 증가한 것에 이어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특히 주택사업 매출은 지난해 203억원으로 전년 13억보다 배수 늘었다.

이와 더불어 사업 다각화를 목표로 환기형 공기청정시스템 시클라인 사업에 이어 휴게소와 주차장 사업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구체화해 오는 11월부터 경기 고양 덕양구와 파주 문산읍을 연결하는 서울 문산고속도로에 위치한 고양휴게소 2곳을 30년간 운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 피해 반사이익, 낮은 수익성은 여전

틈새시장인 '미니 재건축'이 주목되는 배경에는 규제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소규모 재건축과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일반 정비사업보다 규제가 덜하다. 구역 지정과 안전진단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가로주택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 피했다. 최근에는 규정 완화로 250가구에서 최대 500가구로 사업 규모가 확대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높지 않아 비교적 주목이 덜했지만, 재건축 규제가 점차 강화되면서 대형건설사도 시공사 선정에 뛰어들고 있다. 현대건설과 호반건설은 각각 장위 11-2구역과 15-1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건설 관계자는 "재건축은 최소 10년이 걸린다면 이런 사업들은 기간이 짧다. 보통 3~4년 정도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지난달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서 진행된 가로주택정비사업에는 4개의 건설사가 각축전을 벌이기도 했다. 금호빌라를 정비하는 사업으로, 규모는 42가구로 적지만 최근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민간투자사업이 발표되면서 관심도가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최근 일반 정비상업 추진이 어려워지면서 미니 재건축이 주목받고 있지만, 규제 완화에도 각종 장벽이 있는 점은 한계라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비사업의 길이 막히니 가로주택 정비사업 등에도 눈을 돌리는 듯하다"면서 "다만 정부가 소규모 재건축의 용적률을 낮추는 등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임대 주택 사업 비중이 있어 조합의 반응은 조건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