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4년째 중단된 중국의 한국산 게임 판호(영업허가권) 발급 문제의 핵심은 한국 정부의 외교 노선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판호 발급 중단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이 거센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한국이 중국과의 외교에 우호적인 모습을 연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콘텐츠미래융합포럼 사무국은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제 8차 국회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각계 전문가들과 중국 게임 판호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주무부처, 게임 협회, 게임사, 외교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가 참여해 의견을 냈다.

▲ ‘중국 게임 판호 전망과 방안 모색’ 제 8차 국회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출처=전현수 기자

“판호 해결, 한한령이 핵심”

이날 우수근 박사는 중국 외교 안보 전문가로서의 시각을 제시했다. 우 박사에 따르면 그는 시진핑 방한에 대해 꾸준히 관여해 온 외교 핵심 인사 중 하나로 한국의 정상회담 주변 분위기를 파악해 왔다.

우 박사는 “만약 시진핑 주석이 한국에 오게되면 한한령은 어느정도 풀릴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그런데 한국 정부가 미국의 G7 정상회의 초청에 화답하며 중국 당국의 섭섭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이 강렬한 대립을 이어오는 상황에서 한국의 외교 노선이 한한령 해제 여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는 한·중 게임 무역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주장이다.

우 박사는 “판호는 철저히 정책적인 요소가 강하다. A기업이 먼저 접근해도 나중에 접근한 D기업이 먼저 판호를 받을 수도 있는 블랙박스 같은 것이며 갑질”이라면서 “솔직히 중국 대사관을 찾아봐야 소용이 없다. 결국 맨 위(고위층)에서 말하기 나름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외교가 미국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중국도 함께 바라보면서 외교를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국내 정치권에서는 중국 대사관을 찾아 불공정하게 펼쳐지고 있는 한·중 게임 무역에 대해 문제를 제기, 판호 문제 해결을 촉구한 바 있다.

국내 게임사, 중국 진출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한국 게임사들이 성공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해야하는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뉘었다. 틈새 시장을 노릴 수 있는 장르의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유효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 반면, 중요한 건 장르가 아닌 IP(지식재산권)의 힘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윤선학 중원게임즈 대표는 “중국은 과거에는 돈을 싸들고 와서 한국 게임을 사가려던 시장이었지만 모바일 시대가 오고, 개발력이 상당 수준으로 올라오며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 단순히 판호가 풀린다고해서 지금은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윤선학 대표는 “저는 하이퍼캐주얼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물론 RPG가 많은 매출을 내지만 전 세계적으로 하이퍼캐주얼 게임이 크게 흥행하고 있다. 특히 하이퍼캐주얼은 광고로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이용자가 많은 중국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국 모바일 시장에서 인앱 결제가 아닌 광고 수익 모델을 탑재한 게임은 별도 판호 발급이 필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 게임사 위주로 구성된 단체인 한국모바일게임협회의 황성익 회장은 “중국에 진출할 게임 장르는 시장의 논리로 결정될 사항이라고 본다”면서 “장기적으로 캐주얼 게임이 맞느냐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 저는 오히려 일본 사례를 봤을 때 하나를 만들어도 유명 IP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시장 조사기관 니코파트너스에 따르면 지난 10여년 간 일본은 판호를 가장 많이 받은 나라로 집계됐다.

황성익 회장은 이어 “중국 시장 플랫폼은 무려 200여개로 한국 게임사가 하나씩 들어가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좋은 중국 퍼블리셔를 만나는 게 중요하다”면서 “현재는 중국이 국내 중소 개발 게임을 쳐다보지도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일본처럼 훌륭한 IP를 지속적으로 만드는 방법이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국장은 정부의 도움을 촉구했다. 최승우 국장은 “중국 판호 발급에 대해서는 개별 게임사가 직접 대응하긴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범정부 차원의 중국 협상이 필요하다”면서 “한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콘텐츠미래융합포럼의 위정현 의장(중앙대 교수)은 “게임은 생선과 같아서 시간이 지날수록 신선도가 떨어지고 시장에서 성공하기가 어렵다”면서 “중국이 국산 게임에 판호를 늦게 내어줌에 따라 한국산 게임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발빠른 판호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김현환 문화체육관광부 국장은 “중국은 중요한 시장이다. 정부는 일관적인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 여러 회의체를 통한 공식·비공식적 문제제기와 거부감 없이 접근할 수 있는 각종 한중 교류행사 진행, 국내 단체들과의 정보 공유 등이 그 예”라면서 “(문체부도)실제 이익이 될 수 있도록 진정성을 가지고 해보자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