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리-실리콘 합금을 통한 다층 그래핀 성장 모식도. 출처=기초과학연구원(IBS)

[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다층 그래핀'을 균일하고 넓게 합성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기존에 불가능했던 다층 그래핀의 균일화 뿐만 아니라 수십~수백 제곱센티미터 규모의 대면적 제조도 가능해져, 앞으로 반도체의 고집적 전극 및 다양한 광전극 소자 등에 응용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이영희 IBS 나노구조물리연구단장·반 루엔 뉴엔 삼성종합기술원 연구원·정세영 부산대학교 나노과학기술대 교수 등으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이 4층짜리 그래핀을 통해 이 같은 성과를 냈다고 28일 밝혔다.

그래핀은 흑연의 한 층으로, 우수한 전기 전도도와 신축성을 갖춘 데다 투명해서 반도체 전극으로 많이 쓰인다. 단층 그래핀을 몇 개 겹치느냐에 따라 그 응용성이 달라지는데, 여러 겹 쌓으면 집적회로의 소형화와 반도체의 전기 전도도 조절이 가능해진다. 

그래핀 합성에는 일반적으로 화학기상증착법(CVD)이 쓰이는데, 그래핀이 금속 박막을 촉매로 탄화수소를 분해하고 흡착해 성장하는 원리다. 이때 금속의 탄소 용해도에 따라 그래핀의 층수가 달라진다. 구리 같은 낮은 용해도를 가진 금속은 단층 그래핀을, 니켈처럼 높은 용해도의 금속은 다층 그래핀을 만든다. 그러나 다층 그래핀은 층이 불균일해지는 문제 때문에 고품질로 제조하기 어려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탄소 용해도가 높은 구리 기반의 합금을 만드는 데 초점 맞춰 여러 시도 끝에 구리-실리콘 합금을 만들어냈다. 이 합금을 토대로 만든 기판으로 실험한 결과, 기존의 불균일한 다층 그래핀과는 달리 1·2·3·4층 모두 균일한 다층 그래핀을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 1~4층 그래핀의 전자 현미경 사진. 출처=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팀은 해당 그래핀에 대해 "각 층이 정확히 같은 각도로 겹치며, 반도체 웨이퍼에 견줄 수 있는 크기"라면서 "대면적 고품질 다층 그래핀을 4층까지 합성한 최초의 연구"라고 언급했다.

이영희 단장은 "CVD로 균일한 다층 그래핀 제조가 가능한 것을 입증한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균일한 다층 그래핀은 구리 전극을 대체할 고집적 전극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그래핀을 반도체 기판으로 이용한 다양한 소자 기술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연구팀은 앞으로 그래핀 대량 합성 실험을 반복할 때 금속 기판이 들어가는 부분인 석영 튜브가 손상되는 문제를 해결하고, 또 다층 그래핀의 품질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 성과는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이날 0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