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니스프리 임혜영 대표이사. 출처=아모레퍼시픽

[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이니스프리의 새로운 수장이 된 임혜영 대표의 어깨가 무겁다. 업계에서 이미 마케팅 통으로 저명한 인물이지만, 현재 이니스프리 경영 환경은 녹록치 않다. 5년째 이어지는 실적 부진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까지 더해져 상반기 실적은 더욱 우울할 전망이다. 업계는 이니스프리 세 번째 사령탑에 오른 임 대표가 내년 실적 반등 신호탄을 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 1일자로 이니스프리 새 대표로 임혜영 아모레퍼시픽 전무를 선임했다. 3년간 이니스프리를 이끌어 온 김영목 전 대표는 아모레퍼시픽으로 이동해 신설 조직인 혁신 TF팀을 이끌게 됐다.

새로운 수장에 오른 임 대표는 충남대 화학공학과 졸업, 고려대 마케팅 석사 과정을 마쳤으며, 1992년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해 최근까지 데일리뷰티 유닛을 전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상무 재직 시절 매스 사업부에서 한방샴푸 브랜드 ‘려’의 1000억 매출을 달성한 이력이 있어 업계 마케팅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당시 려 브랜드 도입은 임 대표가 ‘한방탈모’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고, 23년 만에 샴푸시장에서 1등을 탈환하는 기염을 토했다. 10년 이상 철저한 준비 기간을 바탕으로 소비자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 메가 브랜드로 키워냈다는 회사측 설명이다.

첫 선보인 라이브 커머스...하반기 실적 반등할까

이번 이니스프리 사령탑 교체는 수년간 이어져 온 실적 부진에 기인한다. 한때 K-뷰티 열풍에 발판을 마련한 원조 로드숍 브랜드였지만, H&B스토어의 급성장과 최근 코로나19 사태까지 더해 큰손이었던 중국인 수요가 사라지면서 매출에 직격타를 받았다. 

실제 이니스프리는 지난 2010년 아모레퍼시픽 내 사업부에서 떨어져 나와 독립법인으로 격상된 후 매년 30%를 웃도는 매출 성장률을 보였었다. 하지만 2016년을 기점으로 마이너스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매출은 지난 2016년 7679억원을 정점으로 2017년 6420억원, 2018년 5989억원, 2019년 5519억원 등 지난 3년간 뒷걸음질 쳤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017년 1079억원에서 2018년과 2019년 각각 804억원, 626억원으로 줄곳 내리막길이다. 올해 1분기에는 코로나19 여파가 더해지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1074억원, 51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 75% 줄었다. 불과 5년 전과 비교해 덩치가 5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온라인 사업에 능통한 임 대표를 선택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임 대표가 최근까지 맡았던 데일리뷰티 분야 이력이 이니스프리 주요 사업 방향인 온라인 사업 강화 전략과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데일리뷰티는 프리미엄 화장품 같은 고가 화장품 사업 분야보다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낮아 온라인 중심 소비자 소통을 중시한다.

이는 임 대표가 수장에 오른 뒤 처음 선보인 ‘라이브 커머스’ 전략에 그대로 드러난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채널이 강화되는 가운데 가장 가까이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라이브 방송을 택한 것이다. 

가장 최근 진행된 라이브 커머스 방송은 약 1만5000여명 시청자를 끌어 모으며 소비자 소통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다. 앞으로도 이니스프리는 오프라인 매장보다 온라인 채널 마케팅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니스프리 모회사인 아모레퍼시픽도 틱톡, 위챗 등 소셜 커머스 채널을 통해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친환경주의 이미지...이니스프리 득 되나

그러나 여전히 임 대표가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 우선 자연주의 콘셉트 브랜드 이미지 강화다. 이니스프리는 출범 초기부터 건강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를 콘셉으로 해 왔다는 점이 현재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에코 열풍과 맞닿아 있다.  

이를 염두한 듯 이니스프리 내부에서는 친환경 용기나 포장 공법에 집중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환경적 이슈가 중요한 사안으로 떠오른 만큼 자연주의 콘셉트를 지닌 이니스프리가 관련 시장을 선도하는 브랜드로 성장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니스프리는 현재 제품 상자 모두 재생지를 사용하고 있다. 버려지는 감귤 껍질이나 먹지 않는 녹차, 해조 부유물 등 원료의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친환경 종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플라스틱 용기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용기 개발은 아직으로, 기존 대비 플라스틱 함량을 줄인 포장용기를 선보이는 등 지속 가능한 화장품을 지향하고 있다.

화학 전공 연구원 출신인 동시에 마케팅 통으로 꼽히는 임 대표 능력이 빛을 발할 것으로 관측된는 이유다. 또 임 대표는 아모레퍼시픽에서 오랜 업력을 가진 만큼 이니스프리 새 수장으로써 브랜드 이해도가 높고, 타 브랜드 대비 추구하는 콘셉트 방향도 뚜렷하다는 점도 기대를 모으는 배경이다.

때문에 관련업계는 아직 국내는 물론 해외도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전망이 마냥 밝지 않지만, 임 대표 특유의 섬세함과 메가 브랜드를 달성했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이니스프리를 다시 한번 제2 전성기에 올려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업게 한 관계자는 “임혜영 대표의 가장 큰 강점인 통찰력과 추진력은 하락세를 걷는 이니스프리에게 가장 필요한 순간”이라며 “당장의 눈에 띄는 결과는 어렵지만 빠르면 하반기 내년 상반기에는 마케팅에는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