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미국의 추가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과 달러화 약세에 힘입어 국제 유가가 2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다만 미국과 중국 간 갈등 격화로 긴장이 고조되면서 유가 상승 폭이 제한되며 상승폭은 1% 미만에 그쳤다.

27일(현지시간) 9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0.8%(0.31달러) 오른 41.60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영국 북해 지역의 브렌트유 9월물은 배럴당 0.2%(0.07달러) 상승한 43.41달러에 체결됐다.

시장은 이날 공개될 예정인 미국의 5번째 경기 부양안을 주시하고 있다. 이번 부양책은 1조달러(약 1200조원) 규모로 알려지면서 경기 회복 기대감이 증폭, 유가 상승세로 이어졌다.

앞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전날인 지난 26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신규 부양책 공개를 예고하면서 "전체 계획이 마련됐고, 정부와 상원 공화당 의원들이 완전한 합의를 이뤘다"고 언급했다. 또 그는 "만약 협상이 오래 걸리는 사안들이 있다면 민주당과 빠르게 협의할 것"이라며 협상 불확실성을 일축해, 추가 부양책에 대한 기대를 더욱 높였다.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유례 없는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로 미 달러가 약세를 보이며 상승 동력을 제공했다는 말도 나온다. 원유 선물이 달러로 거래되는 만큼, 약달러 현상은 통상적으로 원유 시장의 호재로 작용해왔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이날 93.69를 기록, 지난 2018년 6월 이후 약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완화 기조 외에도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와 미중관계 악화 등이 달러인덱스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중 갈등은 달러 인덱스 뿐만 아니라 유가도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미국과 중국은 각각 휴스턴과 청두에 소재한 상대 영사관 폐쇄를 주고 받으면서 팽팽히 대치 중인 상황이다. 양강의 이례적으로 강력한 조치와 미국의 중국 영사관 추가 폐쇄 가능성 시사에, 미중 분쟁은 채 100일도 남지 않은 미국 대선까지 이어질 공산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유가의 주요 변수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도 주춤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총 42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최근 일주일 동안 일 평균 신규 확진자는 6만6000명 밑으로 내려갔다고 같은 날 CNN이 보도했다. 여전히 많은 수치지만, 코로나19 재확산이 좀처럼 통제되지 않던 미국에서는 괄목할 만한 흐름이라는 평가다.

플로리다·텍사스·애리조나 등 코로나19 '핫스팟'으로 꼽히는 주들의 하루 신규 확진 사례 역시 증가세가 멈추거나 소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CNN은 이 같은 완화 추세가 지속될지 판단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