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KT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 인수합병 우선협상대상자로 27일 선정되며 국내 미디어 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KT가 IPTV가 아닌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로 케이블MSO인 현대HCN 인수합병 9부능선을 넘자 시장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세 가지 관전 포인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출처=갈무리

#관전 포인트 하나. 정부 심사 현대HCN 인수전은 지난 15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이 본입찰에 접수한 후 우선협상대상자 발표일이 늦어지는 등 약간의 진통을 겪었다. 

당초 KT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을 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막판 SK텔레콤이 인수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현대HCN은 결국 KT스카이라이프의 품에 안기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아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기 때문에 인수 확정은 아니지만, 사실상 9부능선을 넘었다는 평가다.

현대HCN 인수에 성공할 경우 KT스카이라이프는 올해 1조원대 매출도 가능하다. 시장의 기대가 큰 이유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특히 정부 심사가 관건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허가,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방송은 특히 공공성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런 가운데 위성방송 플랫폼인 KT스카이라이프가 케이블 방송인 현대HCN을 품으며 방송의 공공성을 확실하게 지킬 수 있느냐는 문제제기가 나올 수 있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케이블 MSO 인수전에서도 나왔던 이야기며, 일각에서 KT스카이라이프의 분할 또는 공공성 강화 요구가 제기된 이유다.

KT스카이라이프가 한 때 딜라이브 인수에 나섰을 당시에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된 적 있기 때문에, 관련 논란이 양사 인수합병에 있어 의외의 복병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공정위 관문을 넘는 것은 상대적으로 무난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공정위는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LG유플러스의 LG헬로비전 인수합병은 큰 무리없이 통과시킨 바 있다. 미디어 빅뱅 시대를 맞아 합종연횡의 가치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 연장선에서 KT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 인수합병은 최소한 공정위 수준에서는 매끈한 장면을 연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부가 미디어 빅뱅 시대를 맞아 인수합병을 독려하는 한편 관련 협의체까지 구성하기로 했기 때문에, KT스카이라이프와 현대HCN의 합병은 큰 무리없이 진행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21대 국회를 중심으로 방송의 공공성 문제가 크게 불거지면 정부 협의체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관전 포인트 둘. 점유율과 경쟁사 반발 특정 사업자가 전체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의 33.3%를 넘기지 못하도록 하는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일몰된 상태다. 이에 힘입어 KT스카이라이프는 현대HCN을 품는 것에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재 범 KT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하반기 기준 35.47%다.

문제는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일몰됐지만, 여전히 부활의 가능성이 국회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지점이다. 

KT가 KT스카이라이프를 내세워 현대HCN 인수 9부능선에 들어서며 합산 점유율 33.3%를 넘겼기 때문에, 만약 유료방송 합산규제 이슈가 인수합병 과정에서 나올 방송의 공공성 논란과 화학반응을 일으킬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경쟁사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범 KT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35.47%며 LG유플러스와 LG헬로비전은 24.91%,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법인은 24.17%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을 품으며 2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 및 LG헬로비전 동맹군과 약 10%의 점유율 격차를 보이는 셈이다.

경쟁사들은 KT의 미디어 공룡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강력한 반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초 현대HCN 인수전이 시작됐을 당시 예상을 깨고 KT는 물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참전한 장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이미 대형 케이블 MSO를 인수한 상태였으나, 현대HCN 인수전에 무리하게 참전한 바 있다. 이는 실제 인수합병을 노린다기 보다는 판을 키워 경쟁사인 KT의 부담을 가중시키려는 전략으로 풀이되며, 이러한 반발기류가 무려 35.47%의 점유율을 가진 범 KT 군단에 대한 비판으로 고스란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 출처=현대HCN

#관전 포인트 셋. 다음 시장은? KT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을 품으며 그 외 매물로 나온 케이블 사업자의 행보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KT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을 인수하면 SK텔레콤 및 LG유플러스도 추가 액션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유료방송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인수합병이 유일한 발전의 기회인데다, 도래하는 5G 시장의 킬러 콘텐츠를 확보하려면 시장에서 물러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남아있는 매물은 CMB와 딜라이브다. CMB는 디지털 전환이 더딘 관계로 8VSB 가입자가 절대다수지만 수도권 및 주요 대도시를 권역으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딜라이브는 디지털 전환은 대부분 완료됐으나 부채 비율이 200%에 달한다는 점이 뇌관이다. 이들이 어느 사업자의 품에 안기느냐에 시장의 판도가 또 한 번 출렁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