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현 정부는 대기업 지주사 수익과의 연관성, 혹은 각 기업 총수일가의 경영권 승계에 영향을 미치는 내부거래 정황에는 엄격하게 대응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특수상황에서 정부가 조사기관을 통해 문제점을 지적한 사안들의 진행 상황, 결과들을 정리해봤다. 

압박하는 자와, 당하는 자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7년 출범 이후 줄곧 주요 대기업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행위’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정부는 관련 업무의 전담 조직으로 공정위 내에 ‘기업집단국’, ‘부당지원감시과’ 등 조직을 별도로 구성하기도 했다. 

그 연장선에서 지난해 3월 공정위는 LG그룹의 부당 내부거래 조사 정황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각 계열사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공정위는 당시 LG그룹이 LG전자, LG화학 등 LG그룹 총수 일가의 보유 지분이 있는 계열사에 대해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한 지원을 한 정황에 대해 조사했다.

공정위 기업집단국은 여의도 LG트윈타워, LG의 물류 계열사 판토스가 있는 LG광화문 타워에 조사관 약 30명을 파견했고 의혹과 관련한 현장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조사단은 LG 총수일가의 지분이 있는 계열사의 실적 개선을 위한 불법 내부거래 정황을 중심으로 조사했다. 다만 수 개월간 계속된 조사 끝에 공정위는 LG그룹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다. 현재 LG는 상기 문제와 별개의 건으로 취업비리와 관련, 경찰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다. 

LS그룹 이슈도 있다.

지난 2018년 공정위는 LS그룹의 경영진 일가를 중심으로 한 부당내부거래 문제에 대해 전원합의로 벌금을 부과했다. 이에 LS그룹은 무선 부과된 벌금을 모두 납부하고, 즉시 행정소송으로 항소에 들어갔다. 

현재 이 소송은 진행 중이다. 지난달 검찰은 LS그룹 주요 계열사 경영진들을 불구속 기소했으나, 이는 공정위와 LS그룹의 항소 행정소송과 별개의 건으로 진행되고 있다. LS그룹 측은 “행정소송과 재판에서 사실관계를 모두 소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 5월 한화그룹의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한화에 공정위의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도 발송했다. 공정위가 지적한 문제의 골자는 한화그룹이 총수인 김승연 회장의 아들 3형제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정보기술 서비스 계열사인 한화S&C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것이다. 

당시 한화그룹은 “의견서 내용에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으며 곧 이뤄질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사실관계를 모두 소명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화그룹이 상황에 대한 입장을 밝힌 후 사안에 대해 진전된 내용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일감 몰아주기 관련, 공정위의 최종 의결서를 기다리고 있는 기업도 있다. 공정위는 미래에셋대우가 박현주 회장 일가와 직접적 관계가 있는 특정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줌으로 사익을 편취한 정황을 지적하며 약 4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현재 미래에셋대우는 사안에 대한 공정위의 최종 의결서를 기다리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측은 공식 의견에서 "관련된 사항의 사실관계는 모두 소명했다"라면서 "엄격한 준법경영 문화가 정착되도록 앞으로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목소리 내야할 때는 낸다"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된 논란이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가운데, 공정위는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공정위 측은 “기업들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엄중하게 대응하는 것은 현 정부의 강한 의지”라면서 현재까지의 관점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미묘한 구석도 있다. 최근 수사기관 및 규제기관들이 다양한 정치적 이슈로 흔들리는 가운데 일부 여론이 기업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가 감지되기 때문이다.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을 가진 여론과, 코로나19로 당장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기업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다. 여기에 필요이상 기업에 압박을 가하는 것은 '공멸'이라는 말도 심심치않게 나온다. 실제로 LG그룹의 경우 조사기관의 압박이 이어지자 '지나치게 몰아세우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비등할 정도였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도 이제는 자신들이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라면서 “정상적인 경영을 위해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밝히는 것에 기업들이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