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5G(Generation) 시대가 열렸으나 아직 업계에서는 “제대로 된 5G가 가동되지 않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돌입했으나 현재 저조한 가입자 수 및 5G 커버리지 부족 현상으로 많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6G라는 화두를 들고나와 눈길을 끈다. 아직 5G도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6G를 전면에 건 삼성전자의 노림수에 시선이 집중된다.

▲ 출처=갈무리

갈 길이 먼, 5G

본격적인 5G 시대가 열렸으나 아직 체감도는 현저하게 낮다는 비판이 중론이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연맹은 2019년 4월 상용화 이후 1년간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5G와 관련해 접수된 소비자상담을 분석한 결과 소비자 상담은 총 2055건이 접수됐으며 '계약해지'가 702건(34%)으로 가장 많았다. '품질' 관련이 590건(29%)으로 뒤를 이었다. 5G는 아직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셈이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커버리지 불안정과 5G 서비스를 통해 이용할 콘텐츠가 부족한 상태에서 상용화가 진행되면서 소비자는 5G서비스에 대해 기대를 갖고 고가의 요금제를 이용하고 있지만, 제한적 서비스와 품질불량에 대한 소비자불만이 접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5G 서비스 관련해 소비자 불만이 제일 많았던 통신사는 KT(33%) 그 뒤로 SK텔레콤(25%)과 LG유플러스(24%) 순으로 나타났다.

5G 기지국의 대부분이 서울 및 수도권에만 밀집된 점도 문제다. 소비자연맹은 "올해 3월 기준 전체 기지국 중 45%가 서울과 경기에 집중돼 있다"면서 "소비자 불만은 기지국 불충분으로 인한 통신망 부족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큰 틀에서 5G 인프라 구축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영국시장조사기관 오픈시그널이 발행한 '한국 5G 사용자 경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5G 이용 시간 비율은 15%에 불과하다. 당연히 5G 가입자 숫자가 확실하게 늘어나지 않으며 관련 산업 인프라 전반이 침체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5G 커버리지 확보가 미흡한 상태에서 가입자도 늘어나지 않는 이중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코로나19 등의 사태로 자금 불확실성이 높아진 통신사들이 전사적인 투자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출처=갈무리

5G 다음 스텝은?

5G의 확장과 연결을 위해서는 밀리미터파(mmWave)와 SA(단독모드) 구축이 필요하다.

진짜 5G를 위한 로드맵으로 여겨지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내년 하반기에나 간신히 관련 행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SA는 일부 성과가 나오고 있다. 

KT는 지난 6월 경기도 파주산업단지의 상용망에 5G 단독모드(SA)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실제 제공할 수 있는 수준의 5G SA 소비자(B2C) 서비스 품질을 확보한 바 있다. SA 서비스 초기에는 진화된 패킷 시스템 폴백(EPS fallback) 기술을 사용해 음성통화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KT는 올해 4월 시험망에 EPS 폴백 기술을 처음 적용한 이후 지속적으로 품질 안정화 작업을 진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KT는 차근차근 5G SA 로드맵을 가동한다는 설명이다.

KT 네트워크부문장 이철규 부사장은 “5G SA는 진정한 5G 네트워크라는 측면에서 대한민국 산업 혁신의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KT는 5G SA 서비스를 시작할 때까지 차별화 기술을 지속 개발하고 서비스를 안정화해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고객 중심 5G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도 5G SA 기반의 패킷 시스템 폴백 및 Vo5G(Voice over 5G) 기술을 상용망에서 시연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5월 상용망서 5G 단독모드 기반의 데이터 송수신 테스트를 성공한 데 이어, 5G 단독모드 기반 단말의 출시를 차근차근 대비하는 분위기다. 패킷 시스템 폴백은 기존 LTE망을 활용한 안정적인 음성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장점이 있지만, Vo5G 대비 통화 연결시간이 길어지는 등 품질 저하 현상이 있기 때문에 Vo5G를 동시에 가동하며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중이다.

박송철 LG유플러스 NW기술운영그룹장 전무는 "5G 기반의 음성통화 후보기술에 대한 상용 테스트 진행으로 5G 단독모드 상용화를 위한 핵심기술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며, "5G 단독모드 상용화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SA에 대한 기대감은 낮은 편이다. 무엇보다 5G 가입자가 생각보다 늘어나지 않으니 통신사들의 5G SA 커버리지 확장이 공격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밀리미터파 영역은 더욱 상황이 나쁘다.

일각에서 국내 상황에 맞지 않는 방식이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궁극적으로 밀리미터파는 5G 영토 확장의 측면에서 반드시 정복되어야 한다는 점에 이견이 없다. 

그러나 현재 국내 통신업계서 밀리미터파와 관련된 논의는 지지부진한 편이다. 역시 내년 하반기 가동될 전망이지만 이미 속도와 질 모두 낙제점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나온다.

국내 밀리미터파 논의가 더딘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해외에서는 이미 성과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버라이즌, T모바일, 스프린트, AT&T 등 미국 통신사가 밀리미터파 및 2.5GHz, 850MHz, 600MHz 등 다양한 주파수에서의 5G 다운로드 속도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밀리미터파를 사용한 버라이즌과 T모바일은 각각 722.9Mbps, 243.1Mbps 속도를 기록했다.

▲ 밀리미터파 속도 비교. 출처=오픈시그널

특히 미국 버라이즌이 강력한 동력을 보여주는 중이다. 버라이즌은 현재 밀리미터파 주파수를 가장 많이 확보한 통신사며 무려 30여개 도시에서 28GHz 대역을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까지 밀리미터파 5G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시를 60개로 두 배 가량 대폭 늘리겠다고 밝힌 상태다. 버라이즌은 지난달 진행한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 5G 밀리미터파 경매에서 주파수 확보에 16억달러(한화 약 2조원)을 투입하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물론 미국 광고 심의기구 NAD(National Advertising Division)가 최근 버라이즌의 5G 마케팅에 제동을 걸며 밀리미터파를 주력으로 삼은 버라이즌의 정책적 변화가 예상된다. 그러나 5G 영토 확장 측면에서 밀리미터파의 매력이 반감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편 T모바일 역시 28GHz 대역에서 5G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AT&T는 39GHz 밀리미터파를 활용한 5G 서비스를 35개 도시에서 제공하고 있다.

▲ 삼성전자 6G백서. 출처=삼성전자

6G는?

아직 5G의 기본적인 체력은 완전하지 않은 상태다.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이 큰 영향을 준데다, 아직 5G 상용화 초반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6G라는 화두를 공격적으로 제시해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새로운 차원의 초연결 경험(The Next Hyper-Connected Experience)이라는 주제로 6G 백서를 발간했다. 6G 시대가 펼쳐지면 초실감 확장 현실 (Truly Immersive XR), 고정밀 모바일 홀로그램 (High-Fidelity Mobile Hologram), 디지털 복제 (Digital Replica) 등 서비스가 등장할 것으로 전망한 가운데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자는 취지다.

6G에서는 최대 전송속도 1000Gbps, 무선 지연시간 100μsec로, 5G 대비 속도는 50배 빨라지고 무선 지연시간은 10분의 1로 줄어드는 등 다양한 면에서 획기적 성능 개선이 예상된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 가운데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최적화하는데 AI가 기본 적용된다는 '네이티브 AI' 개념도 적용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6G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해 연구가 필요한 후보 기술로 테라헤르츠(THz) 주파수 대역 활용을 위한 기술, 고주파 대역 커버리지 개선을 위한 새로운 안테나 기술, 이중화(Duplex) 혁신 기술, 유연한 네트워크 구성, 위성 활용 등 네트워크 토폴로지(Topology) 혁신 기술, 주파수 활용 효율을 높이기 위한 주파수 공유 기술, AI 적용 통신 기술 등을 꼽았다.

백서를 발간한 삼성전자는 이미 6G를 준비하는 중이다. 지난해 5월 삼성리서치 산하에 차세대통신연구센터를 설립하고 5G 경쟁력 강화와 6G 선행 기술 연구를 진행하는 한편 차세대통신연구센터를 중심으로 해외연구소, 국내외 대학, 연구기관들과 협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6G 백서 발간을 통해 시대의 중심이 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문제는 ‘시기상조’라는 말이 나오는 지점이다. 아직 5G도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삼성전자가 6G 백서를 발간하자 일각에서는 “현실가능성이 낮은 마케팅적 수사를 남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왔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지적을 의식한 듯, 지난 26일 삼성뉴스룸을 통해 삼성리서치 차세대통신연구센터장 최성현 전무의 기고문을 발표했다.

최 전무는 기고문을 통해 “아직 5G가 깊게 뿌리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2028년 상용화가 예상되는 6G 연구를 벌써 시작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나, 통신의 시간은 늘 10년 빠르게 움직여왔다”면서 “4G가 생소할 무렵 삼성전자는 5G 표준화와 선행기술 연구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세계 최초 5G 상용화의 주역이 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아직 5G의 초창기일 뿐이지만, 미래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6G의 비전도 적극적으로 타진해야 한다는 뜻이다.

최 전무는 통신의 미래가 곧 기술의 미래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통신은 사람과 사물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술로, 통신기술이 밑받침돼야 미래에 등장할 많은 기술이 우리 생활 속에서 실현될 수 있다”면서 “통신기술 리더십은 머지않아 펼쳐질 첨예한 미래 신기술 경쟁에서 승리할 첫 번째 필수 조건”이라 강조했다.

미래의 통신기술이 단순히 통신을 넘어 다양한 산업과의 융합을 이끄는 기반 인프라 기술이 될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그 중요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속도전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나온다. 

최 전무는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기존 통신 회사들 외에도 자동차,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업계에서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산업에 융합하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어, 통신업계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 말했다.

최 전무는 또 ‘6G에 미리 대비해야 하는 이유’로 5G의 발전 과정을 복기하기도 했다. 최 전무는 “삼성전자는 2012년부터 UN 산하 ITU-R(국제전기통신연합 전파부문)에서 진행한 5G 비전과 요구사항을 정의하는 5G 국제 표준화 작업에 착수, 2015년부터 3GPP(3rd Generation Partnership Project)에서 5G 기술표준 완성에 주도적 역할을 하며 5G 상용화에 기여했다”면서 “당시 5G 국제 표준화 작업에 참여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이미 10년 전부터 핵심기술 연구를 치밀하게 준비했던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전무는 마지막으로 “당장의 이익보다 통신업계 전체의 발전이라는 넓은 시각과 다른 회사들과 협력하는 포용력을 가져야 하는 통신 기술의 표준화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기업만이 선도할 수 있는 분야”라면서 “현재의 위치에 안주하지 않고, 혁신을 거듭해 나갈 때 삼성전자가 진정한 글로벌 통신 리더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믿는다. 앞으로도 10년 후를 내다보며, 상상이 현실이 되는 세상을 한 걸음 빨리 구현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할 것”이라 말했다.

아직 5G의 시대도 본격적으로 개화되지 못했으나, 지금이야말로 6G를 향한 대장정에 나서야 미래 기술 인프라를 선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통신 기술은 모든 기술을 융합하는 용광로며, 이를 기반으로 모든 산업의 혁신이 벌어지기 때문에 절대 놓칠 수 없다는 절박함도 깔렸다.

▲ 삼성전자 삼성리서치 차세대통신연구센터장. 출처=갈무리

전쟁은 시작됐다

최 전무의 말대로 이미 6G를 둘러싼 전투는 시작됐다.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곳은 중국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말 6G 연구개발에 돌입하는 한편 칩 설계 및 컴퓨팅 파워 등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2019년 11월에는 국가 6G 이동통신 기술 연구 업무 개시 선포식까지 열었다. 중국 과학기술부를 중심으로 중국과학원 등 많은 관련 기관들이 6G 기술개발을 위해 힘을 모으는 것이 골자다. 국가 6G 연구개발 업무팀과 전문가팀이 발족했으며, 이들은 사실상 중국의 6G 선봉장으로 활동할 전망이다. 여기서 화웨이는 중국의 6G 전략에서 큰 공헌을 할 전망이다. 이달 초 중국에서 본격적인 5G 시대가 열린 가운데 그 중심에 화웨이 5G 네트워크가 작동하고 있으며, 이러한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6G의 흐름으로 나아가는 셈이다.

인텔과 일본의 소니, NTT는 미국을 무대로 IOWN’(Innovative Optical and Wireless Network) 글로벌 포럼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6G 영토 개척을 위한 연합전선이다.

▲ SKT와 노키아의 6G 동맹. 출처=SKT

이 외에도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텔레콤 등도 6G를 향해 달리고 있다. SK텔레콤은 노키아 및 에릭슨과도 6G에서 협력하고 있다. 핵심은 초고신뢰·저지연 통신(Ultra Reliable and Low Latency, URLLC), 안테나 분산형 다중 안테나 기술(Distributed MIMO), AI 기반 망 고도화, 28GHz 차별화, 5G SA(Stand-Alone) 망 등을 연구하고 상용망에 적용하는 것이 골자지만, 그 연장선에서 6G 기술개발에 대한 뜻도 함께하고 있다.

LG전자도 지난해 카이스트와 함께 6G 영토개척에 나선다는 뜻을 밝히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