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인 경제부진과 글로벌 경쟁심화와 더불어, 올해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까지 겹치면서 전례 없는 고용시장 충격을 겪고 있다. 청년실업률이 10.7%로 실업자수 122만명을 기록하고 있는 암울한 현실이다. 요즈음 젊은 세대들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부터 엄청난 경쟁전선으로 내몰리고, 대학에서는 전공 공부보다는 취업을 위한 소위 스펙 쌓기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필자도 현재 대학후배 4명을 멘토링하고 있는데, 저학년임에도 기업의 인턴쉽 지원을 위해 미리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최근 조언을 해주었다.

취업 시즌에는 신문사마다 취업 전문가의 코너를 운영하는데, 헤드헌팅 회사의 전문가나 기업의 인력채용 담당자들의 채용에 관련된 조언 중, 여성들이나 지방대학교 출신들은 국내 대기업보다는 외국계 기업이나 해외취업을 적극 권유한다. 그렇다면, 취업전문가들은 실력 있는 여성들이나 지방대학생들에게 왜 국내 대기업보다 외국계 기업이나 해외취업을 더 권유하는 것일까?

특정 사회에서 사람의 지위가 일반적으로 어떻게 성취되고 부여되는가에 따라, ‘성취지향주의 (Achievement-oriented) 문화’와 ‘귀속지향주의 (Ascription-oriented) 문화’로 분류한다. ‘귀속지향주의(Ascription-oriented) 문화’에서는 한 사람의 지위가 출생, 혈족, 성별과 나이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인맥과 교육수준에서 기인한다. 이런 기업문화에서는 한 사람의 경험, 배경과 나이가 경영을 위한 주요 자질이 되며, 연공서열을 매우 중시하고, 회사임원들은 대부분의 중년 남성들이 많은 편이다. 반면, ‘성취지향주의 문화’에서는 한 개인이 최근에 성취한 업적으로 판단되며, 기업조직에서는 상급자에 대한 존경심은 직위나 연령이 아니라, 그들이 수행한 업무성과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귀속주의문화의 기업조직과 달리,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준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 상급관리자들이 골고루 분포한다.

영-미의 앵글로색슨계와 북유럽 국가들이 성취지향적 문화로 분류되고, 아시아, 남유럽, 동유럽과 남미 국가들이 귀속지향적 문화로 분류된다. 프로테스탄티즘(신교)의 영향을 받은 앵글로색슨계와 북유럽 국가들에서는 가장 실력이 있는 사람에게 지위와 역할을 부여하며, 그것이 지속적으로 경제적인 성공으로 연결될 것이라 여긴다. 이들 문화에서는 과거의 학력, 지위, 나이 등에 귀속시키는 사회는 비즈니스적 성공을 촉진시킬 수 없다고 믿고 경제적으로 뒤처진다고 생각한다.

특히 승진이나 평가, 보수 등에 있어서 ‘능력주의(meritocracy)’ 전통을 가진 미국의 기업문화에서는 능력이나 실적 이외의 학력이나 지연 등 다른 귀속적 사유들을 채용이나 지위로 귀속시키는 것은 구시대적이며, 비즈니스에 적합하지 않다고 믿기 때문에, 기업에서 채용하고자 하는 업무의 자격요건과 경험을 바탕으로 해당 업무에 가장 적합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채용한다.

성취지향과 귀속지향주의 문화로 볼 때, 우리나라는 여전히 귀속지향주의적인 요소들이 잔존하기 때문에, 소위, SKY (서울대 S, 고려대 K, 연세대 Y - 영어 첫 단어의 조합)로 일컫는 한국의 명문대학들을 졸업한 학생들이 비즈니스적 능력과 자질도 우수할 것이라 간주하는 인식으로 이어지고, 향후 높은 업무성취를 이룰 거라 믿는 경향이 있다. 이런 문화적 인식은 국내 대기업들에게 여전히 소위 SKY 출신들이 좀 더 선호되는 결과로 나타난다.

최신 경향과 통계수치는 다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과거의 수치를 되짚어본다. 2010년 4월 헤럴드 경제의 “외국계기업 CEO엔 SKY가 없다”라는 기사에서는 국내 대기업들과 다국적 기업들의 CEO의 대학 학력 비교시, 한국 대기업의 CEO중 68.8%가 SKY출신인 반면, 다국적 기업에서는 단지 31.4%만이 SKY 출신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성향은 성취지향적 문화의 다국적 기업들은 학력이나 학벌을 중시하는 국내기업과 달리 검증된 개인의 실력과 능력을 더 중시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여러분이 거래하고 있는 국내 및 해외기업들 그리고 파트너들은 성취지향적인가요, 귀속지향적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