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에 휴가지에서나 집근처 텅 빈 운동장을 홀로 달리며

매년 나 스스로 체력 테스트를 하는 연례 습관이 있습니다.

병원에서 받는 종합검진과는 별개로

마라톤을 얼마 동안이나 오래 할 수 있는가를 시험해보며

내 체력을 가늠해 보는 거죠.

아직도 한 시간 안팎 달리기를 지속할 만큼 내 숨과 에너지가 몸 구석구석을

잘 흐르며 버티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겁니다.

올해도 그걸 해보려 합니다.

그래서 방 거울에 제주서 60여년 봉사하다 2018년 선종한 맥그린치 신부가

한 말을 붙여놓고 거울로 삼고 틈틈이 달리기 연습을 해왔습니다.

‘바쁘다고 한라산 못 갔는데,

이젠 시간이 있어도 힘없어 못 갑니다‘

이국땅에 선교사로 와서 평생 봉사의 삶으로 바빴던 그가

나이 들어 아프게 토로했던 얘기입니다.

가슴 아픈 말이기도 하고, 많은 우리들이 지나칠 수 있는 서늘한 경고이기도 합니다.

본격 휴가철입니다.

방학도 없이 한 여름에도 강의를 이어가게 되어 특별히 휴가를 생각 못했는데,

아이들이 갑작스레 시간을 맞추게 되어 이번 주에 짧은 휴가를 가게 됩니다.

모처럼의 휴가를 앞두고 집사람이 염려를 전합니다.

‘우리들만 가는 거 아닌지 알지요?’

사위가 참여하니 조심하자는 얘기겠지요.

벌써 몇 번 여행을 같이 한 처지에서 나로서는 편하게 하고 싶은데

그걸 받는 사위나 바라보는 가족들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가 봅니다.

그런 분위기이다보니 나도 당연히 조심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싫어함을 생각해보는 게 역지사지가 될까요?

직장 상사나 어른들이 군대서 축구한 얘기를 하면 다 싫어한다고 하지요?

많은 여자들이 그 얘기만 들으면 고개를 돌리고 싶고,

특히 군대생활을 경험한 젊은 친구들은 더 싫어한다고 하지요?

군대 축구라는 게 고참은 공격, 졸병은 무조건 수비하는 거였지요.

그러니 졸병들에게 축구가 재미있었을까요?

또한 그렇게 목숨 걸고 축구를 한 이유가

새우깡이나 초코파이 내기였으니 또 얼마나 허망했을까요?

만사 모든 관계에서 가장 좋은 것은 잘 흐르는 것이겠지요.

내 몸에서도 숨과 에너지가 몸 구석구석을 잘 흘러야겠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좋은 마음들이 서로 잘 흘러야겠지요.

가족 간이어도 휴가 통해 더 친밀한 마음이 흘렀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