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현대중공업이 하도급 업체간 기술유출을 바탕으로 납품 단가 인하 후려치기에 나선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철퇴를 맞았다. 최근 현대중공업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귀추가 주목된다.

▲ 출처=현대중공업

기술유용 혐의로는 최대 과징금
공정위는 26일 하도급법상 기술유용 혐의로 현대중공업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9억70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기술유용과 관련된 과징금으로 역대 최대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 등 임직원 4명은 공정위의 관련된 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해 대전지법에서 형사 재판까지 받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경영진을 고발한 이들은 한영석 사장과 임직원들이 공정위 조사 직전은 물론 조사 과정 중에 직원용 PC에 저장된 중요 파일을 외장 하드로 옮기고 PC를 숨기는 등의 방식으로 증거를 인멸해 조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결과 공정위가 관련 자료를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고 하도급 피해업체들의 피해구제가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설명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납품 단가를 낮추기 위해 하도급 기업의 기술을 유출시켰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하도급 업체인 삼영기계에 피스톤 관련 기술자료를 달라고 요구한 후 이 기술을 삼영기계의 경쟁사인 A사에 넘겼고, A사가 개발을 완료하자 현대중공업은 삼영기계에 남품단가 인하를 요구했다. 이후 현대중공업은 삼영기계와의 거래를 완전히 중단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삼영기계는 자사의 핵심 기술 유출, 나아가 현대중공업과의 거래 과정에서 납품 단가 인하 및 거래 중단으로 막대한 피해를 봤다는 설명이다.

현대중공업은 삼영기계에 기술을 요구한 것과 A사에 관련 내용을 전달한 것은 인정했으나 단순 참고자료일 뿐이며, 기술자료 유출에 따른 납품단가 인하 등을 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 연장선에서 현대중공업은 최근 하도급 기업 갑질과 관련한 공정위의 조사를 두고 행정소송 카드까지 고려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지난달 30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와 참여연대, 조선3사 하도급갑질 피해하청업체 대책위원회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현대중공업의 공정위 불공정하도급 조사 방해 및 증거인멸에 대해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이가영 기자

첩첩산중
현대중공업이 공정위로부터 기술유출과 관련된 역대 최대 과징금까지 부과받은 가운데, 앞으로의 행보에도 강력한 제동이 걸리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당장 조선업 업황이 악화되며 현대중공업의 체력이 약해지고 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의 5월 말 기준 수주는 29척, 18억달러에 그쳐 연초 계획한 수주 목표액 157억달러의 11.5% 수준에 불과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선사업부와 해양사업부 조직을 통합하고 전체부서의 약 20%를 축소하는 등 조직 개편을 단행했으나 당분간 코로나19로 인한 업황 악화는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아직 본격적인 위기는 오지 않았다'는 불안감도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대우조선해양과의 인수합병도 '유럽연합 및 노동조합 암초'에 걸렸고 올해에만 조선소 중대재해만 4건이 발생했다. 첩첩산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