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상반기 전기자동차 기업별 판매현황. 출처=한국자동차산업협회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미국 테슬라(승용차), 중국 피라인(버스) 등 수입기업 제품들이 보조금 960억원가량을 가져간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에선 국내 산업에 기여가 적은 외국기업에 전기차 보조금이 쏠리고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발간한 '2020년 상반기 전기차·수소차 판매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기차는 전년 동기 대비 23.0% 증가한 2만 2267대 판매됐다.

차종별로는 전기승용차가 1만 6359개 판매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2.7% 감소한 규모다. 전기화물차는 신모델 출시, 운송사업 허가 혜택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0배 이상 증가한 5031대가 팔렸다. 전기버스 역시 보조금 대상 확대로 전년 동기 대비 64.5% 늘어난 181대가 판매됐다.

전기승용차 판매량 감소는 국산차 부진 탓인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출시된 신모델이 없는 데다 2021년 출시될 신형 전기차에 대한 기대감으로 구매가 미뤄진 결과로 풀이된다. 업체별로는 현대차가 전년 동기 대비 43.2% 감소한 4877대, 기아차는 54.6% 줄어든 2309대를 판매했다. 한국GM 전기차 판매량도 23.5% 줄어든 1285대다. 르노삼성차만 프로모션 확대로 판매량(457대)이 32.5% 늘었다.

수입 전기승용차 판매량은 7414대로 전년 동기 대비 572.2% 성장했다. 테슬라가 '모델3' 신차를 내세워 전년 동기 대비 17배에 달하는 7080대를 판매한 덕분이다. 테슬라는 수입 전기승용차 시장의 95.5%, 전체 전기승용차 시장의 43.3%를 휩쓸며 상반기 왕좌에 올랐다. 6841대 팔린 모델3가 개별 차종 중 판매량 1위를 기록한 건 물론이다.

테슬라는 국내 판매량에 비례해 전기차 보조금도 가장 많이 가져갔다. 올 상반기 전기승용차 보조금은 총 2,097억원 지급됐는데, 테슬라가 수령한 보조금은 이 중 43%에 해당하는 900억원으로 추정된다. 현대차(644억원)와 기아차(305억원)가 수령한 보조금 합계와 비슷한 규모다.

수입업체 강세는 전기버스 시장에서도 나타났다. 중국산 전기버스가 70대 팔리면서 전년 동기 대비 105.9% 성장하면서 같은 기간 국산 전기버스(111대) 판매량 증가율(46.1%)의 2배를 웃돌았다. 이에 따라 중국 전기버스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상반기(30.9%)보다 7.8%포인트 증가한 38.7%를 기록했다. 보조금도 59억원을 받아 전체 전기버스 보조금(169억 2000만원)의 34.9%를 차지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전기차 보급은 차량 성능뿐만 아니라 보조금 정책에 의해서도 크게 좌우된다"며 "보조금이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점, 프랑스나 독일 등은 자국 기업에게 유리하게 보조금 제도를 만들어가는 점 등을 고려해 우리 정부도 (국내산 제품에 유리하게)보조금 제도를 개선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