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곽예지 기자] 2020년 상반기 GDP가 급격히 감소하며서 연간 경제성장률의 플러스 달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상반기와 하반기의 경기 흐름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지 않을 시, 국내 경제는 ‘V자 반등’보다는 장기간 느린 회복의 경로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현대경제연구원은 지적했다.

26일 현대경제연구원은 ‘2020년 상반기 GDP에 나타난 최근 국내 경제 특징’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경제 방어력 확인, 투자보다는 소비에 더 강한 충격, 서비스업 침체 가운데 제조업 위기 시작, 지식재산생산물투자의 확대, 연간 성장률 향방의 갈림길 등 5가지 분석 및 하반기 경기 반등을 위한 시사점을 발표했다.

한국 경제 침체
▲ 출처=현대경제연구원

2020년 상반기 국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함에 따라 IMF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에 공급 및 수요 충격이 동시에 발생하는 미증유의 사태가 발생해 국내 경제는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 수준의 GDP 감소에 직면했다.

국내 경제성장률은 IMF 외환위기 시점인 1998년 상반기 전년대비 -5.2%를 기록했다.

아울러 글로벌 금융위기 시점인 2009년 상반기에도 전년대비 -1.5%로 나타났다.

2020년 상반기 GDP에 나타난 최근 국내 경제 특징

▲ 출처=현대경제연구원

전체 경제성장 가운데 민간 부문의 GDP 증가율이 부진한 반면, 정부 부문은 크게 확대됐다.

민간 부문의 GDP 증가율은 2017년 하반기 3.1%를 기록한 이후 올 상반기 -3.3%까지 축소됐다.

반면 정부 부문의 GDP 증가율은 2017년 상반기 2.6%에서 2020년 상반기 7.9%까지 급증했다.

이에 현대경제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및 공급 충격을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로 방어하면서 경제성장률 하락폭이 일부 완화됐다고 판단했다.

정부 부문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2017년 이후 크게 확대되는 추세다.

2017년 상반기에서 올 상반기 간 민간 부문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2.4%p에서 –2.6%p로 축소된 반면, 정부 부문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0.5%p에서 1.7%p로 확대됐다.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3차 추경을 편성하는 등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시행하면서 올 하반기에도 정부 부문 경제성장률은 큰 폭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출처=현대경제연구원

코로나19 확산으로 이동제한 및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시행되면서 민간 부문의 소비 활동이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에 2020년 상반기 민간소비 증감률은 전년동기대비 -4.4%의 증가율로 IMF 외환위기 당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민간 부문 투자는 전년동기대비 0.6% 증가하며 플러스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저조했던 상황에 대한 기저효과 측면이 작용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현대경제연구원 측의 설명이다.

▲ 출처=현대경제연구원

제조업 부문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가동률 및 출하·재고 사이클이 부진한 가운데 취업자 감소세도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주요 제조업 생산이 급감하면서 올 상반기 제조업 성장률은 전년동기대비 -1.8%를 기록했다. 이는 IMF 외환위기 및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 급락한 수치다.

향후에도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진이 다시 가속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주요국의 경제 활동 제약으로 인한 수출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하반기에도 국내 제조업 성장률 마이너스 기록이 지속될 우려가 있다.

경제 침체 및 불확실한 전망 등의 영향으로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4~5월 60%대로 급격히 악화됐다.

수요 부진 및 출하 감소 지속 등으로 재고가 증가하는 국면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재고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확대되는 경향이 강화되면서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성장률이 개선되는 듯한 착시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현대경제연구원은 설명했다.

▲ 출처=현대경제연구원

내수 경기 부진, 수출 경기 침체 및 공장 가동 중단 등 수요 감소로 재고 누적 지속됐다.

올 상반기 재고는 약 10조 원 증가해 2017년 하반기 이후 증가하는 추세를 유지했다.

아울러 재고의 경제성장 기여도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축소되는 모습이 나타났으나, 올 상반기 이후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진행된 제조업 부문의 신규취업자 감소가 코로나19 영향을 받게 됨에 따라 전체 고용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파급효과 우려가 크다.

대면 및 접촉 활동의 제약으로 발생한 서비스업의 신규취업자 감소가 전체 신규취업자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된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유지되고 수출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제조업 부문의 신규취업자 감소세 개선이 요원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제조업의 침체가 지속될 경우, 전체적인 고용 증가는 제약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 출처=현대경제연구원

지식재산생산물투자가 꾸준히 확대됐으며, 과거 경제위기 때도 투자의 버팀목 역할 수행하고 있다.

국내 총고정자본형성 가운데 지식재산생산물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6.9%에서 지난해 22.0%로 꾸준히 확대됐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서비스가 확대되고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 경우 지식재산생산물투자 비중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현대경제연구원은 설명했다.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설비투자는 급격히 감소한 반면, 지식재산생산물 투자는 비교적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다.

하반기에는 코로나19 위기에도 지식재산생산물 투자가 확대되어 총고정자본형성의 감소폭을 축소하는 측면에서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 출처=현대경제연구원

한국 경제는 2020년 상반기에 전년동기대비 -0.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상반기에 나타난 GDP의 급감 및 최근 부진한 경기 흐름을 봤을 때 한국 경제의 연간 기준 플러스 성장률을 이뤄낼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전년대비 2020년 1분기 -1.3%, 2분기 -3.3%의 성장률을 기록한 한국 경제가 연간 0%의 성장률을 당성하기 위해서는 3분기 및 4분기에 전기대비 3.2%씩 성장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경제의 회복이 예상되고 선진국의 경기 부양책 효과가 나타날 경우 하반기 국내 수출 경기는 상반기 대비 소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강력한 봉쇄 및 격리 조치가 다시 시행될 시 국내 수출 경기는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침체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전망한 올 상반기 -0.9%(이하 전년동기대비), 하반기 1.4%, 연간 0.3%의 기존 전망치와 비교하면, 최근 발표된 상반기 -0.8%의 실적치를 연간 플러스 성장 경로에서 크게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하반기의 경기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지 않을 시 국내 경제는 ‘V자 반등’보다는 장기간 느린 회복의 경로를 보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현대경제연구원이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오준범 선임연구원은 “하반기 경기 반등을 위해서는 성장에 포커스를 맞춘 정책이 필요하며 코로나19 재확산 및 경기 흐름 모니터링에 근거한 적극적이면서도 유연한 대응 또한 필요하다”면서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언제 안정될 지 불확실한 상황에 가운데 민간 경제 주체의 생존 지원이 가장 중요하며, 이와 함께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규제개혁을 지속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조업 활성화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 신산업 및 R&D 투자, 미래 지향적 산업 정책 추진, 혁신 추구 선호의 사회적 분위기 형성 등을 지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