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서울 종로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반대하는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박재성 기자

[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나는 다주택자도 아니다. 결혼식을 올리고 자리를 잡으면 들어가려 임시로 전세를 줬다. 그런데 갑자기 임대차3법 소급 적용을 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내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집이 있는데도 월세나 전세를 전전해야 한다"

예비 신혼부부인 A씨(42세)는 답답함을 토로하며 이같이 밝혔다. 25일 서울 종로구 을지로입구역 인근 예금보험공사 앞에선 부동산 대책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였다. 정부가 고강도 규제를 잇따라 발표한 가운데, 소급 적용까지 논의가 되면서 불만이 터져나오는 상황이다. 

늦은 오후7시 청계천 옆에는 현수막과 피켓을 든 시민들은 "너희들이 다주택자냐", "공부하고 정책 내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부동산 대책에 대한 피해를 호소했다. ‘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 ‘임대차 3법 반대 추진위원회’ 등이 주최한 이번 집회에는 약 20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된다.

단상에 오른 한 시민은 "2018년 김현미 현 국토부장관 께선 다주택이신 분들은 임대사업을 등록하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면서 "나라에서 내라는 세금을 모두 냈고, 한번도 탈세를 생각해본적도 없는 평범한 사람이다"고 언급했다. "왜 내가 투기꾼이며, 왜 이제와서 규제를 말씀하나"라는 발언에 곳곳에서 동의하는 응답이 터져나왔다. 

강남 집값을 잡겼다던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표류하는 가운데, 다주택 임대사업자뿐 아니라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도 촛불을 들고 일어났다. 시위에 참여한 A씨도 실거주 목적으로 주택을 매입한 1주택자이지만, 이번 정책으로 낭패를 봤다고 밝혔다. 

A씨는 "지금 내 집에 들어가지 못할 수도 있다. 결혼에도 문제가 생겼다"면서 "임대인과 임차인과의 갑을 관계 같은 것은 없었는데, 정부가 우리를 갈라놓고 갑을을 만들어 놨다. 어떤 임차인은 800만원을 받으면 나가겠다는 식의 요구를 했다고 한다. 갑이된 것인데, 원래는 이런 것 없었다"라고 말했다.

▲ 시위  참여자들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항의하는 의미로 신발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박재성 기자

분양을 받아 입주를 기다리던 '임시 2주택자'도 시위에 참여했다. 인천에서 직장을 다니는 39세 D씨는 "집을 살지도 팔지도 못하게 됐다"면서 "아파트 하나를 분양 받고, 하나는 임대를 줬다. 직장이 있는 곳에 전세를 살고 있는데 분양이 끝나고 입주가 시작되면 그 집으로 들어가려고 했다"면서 "이번 규제 때문에 모든 계획이 틀어졌다"고 밝혔다. D씨가 분양 받은 지역은 지난달 규제지역으로 포함됐다. 

임차인도 답답함을 호소했다. C씨(30대)는 "오늘 아침 임차인이 보증금을 올린다고 했다. 그런데 이해가 돼더라"고 밝혔다. 그는 "임대인은 노후 제태크를 위해 한채 있는 집을 둔 사람이다. 임대인과의 관계도 원래 좋았고 올리자는 이야기도 없었다. 그런데 이런 법안이 나오니 '미리 올려야 될 것 같다, 자기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하더라"면서 "이런 법안이 없었다면 나는 같은 금액에 살 수 있었다. 정부가 너무 일방적이다"고 밝혔다.

노후대비를 위해 세를 내놓은 65세 B씨는 "1주택을 갖고 있는데, 지금 집을 마련해 세를 주고 나는 전세를 살고 있다. 당시 신축을 구했는데, 물량이 한꺼번에 나와 거의 반값에 계약을 했다. 그런데 지금 전세가격을 올리지도 못하고, 그 집에 들어갈 수도 없게 된 것이다"면서 "앞날을 대비하기 위해 살아온 사람이다. 내가 노력해서 집한채를 마련했는데, 그게 투기라면 국회위원들은 모두 투기세력인가"라고 밝혔다.  

한편, 현장에선 임대차3법 헌법 소원을 위한 서명도 함께 진행됐다. 이번 법안이 소급 적용될 경우,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반대 의견을 수렴하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