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한금융그룹 본사와 KB금융그룹 본사. 출처=각사

[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이 국내 '리딩 금융그룹' 왕좌를 놓고 벌이는 경쟁에 우열을 가리지 못한 채 하반기를 기약했다.

올해 2분기 실적에서 KB금융은 1000억원 가량의 순이익 격차로 신한금융을 제쳤다. 그러나 1분기 부진에 따른 격차를 메우지 못하며 상반기 종합 실적에서 신한금융에 900억원 가량 뒤쳐졌다.

신한금융은 잇따른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발목 잡혔다. 2분기 코로나19 수혜를 입은 증시에서 자회사 신한금융투자가 전분기 대비 실적이 오히려 감소했기 때문이다.

사모펀드 출혈에 고꾸라진 '신한금융'… 2분기 승자 'KB금융'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올해 2분기 지배주주 순이익으로 각각 9818억원, 8731억원을 기록했다. KB금융이 신한금융보다 2분기 실적에서 1087억원 앞선 것이다.

이는 올해 1분기 실적과는 상반된 결과다. 신한금융은 1분기 9324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반면, KB금융은 신한금융보다 2029억원 적은 7295억원의 순익을 냈다.

1분기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 지분 인수에 따른 '반짝 효과'를 누리며 전년 동기(9183억원)보다 1.53% 순이익이 올랐다. 반면 KB금융은 기타영업손익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자본시장 부문이 부진에 빠지며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8457억원) 대비 13.74%나 감소했다. 외화채권평가손실이 발생했고, 장외파생생품과 관련해 신용위험조정(CVA) 손실이 340억원 발생했다.

▲ KB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1, 2분기 순이익(단위=억원).출처=각사

2분기에는 희비가 뒤바뀌었다. KB금융은 제자리로 돌아온 반면, 신한금융이 '사모펀드 늪'에 빠진 데 대한 대가를 치렀다.

KB금융은 1분기 자본시장 부문 부진을 만회하며 2분기 순이익 9818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9912억원과 비교해 0.94% 감소한 규모로, 코로나19 여파 등을 고려하면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동시에 1분기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로 전분기(8457억원)보다는 17.2%나 개선됐다.

신한금융은 라임펀드와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등 분쟁상품에 대해 선제적인 보상과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충당금과 영업외비용을 쌓으면서 출혈이 커졌다. 신한금융은 헤리티지 펀드 관련 충당금 1248억원, 라임펀드와 관련된 영업외비용 767억원 등 총 2016억원에 달하는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2분기 순이익(8731억원)은 전년 동기(9961억원)보다 12.3%나 감소했다.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 효과를 누린 전분기와 비교해선 6.36% 줄었다.

상반기 승자는 그래도 '신한금융'…하반기 푸르덴셜 효과 누릴 'KB금융'

2분기 실적은 KB금융이 앞섰지만, 1분기와 2분기를 합산한 상반기 실적은 신한금융이 선두를 지켰다. 신한금융은 상반기 순이익 1조8055억원을 달성했다. KB금융은 1조7113억원을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신한금융이 KB금융보다 상반기 942억원의 순익을 더 낸 것이다. 자산규모(신한금융 578조원, KB금융 570조원)면에서도 신한금융이 여전히 KB금융을 앞섰다.

다만 하반기에 신한금융은 사모펀드 사고로 추가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할 '악재'가 남아 있는 반면, KB금융은 인수 마무리 단계인 푸르덴셜생명의 실적이 그룹 실적에 포함되는 '호재'를 남겨뒀다. 이에 리딩뱅크를 둘러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신한금융은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한 홍콩계 헤지펀드 젠투파트너스 상품 환매중단 규모가 4000억원에 달하는데 이어 추가 환매중단 규모에 따라 추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

반면 KB금융은 비교적 사모펀드 사태에서 자유롭다. 오는 3분기부터는 KB금융 실적에 푸르덴셜생명 지분법 평가이익이 포함될 전망이다. 현재 KB금융은 인수를 위한 금융위원회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푸르덴셜 생명이 연간 1000억원 안팎의 순이익 기여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