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전경<통인화랑제공>

이민혁의 세계는 늘 하나의 흐름이다.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그 흐름을 벗어날 수 없다. 흐름은 자주 거칠고 격하며, 저항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 저항할 수 없는, 그 거대하고 거부할 수 없는 방향 안에서 꼬물거리는 유난히 작고 무력해 보이며, 때로는 어리석어 보이기도 하는 사람들이 이민혁의 진정한 주제다.

 

수많은 동일한 성격, 동일한 방향의 터치들을 되풀이하면서, 아마도 작가는 그들의 헛된 꿈과 시덥지 않은 욕망이 흐르는 방향을 재현하고 싶어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민혁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오로지 현재, 긴급한 현재 안에서만 존재한다.

이 흐름 안의 사람들에게는 그것만이 유일하게 소유 가능한 시간이다. 과거의 기억은 이 빠른 흐름을 미처 뒤따르지 못하기 때문에 캔버스에선 보이지 않는다. 이민혁이 물러서지 않고 서있는 곳은 이 당황스러운 일상이다.

 

소주 한잔 기울이는 삼겹살집이고,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역이거나 시장통이고 찜질방이다. 우리가 믿기 어려울 만큼 무감각하게 지나쳤던 거리들이기도 하다. 너무나 밋밋하고 건조해서 예민한 시인이라면 등을 돌리지 않을 수 없는 ‘미학적 재난 구역들’이다.

이민혁(이민혁 작가,화가 이민혁,李民赫,LEE MIN HYUK)은 구토가 올라오게 하는 거지같이 견고한 일상의 신화와 맞서고 싶어 한다. 어떻든 그것을 떠나서 꿈을 꾸거나 상상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다짐한다. 이런 작가에게 가장 유력한 도구는 도시의 본질을 포착해내는 빠르고 감각적인 터치들과 도시의 밤을 밝히는 네온사인의 자극적인 유채색들이다.

▲ 전시전경<통인화랑제공>

이것들을 통해 이민혁은 우리가 사는 도시가 얼마나 억압적이면서도 동시에 훌홀 떨치고 떠날 수만은 없는 눈물겹게 매력적인 곳인지를 서술해 나간다. 소주 한잔하고 귀가하는 늦은 밤, 이 같은 도시가 눈을 뜨는 모습을 더욱 선명하게 볼 수 있다.

△글=심상용 (미술평론가)

△전시=통인옥션갤러리(TONG-IN Auction Gallery), ‘탱고 땅고 땡고’展, 3월23~4월10일 201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