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7·10 대책 이후에도 주거불안은 쉽사리 진정되지 않고 있다. 아파트값 상승세 둔화가 무색하게, 서울 강북권과 수도권은 중저가 매물 소진 현상이 여전하다. 매물 잠김이 심화되며, 추격 매수도 이어지는 중이다. 정부의 정책 기조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이 거주할 곳을 찾기란 더욱 어려워졌다.  

전세시장도 마찬가지다. 통상 비수기로 통하는 7월말 휴가철임에도 전세값은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저금리 장기화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전세보다, 세금 부담을 대신할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임대차3법이라는 대형 변수도 임박한 상황이다.  

비강남·수도권 중저가 아파트 싹쓸이, 대출 요건 완화해도 살곳 없다
▲ 제공=부동산114

7·10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3주째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둔화됐다. 26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전주보다 0.02% 하락한 0.9%로 2주 연속 상승폭을 줄였다. 서울도 0.02%포인트 떨어진 0.10%를 기록했고, 경기와 인천 지역을 비롯한 1·2기 신도시도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그러나 정책 효과가 무색하게, 9억원 이하 중저가 부동산 시장은 들끓고 있다. 서울에선 도봉(0.25%), 성북(0.24%), 노원(0.23%)이 상승률 하락을 막아섰다. 이들 지역은 9억 이하 아파트 비중이 전체의 80%가 넘는 곳들이다. 구로(0.22%), 동대문(0.19%), 서대문(0.17%), 강서(0.15%), 송파(0.15%), 관악(0.14%) 등도 전주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수도권도 이와 다르지 않다. 경기와 인천에선 도심지 접근성이 높은 용인(0.18%), 하남(0.15%) 등이 큰 폭으로 올랐다. 광명(0.14%), 부천(0.12%), 고양(0.11%), 구리(0.11%), 남양주(0.10%)도 두 자릿수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 제공=부동산114

주택담보대출을 최대 70%까지 받을 수 있는 6억원 이하 아파트의 경우, 대출 구간을 추월하며 가격이 오르기도 했다. 도봉구 도봉동의 동아에코빌 전용면적 85㎡ 아파트는 6억원에 호가가 형성된 상태다. 올해초 4억8000만원~5억원으로 실거래됐지만, 지난달 매수세가 붙으며 5억7000만원으로 가격이 뛰었다.

용인 상현동 성북역리버파크 85㎡ 아파트의 경우 지난 6일 5억9000만원에 실거래됐다. 두달 전엔 5억원 안팎에서 매매가 이뤄졌다. 하지만 지난달 들어 집값이 며칠 단위로 수천만원씩 오르며 현재 호가는 6억원 수준이다. 앞서 정부는 서민층과 신혼부부 등을 위해  6억원 이하 주택의 대출 요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살집은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무엇보다 매물잠김이다. 지난달 거래량은 5만3850건으로 그 전달 2만5095건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고, 1년전(1만5560건)보단 3.5배 상당 늘어났다. 단기간 거래량이 폭증하면서, 중저가 아파트로 매물이 소진돼 시장을 과열시키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수도권 전체적으로 거래량이 폭증하면서 저가 매물들이 소진이 됐다. 매매와 전세를 불문하고 비수기 수요층들이 매물을 원활히 찾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사철 앞두고 박터지는 전세···서울 떠나 찾아간 경기 하남도 "매물 없다" 
▲ 제공=부동산114

7월말 휴가철 전세시장은 때아닌 성수기를 맞고 있다. 통상 이 시기 이사할 새로운 집을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비수기로 통했지만, 올해 시장에 나온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서울은 전주보다 0.03%포인트 오른 0.11%를 기록했다. 동대문이 0.43%를 기록하며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강북(0.31%), 성북(0.30%)도 30%를 넘어섰고, 송파(0.14%), 강남(0.12%), 강서(0.11%), 구로(0.11%), 마포(0.10%)도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매물 부족으로 인해 서울에서 경기·인천과 신도시와 이주하는 수요도 발생하고 있다.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이주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부양 가족이 늘어나면 같은 가격대 넓은 평수의 신축 아파트를 구할 수 있는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시장 과열은 왜곡 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특히 강남 접근성이 좋은 경기 하남의 경우 전세가 상승률이 0.22%로 뛰었다. 신장동 에코타운2블럭 전용면적 84㎡ 아파트는 지난 9일 5억원에 임대차 계약이 이뤄졌다. 지난 1월엔 3억5000만원 안팎을 오갔지만, 현재는 전세가가 오르고 매물도 잠겼다. 

신장동 공인중개사는 "매물이 나오면 바로바로 빠지는 상황이다. 단지는 원래 매물이 많지는 않지만, 지금은 특히 나온 물건이 없다. 계약일과 계약금을 미리 걸어두고 사야 겨우 구할 수 있다"고 전했다. 

▲ 제공=부동산114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지역에선 안양(0.09%), 광명(0.08%), 시흥(0.08%), 용인(0.08%), 고양(0.07%) 등도 오름세를 겪었다. 신도시는 분당(0.09%), 일산(0.09%), 평촌(0.08%), 동탄(0.07%), 중동(0.05%), 광교(0.05%) 순으로 올랐다.

이런 가운데 가을 이사철이 돌아오면 전세 대란이 발생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임대차3법이라는 시장 최대의 변수가 남은 가운데, 저금리로 인해 전세의 수익성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윤지해 수석연구원은 "비수기임에도 전세가격이 상승폭을 확대하면, 9월달 성수기가 돌아오면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면서 "저금리이다 보니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 전세를 월세로 바꾸거나 반전세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임대차 3법이나 이런 변수들도 있으니 소급 적용을 어떻게 할지에 따라 시장은 불안 요인들이 깔려 있다"면서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