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트로엥의 준중형 MPV 그랜드 C4 스페이스투어러.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프랑스 완성차 업체 시트로엥의 준중형 다목적차량(MPV) 그랜드 C4 스페이스투어러(이하 스페이스투어러)는 지난 2018년 단종된 기아자동차 카렌스를 연상시키는 차다. 

카렌스와 동등한 실내외 규모와 실용성을 갖춘 동시에 시트로엥 고유의 브랜드 감성을 구현함으로써 실용적이면서도 차별적인 경험을 원하는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만한 모델이다.

▲ C4 스페이스투어러의 측면부. 전장은 현대자동차 아반떼와 비슷하지만 축거는 기아자동차 쏘렌토보다 더 길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스페이스투어러의 외관 크기는 카렌스보다 약간 큰 규모를 보인다. 제원별 수치는 전장 4600㎜, 전폭 1825㎜, 전고 1645㎜, 축거 2840㎜ 등 수준에 달한다. 카렌스와 비교해 모든 제원수치가 크다. 스페이스투어러의 제원 가운데 눈길을 끄는 요소는 축거다. 스페이투어러의 축거는 최근 출시된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쏘렌토(2815㎜)보다 25㎜ 더 길다. 스페이스투어러의 전장이 쏘렌토(4810㎜)보다 210㎜나 짧은데 비하면 앞·뒷바퀴 사이 간격이 매우 넓은 셈이다.

▲ C4 스페이스투어러의 3열 및 트렁크 공간.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스페이스투어러는 긴 축거를 바탕으로 넓게 확보한 실내공간에 3열 7인승 좌석을 갖추고 있다. 3열은 트렁크 도어와 가까이 있어 후방추돌사고에 처할 경우 탑승자를 위협할 수 있을 듯하다. 다만 시트를 접어 적재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점 등은 차량 실용성을 높이는 요소다.

▲ C4 스페이스투어러의 기어 콘솔 부위 수납칸.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스페이스투어러의 탁월한 공간 활용성은 실내 다른 위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열 두 좌석 가운데 위치한 기어콘솔 부위에는 기어 스틱이나 기능별 버튼 대신, 레그룸과 같은 높이의 바닥과 세로형 막대 모양의 2단 수납칸이 적용돼 있다. 상위에 장착된 수납칸은 탈거할 수도 있다.

▲ C4 스페이스투어러의 2열 전경. 1열 좌석 등 부위에 접이식 받침대가 장착돼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또 1열 좌석 등 부위에는 고속열차 칸에서 볼 수 있음직한 접이식 받침대가 장착돼 있어 2열 탑승자가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이 같은 요소들은 수납공간이나 공간활용 부분에 대해 다양한 니즈가 큰 고객이라면 환호할만한 장점이다.

▲ A필러가 두 갈래로 나뉘고 사이에 유리창까지 장착됨에 따라 탑승자에게 넓은 시야를 제공한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실내 공간의 또 다른 특징으로 다른 차량에 비해 유리창이 차지하는 면적이 넓어 바깥을 넓게 바라볼 수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각 탑승문 유리와 전면유리가 넓게 각 위치에 자리잡고 있고, 1열 유리창과 전면 유리 사이 차체(A필러)가 두 갈래로 나뉘어 그 사이에 또 유리창이 장착돼 있다. 썬루프도 넓은 면적으로 장착돼 있다. 이에 따라 탑승자들은 마치 관광용 특수 차량을 탄 듯 바깥 경치를 시원하게 바라볼 수 있다. 반면 바깥에서도 내부를 쉽게 들여다볼 수 있는 점은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스페이스투어러의 주행성능은 부드러운 한편 예민하게 발휘된다. 스페이스투어러는 앞뒷 차축(액슬)에 각각 맥퍼슨 스트럿, 토션빔 등 서스펜션을 장착했다. 원가를 절감할 수 있으면서도 일상 주행을 하기에 무난한 충격 흡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조합이다. 스페이스투어러는 이에 따라 과속방지턱 같이 불규칙한 노면을 지날 때 좌우로 약간 흔들리지만 둔탁한 느낌없이 충격을 잘 완화시킨다. 또 긴 축거를 갖춤에 따라 곡선 구간을 지날 때 몸이 한쪽으로 급격히 쏠리는 현상을 무난히 잡아준다. 핸들(스티어링 휠)이 가볍게 돌아감에도 방향을 안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다.

▲ C4 스페이스투어러의 엔진룸 전경.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스페이스투어러의 페달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스페이스투어러 1.5 필 트림은 1.5 디젤 블루HDi 엔진과 아이신 8단 자동변속기를 갖춤에 따라 최고출력 130마력, 최대토크 30.6㎏·m 등 수준의 구동력을 발휘한다. 스페이스투어러는 이에 따라 페달을 세심히 조작하지 않으면 정지 상태에서 앞으로 튕겨져 나가듯 출발하거나 정지상태에서 약간 덜컹거리며 멈춘다.

스페이스투어러의 탁월한 연비는 차량의 상품성을 높이는 요소다. 1.5 필 트림을 타고 서울에서 경기 남양주시까지 38㎞ 구간을 달린 뒤 연비를 측정했다. 교통량이 적어 급발진·급제동을 두어번 하는데 그쳤고, 최대한 관성운전을 실시했다. 공조기능은 작동하지 않았다. 이때 기록한 연비는 22.2㎞/ℓ에 달한다. 해당 트림의 공인 복합연비 14.5㎞/ℓ를 훨씬 상회한다.

▲ C4 스페이스투어러의 크래시패드 전경. 전반적으로 깔끔하면서 독창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스페이스투어러의 주행보조사양과 기타 편의사양의 성능은 아쉽다.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은 도심 주행에서 무난하게 기능하는 반면 차선이탈방지 기능의 경우 비가 올 때 흐릿한 점형 차선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또 후진할 때 크래시 패드(대시보드) 중앙에 위치한 화면으로 보이는 후방 영상의 화질이 낮아, 비오거나 어두운 밤엔 사물을 정확히 인식하기 어렵다.

스페이스투어러는 각종 장단점을 지니고 있지만 마니아를 양산할 수 있을 만한 매력을 충분히 갖춘 차다. 스페이스투어러를 비롯한 시트로엥의 공식 수입사 한불모터스는 오는 9월 스페이스투어러 부분변경모델을 출시하기 앞서 기존 모델을 단종시켰다. 스페이스투어러는 판매되는 기간 동안 다자녀 가족 고객을 중심으로 패밀리카로서 호응을 얻어왔다.

▲ C4 스페이스투어러의 썬루프.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스페이스투어러는 카렌스나 한국지엠 올랜도 등 중소형 MPV의 단종 소식을 아쉬워했던 고객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로 꼽힐만한 상품성을 갖추고 있다. 오는 9월 출시될 신모델이 어떤 강점으로 한국 소비자들을 만족시킬지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