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한 불투명성이 높아지면서 달러화 가치가 거의 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출처= Smart Currency Busines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다시 급증하면서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투자자들이 달러화를 계속 팔아치우면서 달러화 가치가 거의 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반면 유로화는 기술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1.16달러 선을 돌파한 후 2018년 10월 초 이후 최고치로 상승했다. 게다가 지난 21일(현지시간) 유럽회복기금이 어렵사리 합의점을 찾으면서 유로화는 달러 대비 닷새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뉴욕 웰스파고증권의 에릭 넬슨 통화전략가는 "투기 세력들이 G10 국가들의 통화를 매우 낮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유로화 강세 모멘텀은 당분간 지속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로화 강세를 꺾고 달러가 다시 강세를 보일 위험은 주식 시장에 달려 있습니다. 주식 시장의 랠리가 흔들려 폭락 장세가 오게 되면, 유로화 강세 흐름이 멈추고 달러가 매우 빠르게 돌아올 것입니다.”

미국 경제 회복 불투명

지난주 미국의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4개월 만에 다시 증가한 것도 달러화에 대한 압박을 가중시켰다. 코로나 19의 지속적인 확산으로 노동시장의 회복이 다시 정체에 빠졌고 소비자 수요를 크게 위축시켰기 때문이다.

미국의 코로나바이러스 환자는 23일 현재 400만 명을 넘어섰으며 시간당 평균 2600명의 감염자 발생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기록이다.

23일 오후 거래에서 달러 지수는 94.801로 다시 0.14% 떨어지며 2018년 9월 말 이후 거의 2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세계 달러 자금난으로 수요가 급증해 최고치까지 올랐던 지난 3월 20일 이후 8% 가까이 하락했다.

달러 지수는 이번 주에도 1.3% 하락하며 5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미국 정부가 미 달러의 통화 안정성을 지킬 것이라고 밝힌 뒤 달러화는 잠시 강세를 보였다. 백악관 관리들과 상원 공화당 지도자들도 미국 경제를 회복하기 위한 새로운 지원책(5차 부양안)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일본 엔화에 대해서도 달러는 0.37% 하락한 106.788엔을 기록했다.

스위스 프랑에 대해서는 0.46% 내린 0.9252프랑을 기록해 4개월 내 최저치로 떨어졌다.

유로화는 23일 오전 1.1609달러로 0.34% 상승해 21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호주 달러화는 달러화 대비 15개월 만의 최고치에서 0.46% 떨어진 0.7107달러로 후퇴했고 뉴질랜드 달러화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전날 0.6678달러에서 0.41% 하락한 0.6636달러로 떨어졌다.

중국의 역외 위안화는 7.0113위안으로 다소나마 손실을 회복했다.

중국은 미국이 지난 21일 휴스턴 영사관을 폐쇄 요구가 양국 관계를 ‘심각하게 해쳤다”며 보복을예고했다.

달러 약세 계속 이어질 것

월가에서는 미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UBS에 따르면 미국, 인도, 브라질 등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계속 확산되고는 있지만 경제 봉쇄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안전자산(달러 등) 선호가 점점 감소하고 있다.

또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이례적인 공격적 통화 완화 정책으로 인해 미 국채 금리가 급락해 상대적으로 달러에 대한 투자 매력도 감소했다. 해외 투자자의 달러 수요가 줄었다는 의미다.

국채 2년물 기준으로 220bp에 달하던 미국과 독일 국채간 스프레드는 현재 80bp 수준으로 좁혀졌다.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점도 달러 약세를 부추길 수 있다.

달러화 약세는 세계의 투자 지형을 바꿀 수도 있다. 달러가 약화되면 미국외 자산이 주목을 받으며 가격이 오른다. 실제 미 증시는 일부 기술주를 제외하면 지난 6월 초부터 박스권에 정체되어 있는 상황이다. 최근 중국 독일 등 해외 증시의 수익률은 미 증시를 이미 추월했다.

금값도 5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23일 온스당 1890달러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치인 2011년 8월 22일의 1891.90 달러에 1.90달러 차이로 접근했다. 국제 유가는 이날 미국의 실업률 상승으로 WTI 9월 인도분이 전날보다 1.98% 떨어진 41.07달러를 기록했지만 어느새 3월 초 수준을 회복했다. 원유는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가격이 오른다. 구리 등 다른 원자재 가격들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