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국과 중국이 코로나19, 홍콩 국가보안법 이슈를 중심으로 전방위적 충돌을 거듭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미국이 중국을 대상으로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하라 요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 요구를 두고 실질적인 위협을 피하면서도 강경한 모습을 보이려는 정치적 포석이라는 말도 나오지만, 외교가에서는 미국의 방침 자체를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기술굴기를 상징하는 화웨이가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 이어 로버트 스트레이어 미국 국무부 사이버·국제통신정보정책 담당 부차관보가 22일(현지시간) 화웨이와 거래하는 LG유플러스의 사명까지 거론하며 거래 중단을 촉구했기 때문이다.

비운의 화웨이?
화웨이는 중국의 기술굴기를 상징하면서, 동시에 미중 갈등 최전선에 노출된 바 있다. 실제로 무역전쟁 초반 미국 정부는 중국 ZTE에 이어 화웨이에 대한 맹공을 퍼부었으며 지금도 강력한 압박은 현재 진행형이다. 

현재 미국 기업과 화웨이의 거래는 차단됐으며 심지어 제3국을 통한 화웨이 반도체 수급도 미국 정부의 강경책에 막히고 있다. 화웨이의 오랜 동맹이던 대만의 TSMC도 화웨이와의 거래 단절을 선언한 상태다.

화웨이의 위기가 커지는 가운데, 최근에는 화웨이 5G 장비 배제에 나서는 나라도 많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영국이다. 영국은 미중 무역전쟁 당시만 해도 미국의 압박을 무시하고 화웨이 5G 장비 구축에 나섰으나, 코로나19가 창궐하며 화웨이와 맺은 5G 동맹은 백지로 돌아갔다. 브렉시트에 나서는 영국이 홀로서기에 나서려면 미국의 지원이 절실한데다, 홍콩 국가보안법 사태를 기점으로 영국과 중국의 갈등이 커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프랑스도 화웨이 배제에 나섰다. 로이터는 23일 프랑스 정부가 화웨이 5G 장비 면허 갱신을 거부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유럽의 연이은 화웨이 단절은 미국의 압박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으며, 미국은 끈질기게 화웨이와 중국 공산당의 밀월을 강조하고 있다. 소위 백도어 논란이다. 다만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은 화웨이가 정말로 백도어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 눈치는 아니다. 이 보다는 미국의 압박을 받는 화웨이가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어 제대로 된 5G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이 조차도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하고 있으나, 유럽이 화웨이를 배제하기 시작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 출처=화웨이

LG유플러스로 튄 불똥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커지는 한편, 미국은 지속적으로 동맹국을 대상으로 화웨이 배제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불똥은 한국의 LG유플러스로 튀었다.

LG유플러스는 5G 인프라 구축에 있어 일부분을 화웨이에 의존하고 있다. 전 부회장인 이상철 현 화웨이 고문 시절부터 밀접한 협력을 다졌던 상황에서 5G 시대를 맞아 가성비 좋은 화웨이 장비를 통해 일발역전을 노리기 위함이다. 그러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방관에 이어 스트레이어 부차관보까지 LG유플러스라는 사명까지 거론하며 화웨이와의 협력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자 일이 커지고 있다.

외교부는 일단 정중동이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민간부문의 장비 도입은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LG유플러스도 이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화웨이는 곤혹스러운 눈치다. 역시 별도의 입장은 나오지 않았지만 미 국무부에서 고객사인 LG유플러스의 사명까지 거론되자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어떻게 봐야할까
미국의 주장처럼 화웨이가 백도어를 운영하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 한 때 영국 보다폰에서 화웨이 백도어가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는 했으나 이는 추후 사실무근으로 확인됐다. 결국 미국은 중국의 기술굴기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화웨이 압박에 나서고 있으며, 동맹국을 대상으로 화웨이 장비 배제를 요청하며 중국 기술굴기의 손발을 묶으려는 전략적 포석을 쌓는 것으로 보인다.

냉정한 상황판단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한국은 지정학상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미국은 우리의 동맹국이지만 중국은 우리의 인접국이며, 우리와 많은 교역을 하는 중요한 무역 대상국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두 나라 모두 세계 1, 2위를 다투는 패권국이다. 때문에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은 매우 농후하다. 단순히 미국이 싫어서, 중국이 싫어서 중요한 판단을 덜컥 해버릴 경우 당장은 속 시원할 수 있겠지만 추후 고통받는 것은 우리의 아버지, 친구, 가족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관점에서 화웨이 배제 논란을 관찰하면, 결국 철저한 이해득실을 따져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최근 화웨이 배제를 선언한 영국의 사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17일 업계 및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올리버 다우든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체육부 장관이 지난 14일 하원에 출석해 화웨이 장비 제거에 약 20억파운드(약 3조290억원)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가운데 안드레아 도나(Andrea Dona) 영국 보다폰의 네트워크 총괄은 화웨이 통신 장비를 대체하는데 수십억 파운드를 쏟아 부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하워드 왓슨(Howard Watson) BT 최고기술책임자(CTO)도 자국 정부의 화웨이 배제 방침에 “5G 전국망은 물론 4G와 2G 고객들에게 블랙아웃을 불러올 뿐"이라 경고하기도 했다. 결국 피해는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는 구조며, 선택은 냉정해야 하며 이해득실은 날카로워야 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친 화웨이로 돌아서기에는 미국 리스크가 너무 크다. 결국 둘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을 찾으며 철저하게 '우리의 상황'만 따져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미국의 압박을 버텨내며 화웨이와의 연결고리를 바탕으로 절묘한 균형잡기를 시도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긁어 부스럼'만 일으키지 않으면 의외로 일은 간단히 풀릴 수 있다. 미 국무부의 공식발언이 나온 배경은, 한국 언론사 특파원이 현지에서 굳이 LG유플러스를 거론하며 질문을 했기 때문이다.

▲ 구글 지도. 출처=갈무리

불편한 진실
이번 사태를 돌아보며 한 가지 불편한 진실과도 마주할 필요가 있다.

미 국무부의 LG유플러스 발언은 화웨이 배제에 나서는 미국의 압박이 한국에도 쏟아지고 있으며, 최근 그 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문제는 적정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그 압박의 강도를 두고 '선을 넘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 외교부의 방침대로 민간기업의 장비 활용은 전적으로 민간에 맡겨져야 하며, 이를 외국 정부가 강제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이 명령하면 한국의 기업은 무조건 따라야 하는가. 아니다. 결정은 한국이, 한국 기업이 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구글 지도 반출 논란을 떠올리기도 한다.

지난 2005년 구글의 위성지도 서비스인 구글 어스에 청와대를 비롯해 한국의 민감한 군 시설이 대거 공개되는 일이 벌어졌다. 깜짝 놀란 정보 당국은 구글에게 모자이크 처리 등을 요청했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실상 구글이 한국 정부를 무시한 셈이다.

본격적인 지도 반출 논란은 2010년 벌어졌다. 한국 정부의 민감한 정보 모자이크 요청을 지속적으로 무시하던 구글이 서비스 고도화를 이유로 도리어 한국 정부에 지도 반출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즉각 거부했으나 2016년 구글은 재차 동일한 요청을 했다. 한국 정부의 요청은 무시하면서도 본인들에게 필요한 정보는 받겠다는 후안무치의 전형이다.

구글 지도 반출은 끝내 불허됐으나, 당시 미국 정부의 한국 정부에 대한 압박은 상상을 초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구글이 프랑스와 이스라엘 등의 구글 어스 데이터에는 민감한 정보를 가리면서 한국은 버젓이 민감한 정보를 노출하고 있어 재차 논란이 된 바 있다. 프랑스와 이스라엘의 민감한 정보는 지워주면서 한국에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외치는 구글의, 미국의 방식이다.

구글 지도 논란은 현재 LG유플러스까지 불똥이 튄 화웨이 논란과 꼭 닮았다. 미국은 아무렇지도 않게 한국 정부와 민간기업에 압력을 가하고 있으면서도 한국의 요청은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한국에서 굳이 논란을 일으키며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행위까지 벌어지는 중이다. 

앞으로 우리가 어떤 판단을 내리든, 지금 생생하게 보여지고 있는 불편한 진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