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의 핵심은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그리고 사회 안전망 구축이다. 이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가 아닌 코로나19로 촉발된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기 위한 승부수로 풀이된다. 코로나19로 우리가 앞으로 겪어야 할 미래가 압축적으로 펼쳐진 가운데 한국판 뉴딜은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적 포석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우리가 맞이해야 할 시대가 코로나19로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닥쳐온 셈이다. 정부는 그 중심에서 180도 회전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대응책에서 일종의 속력을 내는 방식으로 한국판 뉴딜을 발표했다.

이에 대한 시장의 다양한 반응이 나오는 가운데 자의반 타의반으로 가장 민감한 로드맵을 보여주는 곳이 바로 네이버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한국판 뉴딜 국민 보고회에 등장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상공인과 사회 초년생을 위한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었다”면서 “인터넷을 통해 상권이 전국으로 확장되고,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도 가능해질 것”이며 디지털 뉴딜에 따른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화두를 던졌다.

다만 글로벌 공룡기업에 맞서 치열한 방어전을 치르는 한편 외부로의 원정까지 과감하게 단행하는 가운데, 앞으로 나아가려는 네이버와 여러가지 현실적인 문제로 이를 막아서는 내외부의 태클이 최근 난무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거침없는 질주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가 GIO(글로벌 최고경영자)로 변신해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는 가운데, 이미 성과는 나오는 중이다. 특히 인공지능 영역에서 성과가 많이 나오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AI벨트를 구축해 미국과 중국에 대항하려는 큰 그림이 가동되는 한편, 최근에는 그 벨트의 스펙트럼에 베트남까지 포함시키는 쾌거를 올렸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지난 16일 글로벌 AI 연구 벨트의 파트너로 베트남에서 최고의 권위를 갖춘 하노이과학기술대학과 협력한다고 밝힌 대목이 의미있는 이유다.

네이버의 쾌속질주는 계속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에 1000억원대 투자를 바탕으로 2대 주주로 올라서는 장면도 눈길을 끈다. 네이버가 이번 투자를 통해 K-POP 비즈니스에 나설 것이라 보는 시각은 없다. 네이버는 강력한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콘텐츠 전반의 강력한 시장 장악력을 키우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려는 '더욱 큰 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금융 경쟁력도 커지는 중이다. 네이버 파이낸셜을 중심으로 빅테크 전반을 노리는 강력한 직진본능을 보여주는 한편 이커저스 전반의 체력도 키우고 있다. 그 중심에는 네이버페이를 중심으로 하는 검증된 인프라가 탄탄하게 자리한 상태다.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은 21일 한국인이 올해 상반기 ‘네이버’에서 결제한 금액이 12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독보적이다.

의욕적으로 키우는 커머스 인프라에 CJ 대한통운과의 만남으로 대표되는 물류 인프라 확충, 나아가 플랫폼 전반의 구독경제 모델인 네이버 멤버십 플러스의 가동과 이에 기반한 다양한 콘텐츠 전략은 네이버의 전체 플랫폼 전략이 가장 강력한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 수렴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원적 경쟁력인 검색을 통한 중앙집중형 인프라에 다양한 콘텐츠, 커머스 인프라, 강력한 콘텐츠 및 금융 경쟁력이 일사분란하게 가동되는 분위기다. 심지어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은 신개념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서비스인 '뉴로클라우드(Neurocloud)'까지 출시하고 나섰다.

과거에는 보안에 덜 민감한 소규모 시스템 단위에 클라우드를 적용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엔터프라이즈에서 핵심 코어 기간계 등을 클라우드로 전면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 따른 클라우드 요구 사항도 훨씬 더 다양해지고 복잡해지고 있으며, 이러한 엔터프라이즈들의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위해 '뉴로클라우드'를 출시하게 됐다는 것이 NBP측의 설명이다.

인공지능부터 데이터, 네이버랩스의 경쟁력과 생활밀착형 서비스의 모든 것이 더해지는 중이다.

여기에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해 미국과 중국의 ICT 패권에 대항하고 골목상권과의 협업으로 상생의 프레임을 짜는 것도 잊지 않는다. 네이버는 지난 22일 온라인 시장 장보기 서비스인 '동네시장 장보기'의 2분기 주문량이 전년 동기 대비 12.5배 증가했고, 6월 한 달간 주문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배 늘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데이터는 네이버의 글로벌 전략에 가장 중요한 연료가 된다.

▲ 네이버의 AI벨트가 베트남을 품었다. 출처=네이버

커지는 존재감, 커지는 논란
네이버의 광폭행보가 이어질수록 이와 비례해 논란도 커지고 있다. 특히 네이버가 강력한 생활밀착형 플랫폼을 추구하며 빅테크 시장에서 의미있는 행보를 보이자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선불한도 확대와 마이데이터 사업 과정에서 불거진 신경전이 대표적이다.

기존 금융권은 빅테크의 중심에 선 네이버의 성장을 우려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3일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 등과 만나 현안을 논의한 가운데 네이버의 빅테크 존재감을 주요 화두로 삼은 이유다.

강력한 플랫폼 경쟁력 자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 상담 플랫폼 ‘지식인 엑스퍼트’에서 시작된 네이버와 변호사업계 간 갈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네이버는 자사의 포털 존재감을 키워낸 최강의 무기인 지식인 서비스 확장판 '네이버 엑스퍼트'를 의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네이버와 같은 생활밀착형 플랫폼을 통해 전문가들의 정제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이런 가운데 네이버는 지난 3월 엑스퍼트에 법률 상담 카테고리를 추가하며 논란이 됐다. 법률 서비스 알선을 플랫폼이 유료로 운영한다는 비판이다.

김정욱 전 한국법조인협회 회장이 지난 4월 전국 최대 지방변호사 단체인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네이버를 신고한 후 김평호 여해법률사무소 대표가 네이버가 자사의 네이버 엑스퍼트 법률 상담 카테고리를 운영하며 5.5%의 수수료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 서울동부지검에 한성숙 네이버 대표를 고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변호사단체가 네이버 엑스퍼트 법률상담에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일선 변호사들이 나선 셈이다.

네이버는 수수료에 대해 "엑스퍼트 결제수수료는 결제 서비스의 대가며, 네이버가 결제 플랫폼과 맺은 협상의 결과"라면서 "변호사법 34조에서 말하는 알선의 대가가 아닌 최소 운영비"라고 반박했으나, 논란은 지금도 커지고 있다.

보험쪽에서도 논란은 터졌다. 네이버파이낸셜의 자회사인 ‘NF보험서비스’가 하반기 자동차보험 비교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인 가운데 보험사에 가입금액의 11%를 내놓으라고 공지하자 역시 논란이 커지는 중이다. 공익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보험다모아’가 이미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운데 네이버가 비슷한 서비스를 시작하며 유료화를 추구한다는 비판이다.

20일에는 민감한 개인정보와 관련된 논란도 나왔다. 네이버가 주민번호와 아이핀, 신체사이즈 등 개인의 민감한 정보를 사용자의 명확한 동의없이 수집, 관련 데이터를 홍콩으로 이전한 가운데 해당 데이터가 홍콩 국가보안법을 통해 중국 당국의 손에 고스란히 들어갈 것이라는 우려다.

▲ 출처=갈무리

몸부림의 경제학?
네이버는 국내 포털 시장을 평정했고, 현재 가장 강력한 ICT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그런 이유로 국내 다른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 네이버는 공룡으로 비쳐질 수 밖에 없다. 최근에는 그 영역이 기존 금융권 등 거대 사업자의 영역으로 뻗어가며 네이버 공룡의 이미지는 더욱 극대화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보면 네이버는 공룡이 아니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진짜 글로벌 공룡들이 국경을 오가며 강렬한 비즈니스를 펼치는 가운데 네이버는 일종의 삼별초와 같은 약한자들의 저항으로 수렴된다. 미국과 중국에 대항하는 유럽-아시아 AI 벨트를 추구하는 이유다. 어차피 ICT 플랫폼 시대는 국경의 의미가 없으며, 온전히 현재 가지고 있는 리소스만으로 맞상대를 펼쳐야 한다.

네이버의 딜레마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네이버는 국내는 평정했으나, 글로벌 시장을 보면 네이버는 아직 '꼬마'다. 이런 상황에서 진짜 글로벌 '거인'들은 국경을 오가며 네이버를 압박하고 있으며 이에 네이버는 살아남기 위해 이들과 싸우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국내의 '고인물'들에 발목을 잡히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네이버의 국적이 한국인 관계로 정부의 규제까지 받는다. 지난 10일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국회에서 "구글과 일대일로 경쟁해 이길 수 없다. 규제가 같은 기준으로 실행됐으면 한다"는 작심발언을 내놓은 배경이다.

어떤 상황판단이 필요할까. 관점의 차이가 절실하다.

정부가 한국판 뉴딜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의 압축적인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로 결정했다면, 이를 가장 적절하게 할 수 있는 플레이어에게 맡기는 것이 옳다는 말이 나온다. 그 선두주자가 네이버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의 반칙만 엄격하게 걷어내고 새로운 시대에 따른 새로운 가이드 라인을 설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홍콩 국가보안법을 이유로 이미 싱가포르로 데이터를 옮긴, 그래서 네이버의 데이터가 중국에 넘어간다는 성립되기 어려운 주장을 남발하는 것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망상소설에 가까운 차이나 게이트와 같은 검증되지 않는 의혹을 남발하는 것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는 일이다.

네이버가 변화의 마중물이 되어 국내 시장의 변화를 끌어내고, 네이버가 마음껏 싸울 수 있게 길을 열어줘야 한다.

외계인과 전쟁이 터졌다고 상상해보자. 외계인들은 지구인들의 과학기술을 훨씬 뛰어넘는 하이 테크놀로지로 무장해 고작 실탄만 날리는 지구방위대를 대상으로 무시무시한 레이저빔을 쏘아낸다. 그 순간 지구방위대 일원 중 하나가 외계인들의 레이저빔에 대응할 수 있는 비슷한 수준의 무기를 개발했다. 이를 가동해 당장 우리의 가족을 해치는 외계인들에 반격하려는 순간, 실탄을 만드는 방위업체들이 "지구인들이 외계인들이 사용하는 레이저 무기를 개발하면 기존 시장이 다 죽는다"고 하소연하면 어쩌란 말인가.

정부는 레이저빔을 개발한 기업이 외계인들과 마음껏 싸울 수 있게 보장해주고, 기존 방위업체들도 자연스럽게 실탄 대신 레이저빔을 개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장의 주도권을 쥔 레이저빔 개발업체가 실탄 방위산업체들을 대상으로 무리한 반칙만 범하지 않도록 해주자. 잡다한 이해관계자들을 걷어내면 의외로 답은 간단한 편이다. 다 같이 죽는것보다, 지금 당장은 아프더라도 다 같이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