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해결방법으로 추가 주택 공급에 주목하고 있다. 유휴지 확보와 용적률 상향 등으로 ‘티끌’을 모아 ‘태산’같은 주택 공급을 달성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대책이다. 이달 말에는  추가 주택 공급 방안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주택 공급의 대안이인 정비사업 완화 등에 대해 정부가 너무 경직된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티끌 모으기 나선 당정, 유휴지 확보·용적률 상향·공공재건축 등 유력
▲ 대치동 SETEC 부지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정부가 이달 7.10 대책 발표에서 소개한 추가 주택 공급 방안이 가시화되고 있다. 유휴지를 활용한 공급방안에서 최근 거론되는 지역은 강남구 대치동의 서울무역전시장(SETEC)과 삼성동의 서울의료원 강남 분원 부지, 개포동의 서울주택도시공사 부지와 구룡마을 일부, 잠실 유수지 행복주택 시범지구 등이다.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SETEC과 인근 동부도로사업소 부지를 활용하는 경우 최대 7000여세대, 이전 예정인 서울주택도시공사 부지는 2000여세대, 구룡마을의 경우 4000여세대 정도를 공급할 수 있다. 다만 아직 유력 후보 수준에 그친 정도라 해당 일대가 개발될지, 얼마나 공급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각종 국책연구기관 부지도 공급예정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로 강남권인 서초구 반포동의 통일연구원, 옛 한국교육개발원 부지, 우면산 일대 서울연구원과 서울시 인재개발원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강남 시장에 대한 높은 선호와 실제 부지 면적 등을 종합하면, 해당 방안 역시 공급난 해갈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는 한국교육개발원 부지에 공급할 수 있는 가구 수를 총 350여가구 수준 남짓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가 공공부지와 함께 서울 각지의 노후 공공 임대아파트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해당 단지들을 재건축하되 용적률을 상향해 공급량을 늘리겠다는 의도다. 방식은 ‘공공 재건축’이 유력하다. 지난 10일 국토교통부 등은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서울주택도시공사 등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공공 재건축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용적률도 상향 이외에 일반 재건축보다 간소화한 절차를 도입하고 분양가상한제 등 제외 등의 인센티브도 도입할 예정이다. 공공재건축을 도입하는 경우 상당수 이상의 공급 물량은 공공임대주택 등 형식으로 기부채납 해야 한다는 점에서 실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민간 재건축 완화 병행돼야 효과 볼 것”

전문가들은 공공부지나 공공임대 아파트 등을 활용한 공급 방식은 투기 유입 등 시장에 대한 부작용이 적고, 국유지 등은 보상 절차 등이 없어 빠른 공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민간이 공급하는 정비사업과 함께 병행되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 내 정비사업 추진으로 향후 공급 가능한 세대수는 7만여 가구에 달한다.

▲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정부는 현재까지 기존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통한 주택 공급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7월 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의 유예기간도 예정대로 종료된다.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론이 난 초과이익환수제 등 역시 본격적으로 시장에 적용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지난 10일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반면 서울시는 민간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 조금 더 전향적이다. 실제 그린벨트 해제 논의가 진행되던 지난 15일 서울시 일각에서는 그린벨트 해제 대신 서울 도심지 등 민간 재건축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도심지에는 주택을 지을 땅이 사실상 없다. 결국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수요자가 선호하는 지역에 주택이 공급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기존의 일반 재건축·재개발 완화를 통해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다”라고 지적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 역시 “서울의 집값 상승시기와 패턴을 보면 과거 서울시가 뉴타운 계획 등을 전면 해제한 시점과 비슷하다. 결국 시장 수요가 있는 곳에 재개발, 재건축을 통한 공급 확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유럽이나 호주 등지 역시 주택공급을 위해 규제 완화와 용적률 상향 등의 고밀화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2015년 독일 연방정부는 '주택공급 종합 대책 발표'에서 개발 유도와 고밀화를 함께 추진했다. 이를 위해 건축법과 건물 이용 법령을 단순화하고 도시 내부 개발과 고밀화로 인구 수용 촉진을 유도했다. 영국 역시 주택 개발 인허가 단계를 완화하는 추세다. 호주도 주택의 용적률을 높이는 동시에 역세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인허가를 확대하는 정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에 소극적인 이유는 투기 수요 유입으로 인한 주택 가격 상승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서울시가 민간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다는 시그널을 보여주자 최근 대치동 ‘은마 아파트’ 등 노후 아파트의 호가가 다시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서진형 교수는 “정비사업으로 인한 가격 상승과 투기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를 위해서 재건축 등을 하더라도 주택의 건폐율은 낮추고 바닥면적을 줄여 공원용지나 도로용지로 확보해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대신, 그만큼 용적률을 상향해 조망권과 일조권을 확보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