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서울 중저가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고강도 부동산 대책으로 매수심리 안정화의 조짐이 보이지만, 강북권과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6억원 이하 아파트 값 상승은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고가 아파트가 많은 강남권 집값이 상승폭을 줄여가는 와중에도 이들 지역은 상승폭을 키우면서, 서민들의 내집마련 의지를 억누르고 있다. 

▲ 남한산성 정상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이코노믹 리뷰 박재성 기자
강남 고가 주택 잡으려다, 중저가 불똥

2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 SK북한산시티 전용면적 84㎡아파트는 지난 10일 7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초만 해도 5억3000만원 수준에 매매가 이뤄졌지만, 순식간에 2억원 상당 올랐다. 은평구 진광동 은평뉴타운 꿈에그린 59㎡은 지난 11일 7억3000만원에 실거래되며 가장 높은 가격대를 형성했다. 지난해 호가가 4억원 상당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된다.

두 단지 모두 단기간 가격이 오르며, 보금자리론을 통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70%까지 적용될 수 있는 6억원 이하 구간을 벗어났다. 그러나 대출 여력이 줄어든 이후로도 호가는 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 공인중개업소는 "대책이 발표되고 호가가 쫓기듯이 오르고 있다"면서 "올해초엔 (수요가) 9억원 아래 매물들이었는데, 지금은 6억원도 마찬가지다"고 전했다. 

▲ 서울 강남권과 강북 일부 지역 아파트매매가격 주간변동률. 자료=KB부동산 리브온

서울에서는 고강도 대책으로 매수심리가 조금씩 안정되면서, 강남 아파트값은 상승폭을 줄였다. 그러나 중저가 아파트가 자리한 강북권과 외곽 지역은 여전히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KB부동산 리브온의 서울 매수수요를 반영한 매수우위지수는 이번주 133.0으로 전주(136.5)에 이어 2주 연속으로 감소했다. 강남권의 상승률도 두달만에 감소하며 0.65를 기록했다. 

그러나 강북구의 상승률은 1.38%로 전주보다 두배 남짓 격차를 키웠다. 도봉구와 노원구도 각각 1.16%, 0.88%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대책이 나오면 집값이 오른다는 학습효과가 자리한 가운데 실수요자의 매수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균표 KB리브온 부동산정보팀 차장은 "도봉구는 7·10 대책 발표 이후 세금 부담과 신규 주택공급 부족 등으로 다주택자들의 갭투자 유입은 줄었지만, 실입주자와 예비실입주자들의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6억원 이하 아파트, 7·10대책 풍선효과 우려도

서울 중저가 아파트의 인기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달 발표된 7·10 대책에는 실수요자의 내집마련을 위해 대출 자격을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앞서 보금자리론으로 LTV 70%까지 적용되는 가운데, 문을 조금 더 열어준 것이다.   

이번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서울에선 6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연 소득이 8000만원 이하을 충족하면 LTV가 10% 가산된 50%가 적용된다. 또한 생애최초 구입자라면 연소득 9000만원까지 가능하다. 기존보다 1000만원 상당 완화된 기준이다. 

앞서서도 중저가 아파트는 대출 규제의 영향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발표된 부동산 대책이 유발한 풍선효과다. 여경희 부동산 114 수석연구원은 "12·16 대책이 발표되면서 가격 구간별로 대출 규제가 강화돼, 중저가 아파트가 모여있는 서울 외곽지역의 아파트 거래가 늘고 가격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에선 6억원 이하 주택이 가파르게 줄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7월 셋째주 기준 아파트 매매 구간별 비중은 6억원 이하의 경우 27.72%(34만6859가구)에 불과하다. 두달 전인 지난 5월엔 30%를 넘어섰던 것과 비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