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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판] 임대차계약 종료 후 임차인 계속 건물 점유 적법한가?

# A학교법인은 B주식회사와 체결한 식당 임대차계약 기간이 끝나기 전 B주식회사에 “임대차계약이 종료될 예정이니 임대차계약에 따른 원상회복을 이행해 달라.”는 통지를 하면서, 임대차계약기간 중 연체한 차임 등을 공제한 임대차보증금을 B주식회사를 위하여 공탁 하였습니다. 이에 B주식회사는 A학교법인을 상대로 그 동안 식당에 지출한 비용을 상환해 줄 것을 소송으로 청구하면서 임대차계약기간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식탁, 집기류 등 장비를 그대로 둔 채 식당을 점유하였습니다. 이 경우 과연 A학교법인은 B주식회사에 대하여 임대차보증금을 공탁한 이후 B주식회사가 건물을 A학교법인에 돌려주기까지 식당을 무단 점유하며 사용하고 있는 것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을까요?

임대차는 일상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계약의 유형임에도 불구하고, 임대차의 법리를 제대로 이해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특히 임대차계약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이 임대차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경우에 임차인은 계속 건물을 점유하며 사용해도 될지에 대하여 고민을 하게 됩니다. 민법상 임대차는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목적물을 사용, 수익하게 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이에 대하여 차임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효력이 생기는 계약입니다(제618조). 쉽게 말해 임대인은 임차인으로부터 차임을 받는 대신 목적물을 빌려줘 사용, 수익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차임을 지급하는 대신 약정한 기간 동안 목적물을 사용, 수익할 수 있는 것입니다. 임대차보증금 역시 차임의 일종으로 해석이 되는데, 이에 대법원은 임대차계약의 종료에 의하여 발생된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임대차목적물을 반환할 의무’와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연체차임 등을 공제한 나머지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할 의무’는 상호 대가관계로서 동시에 이행이 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즉, 임대인이 나머지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의무를 이행하거나 적법한 이행제공을 하지 않는 이상, 임차인이 임대차목적물을 임대인에게 돌려주지 않고 임대차목적물을 계속 점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임차인은 임대인에 대하여 임대차목적물반환을 지체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지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대법원 1998. 5. 29. 선고 98다6497 판결 참조). 민법에서는 이렇듯 대가관계에 있는 쌍방의 의무가 동시에 이행되는 관계를 ‘동시이행관계’라 합니다. 가령,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팔 때 물건을 받음과 동시에 대금을 지불하는 것이 전형적인 동시이행관계의 예인 것이죠.

다시 사례로 돌아와 임대인인 A학교법인은 임대차보증금 중 연체차임 등 임대차와 관련하여 생긴 모든 채무를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임차인인 B주식회사에게 지급하겠다는 의사로 공탁을 하였습니다. 임대인인 A학교법인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의무를 다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임차인인 B주식회사 역시 임대인인 A학교법인이 자신을 위하여 임대차보증금을 공탁하였다는 통지를 받음과 동시에 자신이 임차하여 사용하고 있던 식당 건물을 반환해야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B주식회사는 오히려 그 이후에도 건물을 계속적으로 점유하며 식당으로 사용, 수익했습니다. A학교법인이 자신의 의무인 ‘임대차보증금 반환 의무’를 다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B주식회사는 자신의 의무인 ‘식당 건물 반환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으므로, B주식회사는 그 시점 이후로는 불법적으로 식당 건물을 점유하는 것이 되어 A학교법인은 B주식회사를 상대로 건물 반환을 지체하는 것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한 것입니다. 이 경우 A학교법인이 청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B주식회사가 식당 건물을 불법점유한 동안의 차임에 해당하는 금액이 될 것입니다.

▲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출처 = 뉴시스

만약 사안을 바꾸어 임대인인 A학교법인이 임차인인 B주식회사에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는 어떨까요? 이 경우 임차인 B주식회사는 임대인 A학교법인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의무가 이행되지 않아 자신의 식당 건물 반환의무도 이행되지 않아도 된다고 항변을 하며 임대차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적법’하게 사용, 수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의 사용, 수익은 불법이 아니어서 임대인 A학교법인으로부터 손해배상청구를 당하지 않는다는 뜻이지, 점유 기간 동안 무료로 이를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즉, 이 경우에도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점유 기간 동안 차임에 해당하는 금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하는 것입니다. 다만, 사안과 다르게 임차인이 ‘실질적으로 사용 수익’하지 못하고 ‘점유’만 하는 경우, 가령 임차인이 식당에서 집기를 빼서 외부로 반출시키지는 않아 형식적으로 점유는 하고 있지만, 식당 영업을 하는 등 건물을 실질적으로 사용 수익하지는 않는 경우라면 임대인인 A학교법인은 그 기간에 대하여 B주식회사에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 할 것입니다(대법원 1998. 7. 10. 선고 98다15545 판결).

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20.07.24  07: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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