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전경<사진제공=통인화랑>

카뮈는 외부세계를 관습이 아닌 ‘그것 자체’로 접촉할 때 생기는 ‘생소함’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이것이 내가 ‘낯설음’이라고 말하는 느낌에 대한 가장 적합한 설명이라고 생각된다.

“(생소함이란) 즉 세계가 조밀한 것이라고 깨닫는 것, 하나의 돌이 얼마만큼 낯설고 우리에게 설명될 수 없는 것인가를, 그리고 자연과 하나의 풍경이 어떤 강도를 가지고 우리를 부정할 수 있는가를 엿보는 것 같은 일이다.

모든 아름다움의 밑바닥에는 비인간적인 그 무엇이 가로놓여 있다. 그리하여 이 언덕들, 다사로운 하늘, 이 나무들의 윤곽이 우리가 부여해왔던 허망한 의미를 단숨에 상실하며 이제부터는 잃어버린 낙원보다 더 먼 존재가 되는 것이다.

세계의 원시적인 적의가 수십 세기를 거쳐서 우리들에게 다시 밀어닥친다. 잠시 동안 우리는 이것을 깨닫지 못한다. 수세기 동안 우리가 미리 그것에 부여해 왔던 형상과 구도만을 이해하여 왔기 때문이며, 이제부터는 이러한 기교를 사용할 힘이 우리들에게는 없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세계는 그 자신으로 되돌아가기 때문에 우리에게서 벗어난다. 습관에 의해서 가면을 썼던 이러한 무대장치는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단 하나의 사실, 즉 세계의 조밀함과 생소함, 이것이 부조리인 것이다.”<알베르 카뮈, 시지프스의 신화 中>

▲ 전시전경<사진제공=통인화랑>

나의 작업은 늘 예기치 않은 대상과의 ‘우연한 맞닥뜨림’으로부터 시작한다. 그 순간, 형언할 수 없는 울림 같은 무언가가 나에게로 전해지고, 나를 사로잡는다. 그 다음과정은 집착의 연속이다. 사진에는 나와 있지 않은, 그러나 분명 거기에 있었던 그것을 담아내려고 무던히 애쓴다.

결국 세계의 외피를 닮은 결과물에 과연 그것이 담겼을지 반신반의하며, 다른 이들에게도 그 너머의 무언가가 전해져 그들을 사로잡기를 고대한다.

△글=이만나(이만나 작가,화가 이만나,MANNA LEE,LEE MANNA), 작가노트

△전시=통인갤러리(TONG-IN GALLERY), 통인옥션갤러리(TONG-IN Auction Gallery), ‘The Way Side’展, 1월4~29일 201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