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삼모사 정책, 국민을 원숭이로 아는가?”

“개인=증세, 외국인·기관=감세. 이거였구만.”

동학개미들이 단단히 뿔났다. 정부가 지난 22일 발표한 ‘2020년 세법개정안’을 놓고서다. 논란의 핵심은 오는 2023년 도입되는 주식 양도소득세. 현행 대주주(지분율 1% 또는 10억원 이상 보유)에 한해 부과하던 주식 양도세를 개인투자자까지 확대, 기본공제 금액 초과분에 대해 20%의 세금을 부과한다는 내용 때문이다. 가령 주식거래와 펀드투자를 통해 7000만원을 벌었으면, 기본공제액 5000만원을 뺀 2000만원에 대해 20%의 세율을 적용해 400만원의 세금을 내는 식이다.

이미 한 달 전 정부가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방향’을 밝혔을 때부터 주식 양도소득세는 ‘뜨거운 감자’였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 양도소득세에 증권거래세까지 더하면 ‘이중과세’라며 국민청원 운동을 펼치는 등 반발수위를 높였다. 일각에선 코로나19 대책에 따른 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구멍난 재정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꼼수 증세’를 벌인다는 말까지 등장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는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주식시장을 위축시키거나 개인투자자들의 의욕을 꺾어선 안 된다”며 진화에 나섰고, 5일 뒤 발표된 세법개정안에선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

주식 투자이익에 대한 기본공제 금액이 당초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또 현재 0.25%인 증권거래세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인하, 2023년에는 0.15%로 낮아진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당근’은 개인투자자들의 근본적인 분노를 전혀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올초 코로나19 여파로 주가 폭락과 함께 국내증시가 사상 최악의 위기국면으로 치달았을 때 ‘동학운동’을 연상케 하며 증시안정화에 힘을 보탠 주체가 소액투자자들이다.

그런 그들이 한국증시의 민초 역할을 해내며 개미군단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정부의 이번 정책은 ‘조삼모사’로 비칠 여지가 다분하다. ‘거래세 감면’을 앞에 내세우고 ‘양도세 징수’로 세수를 늘리려는 정부의 꼼수가 보인다는 인식이 적지않기 때문이다. 

물론 엄밀히 따질 때 연간 5000만원의 투자수익을 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뿐더러, 이번 세법개정안에 따라 상당수 소액투자자들은 거래세 감면에 따른 현실적인 세 부담 효과를 얻는 건 사실이다. 정부가 밝힌 ‘전체 주식 투자자 600만 명 가운데 95%의 금융투자 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지 않는다’고 밝힌 내용을 근거해도 그렇다.

문제는 정부 정책에 대한 서민들의 불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개미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도 현행 5000만원인 기본공제금액이 향후 2000만원, 1000만원 등으로 언제든지 줄어들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를 품게 만든 장본인도 결국 정부다. 지금껏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정부는 설익은 대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서민들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주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여론의 역풍을 맞으면 바로 판을 뒤집어 수정 정책을 내놓는 상황도 비일비재했다. 이번 세법개정안이 또 언제, 어떤 상황에서 바뀔 지 여전히 불안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는 등이 가려운데 정부는 자꾸 배만 긁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