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국내 제조업 기업들이 코로나19에 글로벌 경기 하락이라는 이중고에 휘청이고 있다. 2분기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든 기업들이 많아지는 가운데, 특히 수출 기업들의 타격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 출처=이코노믹리뷰DB

첫 분기 적자 포스코부터 충격의 현대차까지
포스코가 2분기에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분기 별도 기준 매출액 5조8848억원, 영업손실 1085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첫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13조7216억원, 영업이익 1677억원, 순이익 1049억원을 기록하며 선방한 것처럼 보이지만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무려 84.3%나 쪼그라들었다.

주요 수출 대상국의 락다운과 경제활동 중단으로 판매량이 감소하는 한편 자동차를 비롯한 글로벌 사업이 위축된 것이 포스코의 후퇴를 끌어냈다는 분석이다. 3분기 철광석 가격 하락, 수출 물량 회복, 자동차 강판 판매량 증가에 기대를 걸고 있으나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현대제철도 3분기 연속 적자가 유력하고 동국제강과 세아베스틸도 2분기 영업이익 감소를 피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정유업계도 분위기가 나쁘다. 1분기 정유 4사의 총 영업손실이 무려 4조원대를 기록하는 가운데 2분기에도 여전히 1조원대 수준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이 각각 3386억원, 1144억원 수준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금융가에서 나오는 중이다. 

국제유가가 40달러 수준에 안착하고 있으나 정제마진이 도통 올라오지 않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심지어 정유업계가 7월 말까지 납부해야 할 유류세와 석유수입부과금은 3조원에 이르는 등 세금 리스크도 있다.

조선업계의 2분기는 실적 전망이 엇갈린다. 소위 '카타르 잭팟' 등 호재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나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통상 조선업계 실적은 사업과 실적 사이 차이가 큰데다, 아직 코로나19로 인한 쇼크는 제대로 오지 않았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등 대표 기업들의 경우 2분기 상당한 수준의 영업이익 감소가 불기피하다는 말이 나온다.

항공업계의 분위기는 묘한 편이다. 시장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과 같은 대형 항공사는 2분기 깜짝 실적을 거둘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19로 항공 여객 수가 전년보다 97% 이상 줄었으나 화물수송 수요가 늘어나 운임이 전년 대비 80%가량 늘었고, 유가는 낮아졌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2분기 약 180억원의 흑자전환이 유력하고 아시아나항공도 영업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이러한 현상은 단기적 처방일 뿐 장기적인 대응은 아니다. 당분간은 화물 특수를 기대해볼 수 있으나 항공 여객 수요가 늘어나지 않으면 큰 틀에서 어려움이 배가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 불확실성마저 높아질 전망이다.

심지어 여객 수요에 크게 의존하는 저비용항공사 LCC들은 대형 항공사들의 화물 특수마저도 기대하기 어렵다. 일부 LCC는 당초 7월부터 국제선 운항을 재개할 생각이었으나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며 예정했던 계획을 접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 의사를 밝히고, 국책은행이 파산에 가까워진 이스타항공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심하는 상황까지 펼쳐지고 있다. 심지어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인수합병 과정에서 쌓인 앙금으로 인해 추후 소송전까지 벌일 태세다.

디스플레이 업계도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당장 LG디스플레이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매출 5조3070억원, 영업손실517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컨센서스(증권사 전망 평균치)가 매출 4조9253억원, 영업적자 4163억원 수준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실망스러운 성적이다.

LG이노텍도 우울하다. 2분기 매출 1조5399억원, 영업이익 429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전분기 대비 매출은 23.4%, 영업이익은 68.9% 감소했다. LG이노텍은 "계절적 비수기인 2분기에 코로나19 팬데믹까지 지속되어 시장의 불확실성이 컸지만 글로벌 일등 제품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거뒀다”고 자평했으나 시장에서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출 역군으로 불리는 종합상사들도 2분기 울상이다. LG상사는 2분기 30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0.3%나 줄어든 실적이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2분기 13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51.9% 주저앉았다. 현대종합상사는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으나 시장에서는 실적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분기 잠정 영업이익 134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3.2% 줄었다.

현대자동차도 2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매출 21조8590억원(자동차 16조565억원, 금융 및 기타 5조8025억원), 영업이익 5903억원, 경상이익 5963억원, 당기순이익 3773억원(비지배지분 포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9% 감소, 영업이익은 무려 52.3% 감소해 반토막 났다.

원화 약세의 우호적인 환율 환경과 개별소비세 인하, 노후차 교체 지원 등 국내 시장의 세제 혜택 효과를 비롯해 GV80, G80 등 신차 판매 호조 등의 요인이 긍정적으로 작용했으나 2분기는 물론 3분기에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2분기 실적과 관련해 “코로나19의 본격 확산에 따른 주요 시장에서의 이동 제한 조치 시행, 공장 가동 중단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지난해 2분기보다 크게 줄며, 이에 따라 판매 및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2분기 매출 11조 3688억원, 영업이익 1451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67.8%나 주저앉았다.

▲ 출처=LG

그나마 웃었던 곳도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제조업 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았으나, 네이버와 카카오 등 ICT 비대면 트렌드 기업들은 높은 실적을 거두며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네이버는 2분기 2259억원의 높은 영업이익을 기대하고 있으며 카카오는 2분기 기준, 1분기 대비 130% 가량 증가한 900억원 중후반대의 영업이익이 전망된다.

반도체도 분위기는 좋다. 삼성전자의 경우 2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2.73%, 1분기 대비 25.58% 상승한 8조1000억원이라 공시했으며 여기에서 반도체에서만 5조원 중반대의 영업이익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도 2분기 매출액 8조6065억원, 영업이익 1조9467억 원(영업이익률 23%), 순이익 1조2643억 원(순이익률 15%)을 기록했다고 23일 밝혔다. 증권가 컨센서스 1조7900억원을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 출처=삼성

제약 바이오 업계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분기 매출 3077억원을 기록해 전 분기 대비 48.5%, 전년 동기대비 294.0% 급증했으며 영업이익은 811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9.6% 올랐다. 제약업계도 실적악화는 보이지만 전반적으로는 양호하다. 다만 그 외 기업들의 실적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LG화학이 2분기 테슬라 효과로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전지 부문에서 최대 800억원대 영업이익이 점쳐진다. 다만 다른 부문의 영업이익은 다소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그 외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은 적자가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