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LG디스플레이가 23일 2분기 매출 5조3070억원, 영업손실517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컨센서스(증권사 전망 평균치)가 매출 4조9253억원, 영업적자 4163억원 수준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실망스러운 성적이다. 일각에서는 영업손실이 3000억원 수준에서 관리될 수 있다는 말도 나왔으나, 현실은 5000억원대다.

LG디스플레이가 2분기 우울한 성적표를 받았으나, 2분기 실적이 발표된 23일은 중국 광저우 OLED 공장이 모처럼 긴 침묵을 깨고 본격적인 기지개를 켠 날이기도 한다. 결국 관건은 '앞으로의 성적'이다.

▲ 정호영 사장. 출처=LGD

미로에 갇히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업계가 중국'발' LCD 박리다매 전략에 휘청이는 가운데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LG화학을 이끌었던 정호영 사장이 새로운 사령탑에 올랐다. 

그는 LG전자 영국 법인장을 거쳐 주요 계열사에서 CFO(최고재무책임자) 및 COO(최고운영책임자)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으며 2008년부터 6년 동안 LG디스플레이 CFO로 재직한 경험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실적 악화로 용퇴를 결심한 한상범 전 부회장을 대신해 경영 정상화 및 강도높은 체질개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조직도 변했다. LG디스플레이는 LCD TV 개발 조직을 통합하는 등 LCD 관련 조직을 축소했으며, 이에 따른 자원은 전략 사업인 대형 OLED 및 중소형 P-OLED 사업 분야로 전환 배치했다. CTO 산하 조직도 재편했다. 미래 디스플레이 개발에 필요한 선행기술 및 핵심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CTO 산하를 기반기술연구소 및 디스플레이 연구소 등 2개 연구소 체제로 재편하여 연구개발(R&D) 기능을 강화했다. 나아가 많은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며 회생을 위한 몸부림이 이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

2분기는 코로나19 이슈로 인한 TV 및 모바일용 패널 출하 부진에도 불구하고, 재택근무 및 온라인 수업 등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IT 제품용 패널 출하가 큰 폭으로 확대되며 전체 매출은 전 분기 대비 12% 상승해 일단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글로벌 수요 불확실성 및 전방산업 위축에 대응한 TV와 모바일용 패널의 생산조정으로 고정비 부담이 확대되고, 전 분기 대비 LCD 패널 판가가 하락하며 영업손실 폭이 커졌다. 당기순손실은 무려 5038억원, EBITDA는 4125억원(EBITDA 이익률 7.8%)를 기록했다. 부채비율 190%, 유동비율 81%, 순차입금비율은 91%였다.

▲ LG OLED TV. 출처=LGD

답은 하나
위기의 LG디스플레이가 미로를 탈출하는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다. 속도전에 기반한 체질 개선이다.

우선 2분기 판매 비중을 보면 코로나19 호재는 다수 보인다. 실제로 2분기 제품별 매출 비중 중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확대 영향으로 노트북, 태블릿, 모니터 등 IT용 LCD 패널이 전체 매출의 52%를 기록,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노트북 및 태블릿용 패널이 29%, 모니터용 패널이 23%를 차지했으며 모바일용 패널은 25%, TV용 패널은 23%를 기록했다. 

이러한 포스트 코로나 트렌드를 기민하게 따라가며 OLED로의 전환을 꾀하는 것이 유일한 정답지다.

LG디스플레이는 23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 첨단기술산업 개발구에 위치한 8.5세대(2,200mm×2,500mm) OLED 패널공장에서 LG디스플레이 정호영 사장을 비롯해 CPO(최고생산책임자) 신상문 부사장, 경영지원그룹장 양재훈 부사장, 중국 CO법인장 박유석 상무 등 주요 경영진과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양산 출하식을 갖고 본격적인 양산 체제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 중국 광저우 공장. 출처=LGD

당초 중국 공장은 올해 초 가동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등 기타 이슈로 그 일정이 늦어졌다. 이런 가운데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하며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물량 자체가 커진다. LG디스플레이는 이번에 원판 Glass 기준 월 6만장 규모의 광저우 OLED 패널공장이 양산에 돌입함에 따라 기존 파주에서 생산중인 월 7만장 규모의 양산능력에 더해 월 13만장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됐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대형 OLED 신규 공장으로 높은 효율성과 생산성을 갖춰, 초대형 및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한층 유리하다.

정호영 사장은 “대형 OLED는 LG디스플레이 미래 성장의 핵심 축”이라며 “광저우 신공장의 본격 가동으로 우리는 대형 OLED 사업의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 모두 가속화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이어 “본격 양산에 이르기까지 예기치 않은 대내외 변수들이 많았지만 이를 잘 극복하고 성공적인 양산체제를 구축해 낸 임직원들에게 감사하다”고 격려하고 “앞으로 더 높은 목표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며 “후발업체들과의 기술격차 확대와 제품 차별화 등을 통해 대형 OLED 사업의 리더십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OLED TV 연 1000만대 생산도 꿈이 아니다. 당장 고해상도의 48, 55, 65, 77인치 등 대형 OLED를 주력제품으로 생산할 계획이며 향후 시장수요 증가에 따라 현재 월 6만장인 생산능력을 월 9만장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파주와 광저우의 생산능력을 합쳐 1000만대의 OLED TV를 뽑아낸다면 시장의 판세를 단숨에 바꿀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OLED TV패널 출하량은 2020년 440만대에서 매년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2025년에는 12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생태계도 넓어질 전망이다. 2013년 LG전자를 시작으로 중국의 스카이워스, 콩카, 창홍, 하이센스, 일본의 소니, 도시바, 파나소닉, 후나이, 유럽의 필립스, 그룬딕, 뢰베, 메츠, 베스텔, 뱅앤올룹슨 등 유수의 업체가 OLED TV를 생산하는 가운데 LG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하는 OLED 동맹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이를 바탕으로 스마트폰용 플라스틱 OLED(P-OLED) 출하 확대, IT 등 고부가가치 LCD 제품 공급 확대 등으로 경영성과를 개선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P-OLED도 중요한 카드다. 하반기 계절적 성수기를 맞아 공급안정성 확보에 주력하고, LCD 사업은 차별적 경쟁력을 갖춘 IT용 패널을 중심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기회요인을 적극적으로 확대시켜 나간다는 전략이다.

LG디스플레이 CFO(최고재무책임자) 서동희 전무는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거시경제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으나, 이제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다고 본다”라며, “3대 핵심과제로 추진 중인 ‘대형 OLED 대세화’, ‘P-OLED 사업 턴어라운드’, ‘LCD 구조혁신’의 가시적 결과물을 하반기부터 점진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