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SK하이닉스가 2분기 매출액 8조6065억원, 영업이익 1조9467억 원(영업이익률 23%), 순이익 1조2643억 원(순이익률 15%)을 기록했다고 23일 밝혔다. 

증권가 컨센서스 1조7900억원을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일부 라인업에서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의 영향을 받았으나 코로나19로 촉발된 비대면 트렌드의 반사이익을 확실하게 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이에 따른 반사이익 대신 업황 악화 분위기가 더욱 고조될 수 있어 방심은 금물이라는 말도 나온다.

▲ 출처=SK하이닉스

삼성에 이어 SK하이닉스도 날았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호실적은 단기적인 관점의 메모리 반도체 업황 호조 반사이익으로 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시스템 반도체 기업보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상대적으로 부상한 현상과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메모리 반도체 강자 삼성전자의 경우 2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2.73%, 1분기 대비 25.58% 상승한 8조1000억원이라 공시했으며 여기에서 반도체에서만 5조원 중반대의 영업이익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마이크론이 3월부터 5월까지 총 54억3800만달러(6조4929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3.6% 상승세를 보이는 등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전반의 호조세가 강하다. 그 연장선에서 SK하이닉스도 2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서버 메모리 수요 강세로 우호적인 가격 환경이 조성됐고, 주력 제품의 수율 향상 등 원가 절감이 동반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 분기 대비 각각 20%, 143% 증가했다.

D램은 다소 부진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스마트폰 수요가 줄어들며 모바일 D램의 공급이 더뎠다는 평가다. 다만 코로나19의 대표적인 수혜 아이템인 서버와 그래픽 제품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 지난 분기 대비 출하량은 2% 증가했고 평균판매가격은 15% 상승하며 시장에 활기가 돌았다는 분석이다. 수요가 많아지면서 가격도 올라가는 겹호재다.

SK하이닉스가 최근 포트폴리오 비중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는 낸드플래시도 비상했다.우호적인 가격 흐름이 이어진 SSD 수요에 적극 대응해 낸드 사업 중 SSD 비중이 처음으로 50%에 육박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평택에 낸드플래시 공급 라인을 확충하고 중국 생산 전진기지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도 라인 확대를 통해 최근 낸드플래시에 더욱 집중하는 중이다. 그 효과가 서서히 발휘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분기와 비교할 때 출하량은 5% 증가했고, 평균판매가격은 8% 상승해 역시 겹호재를 맞았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분기 글로벌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은 136억달러로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8.3% 상승하는 등, D램과 비교해 다소 긍정적인 시장 팽창을 보여주는 중이다. 그 연장선에서 SK하이닉스가 보여줄 낸드플래시 존재감에 시선이 집중된다.

▲ 출처=SK하이닉스

미래는 정중동
코로나19로 메모리 반도체, 특히 서버 및 그래픽 라인업과 낸드플래시 시장 중심의 업황 호조가 이어졌으나 아직 축포를 터트리기는 시기상조라는 말이 나온다.

당장 코로나19의 비대면 트렌드가 당장의 업황 호조에 영향을 미치기는 했으나,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흘러갈 경우 공급망 자체에 타격이 있을 수 있다. 특히 모바일D램이 시장에서 큰 힘을 쓰지 못하는 장면이 눈길을 끈다. 일각에서는 하반기 스마트폰 수요가 다시 살아나면 모바일D램의 수요도 커질 수 있다고 보지만, 아직은 시장 자체가 얼어붙어 있어 탄탄대로를 장담하기 어렵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무역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도 논란이다. 홍콩 국가보안법 사태를 기점으로 미국과 중국이 격렬하게 충돌하는 가운데 최근 미국은 중국에 텍사스주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중국도 비슷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런 불확실성이 높아질 경우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전략은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진다.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메모리 반도체 굴기도 부담이다. 중국 YMTC가 128단 QCL 3D 낸드플래시 칩 X2-6070을 SSD 플랫폼에서 샘플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밝히는 등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자력갱생 프로젝트는 여전히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가 2분기 호실적을 기록했으나 표정관리에 들어간 이유다. 하반기 주요 국가들의 부분적인 경제 활동 재개와 함께 5G 스마트폰 수요가 늘어나고 신제품 출시가 예정된 게임 콘솔 등에서 수요 개선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코로나19와 글로벌 무역분쟁으로 불확실성은 여전할 것으로 전망한 이유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SK하이닉스는 품질 경쟁력에 바탕을 두고 수익성 중심으로 제품을 운영해 나가며 시설 투자와 캐파(생산능력) 운영은 기존 계획대로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D램은 10나노급 2세대(1Y) 모바일 D램의 판매를 확대해 수익성을 지속 개선하고, 채용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LPDDR5 제품도 적기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64GB 이상 고용량 서버향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10나노급 3세대(1Z) 제품의 양산도 본격화 할 계획이다.

낸드플래시는 모바일과 게임 콘솔 수요에 대응하고 고객 다변화를 통해 서버향사업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128단 제품의 고객 인증을 확대해 수익성을 지속 개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128단 3D 낸드플래시에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에 양산체계를 갖추고 있다.

SK하이닉스 차진석 담당(CFO)은 “하반기에도 대외 환경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