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호 기자

 [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이번이 벌써 9차, 10차 교섭입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어요. 기자님들 시선이나 여론이 우리에게 따갑지만 그래도 우리는 듣고 싶습니다. 회사측의 임금 제시안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대화를 원하는지요.”

지난 21일 홈플러스 노조가 홈플러스 대주주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 자택에서 항위 시위를 시작했다. 이들이 시위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홈플러스 안산점 폐점에 대한 반발이다. 회사의 자산 유동화 조치로 자신들의 입지가 불안해졌다는 것이 요지다.

다만 이점에서는 홈플러스의 주장에 힘이 실린다. 그들의 말대로라면 안산점 매각은 역대 최악의 실적, 불확실성 타개를 위한 조치다. 돈이 없으니 우량 자산을 매각해 유동성을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 투자를 하겠다는 계획도 밝힌 상태다.

오프라인 유통의 위기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 누가 봐도 회사측이 내린 경영상의 결정이 옳아보인다. 그런데도 왜 노조는 뿔이 났을까?

그들은 이렇게 주장한다. 자신들은 열심히 일했지만 지난해 자신들의 회사에서 나온 수익 대부분을 MBK가 가져갔다는 것이다. 임단협과 관련해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 사측의 태도에도 짜증이 나 있다. 

기자와 통화한 노조 관계자는 “MBK 인수 후 지금까지 자산 매각 금액 2조2000억원이 고스란히 빛 상환에 사용됐습니다. 아직도 2조원 넘는 빛을 홈플러스에서 출현해야 하는 상황이죠. 위기를 말하지만 버는 족족 가져가고 있으니 회사 재정이 바닥”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그들이 흘린 땀방울이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며 차입한 돈을 상환하는데 사용된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와의 임금협상에서 회사측이 임금 제시안을 내지 않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불만이다. 

물론 회사측과 노조측 한 쪽의 주장만을 곧게 들을 수는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노조는 자신들의 주장을 굳혔고 일관되게 변화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임금 18.5%인상, 혹은 5.9% 인상 등 무리한 요구일지라도 일관된 말을 한다,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홈플러스의 입장이 이해는 가지만 그들이 무엇을 주장하는지, 그리고 어떤 해법을 찾고 있는지는 언질을 줘야 하지 않을까?

다행인 것은 최근(지난 23일) 홈플러스와 노조의 실무자 교섭이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노조는 다시 한번 자신들의 요구안(임금 5.9% 인상)을 제시했고, 사측 실무자들도 짧게나마 대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가 요구하는 노사 대표 회의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노동위원회 조정중지 이후 이뤄진 첫 교섭이라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정도로 벌어진 노조와 회사의 갈등은 적당하고 쿨하게 해결되지 않는다. 그리고 희망을 말하기에는 노동자들의 마음에 여유가 없고 회사의 상황도 빡빡한 것이 현실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보릿고개로 여겨지는 이 난관을 무사히 넘길 방도가 필요하다. 이제라도 양쪽은 자신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실용적으로 사용해야 할지 더 깊은 목소리를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