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소비자들은 좀더 저렴하고 다양한 것을 찾는다. 맛집이 모여있는 복합쇼핑몰을 찾고 보다 많은 매물이 몰린 자동차 매매단지를 찾는 이유다. 각 지역, 각 상권마다 떠오르는 대표 이미지가 있다. 용산의 대표적인 상권으로는 용산전자상가(구용산)와 아이파크몰(신용산)이 꼽힌다. 지역의 정체성을 한번에 알아볼 수 있는 상징적인 곳이다. 

다만 두 상권의 현실은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용산전자상가의 호황을 이끌던 나진, 선인, 원효, 전자타운은 장기 침체에 빠진 상태. 2017년 기준 이곳의 공실률은 22.7%에 달할 정도로 시름이 깊다. 반면 신용산은 각종 개발 호재가 몰렸다. 고급 아파트들이 들어서며 상권이 형성됐고, 아이파크몰은 다양한 시도를 하며 변화에 나서고 있다.

▲ 용산역 아이파크몰. 사진=이코노믹리뷰

변신하는 신용산… 그리고 변화의 상징 아이파크몰

‘대한민국 전자제품의 메카’로 불리던 용산역 일대는 2004년 KTX개통과 2005년 아이파크몰 개장으로 주변 환경이 급변했다. 백화점을 비롯해 이마트, CGV등 각종 상업시설이 들어섰고 이후 월드마크용산, 용산시티파크, 한남더힐 등 고급 주거시설이 들어서며 일대 전환기를 맞았다. 입주인원, 소비계층이 달라지며 신용산과 구용산의 격차가 뚜렷해진 것도 이 시기다.

인근 주거지역의 시세가 10억~20억원에 달하는 만큼 지역의 소비력은 구용산과 차이가 있다. 상대적으로 경제 사정이 좋고, 고급화된 지역이다. 그리고 이 상권을 아이파크몰이 잡았다.

아이파크몰은 용산 전자매장의 기능을 상당 부분을 옮겨 담았다. 여기에 패션, 리빙 등 여러 요소를 더하며 용산의 새로운 유통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연면적 27만㎡, CGV와 이마트를 한 데 담으며 우뚝 섰다. 

▲ 아이파크몰 6층 매장. 사진=이코노믹리뷰

최근에는 리뉴얼을 통해 용산이 가졌던 핵심 콘텐츠들을 한데 집중했다. 용산역사와 연결된 전자매장을 비롯해 미니카 매장 ‘타미야 스토어’, 인기 애니메이션 건담의 제품들을 판매하는 ‘건담 베이스’, 지브리 애니메이션 아이템 매장 ‘토토로 숲’이 자리잡았다. 이외에도 닌텐도 게임매장, ‘피규어팩토리’ ‘로보샵’ ‘상상스케치’ ‘토이피아’ ‘플레이모빌’도 즐길 수 있다.

7월 중에는 BMW 매장도 들어선다. 이 매장에는 BMW 브랜드의 플래그십 라인업, 특히 미래차(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이 집중적으로 채워진다.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최상위 모델을 체험하고, 이를 구매하는 경험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 전자랜드 본점. 사진=이코노믹리뷰

장기침체 구용산… 전자랜드 홀로 고군분투

용산전자상가의 호황을 이끌던 나진, 선인, 원효, 전자타운이 장기 침체에 빠졌다. 2017년 기준 이곳의 공실률은 22.7%에 달할 정도로 시름이 깊다. 가장 긍정적인 통계(상가정보연구소)로 봐도 공실률은 11.4%에 달한다. 서울 평균 공실률보다 3.4%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상권을 살리고자 하는 의욕은 있지만 성과는 없는 상황, 단일 규모로는 가장 큰 매장을 갖은 전자랜드 홀로 상권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 전자랜드 1층 매장. 사진=이코노믹리뷰

전자랜드는 지난 2017년, 국내 1호 가전양판점 ‘전자랜드 용산본점’을 리뉴얼 오픈하면서 프리미엄 매장으로 변신을 시작했다. ‘가전을 판매하는 곳’이 아닌 ‘체험하고 사는 곳’으로 콘셉트를 바꿨고, 안마의자, 게임, TV시청, VR체험 등 다양한 공간을 조성하며 용산상가 중 유일하게 ‘개혁’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매장 1층에는 메르세데스 벤츠 전시장을 신설해 VIP 고객을 위한 즐길거리를 더했다. 신기술이 적용된 전기차 ‘EQ’를 비롯해 다양한 차량들을 시승해볼 수 있다.

용산이라는 입지의 정체성을 살린 행사들도 시행한다. 드론 사진 콘테스트, 로보마스터 배틀, 3D프린터 경진대회 등을 한 데 담은 ‘4차산업페스티벌’ 행사가 대표적이다.

▲ 서울시 추진 Y벨리 혁신산업. 자료=서울시

나진, 원효, 선인 등 기존 상권들의 자정 및 변화 노력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21만㎡(6만3525평)의 넓은 공간을 지녔지만 2017년 기준 공실률이 22.7%에 달할 정도로 상권이 악화된 것이다.

이에 이들 상권에는 서울시 차원의 지원이 이뤄진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산업 ▲공간 ▲거버넌스 등 3대분야 13개 세부과제를 추진하고. 선인상가, 나진상가, 원효상가 등의 4000여개 점포 안정화를 시작했다.

전자산업을 중심으로 전자제품 ‘제조~판매~유통’이 한곳에서 이뤄지는 경쟁력을 살려 한해 온라인 주문 6000만 건을 달성하겠다는 게 목표다. 또한 이곳을 3D프린터, 드론 등 4차산업 플랫폼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