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서울 그린벨트 해제로 촉발된 잡음이 확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정세균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직접 그린벨트 해제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당초 그린벨트 해제 지역으로 거론된 서초구 내곡동, 강남구 세곡동 등은 혼란 속에서 시장이 빠르게 식었다. 새로운 대안지로 떠오른 태릉 골프장 역시 그린벨트라는 점에서 시민단체 등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책 일관성 부재로 갈등 고조는 물론 실익도 많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주일새 냉·온탕 오간 내곡·세곡동

서초구(23.8㎢)와 강남구(6.1㎢)의 경우 개발제한구역 면적이 30㎢를 넘는 만큼 서울에서 가장 유력한 그린벨트 제외 후보지로 꼽혔던 곳이다. 이 중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동, 수서역 일부 구역을 해제해 1만여 가구를 추가 공급하는 안 등이 검토됐다. 

인근 일대의 단지 역시 덩달아 호가가 상승했다. 청계산입구역 인근 업자에 의하면 내곡동 서초포레스테2단지의 경우 84㎡ 기준으로 2주 사이에 호가만 2억원에 가깝게 상승해 15억 중반을 기록했다.

▲ 서초구 내곡동 한 아파트 단지.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그러나 지난 주 까지만 해도 호가가 치솟던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동 일대 아파트에 대한 문의는 현재 완전히 끊긴 상황이다.

1억원 이상의 호가 상승으로 화제가 됐던 서초구 내곡동의 한 아파트 단지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내곡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매매 문의의 경우 어제는 한 건도 없었다. 그나마 발표 이전에 간간히 있던 문의도 없다. 실제 실수요자도 혼란스러워하기 때문인 것 같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만 생긴 상황”이라고 말했다.

▲ 서초구 내곡동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인근의 다른 중개업자는 “그린벨트 보호라는 취지는 이해가 간다”면서도 “그럴거면 애초에 검토를 신중히 해서 추진하거나 아예 추진을 않아야지 이렇게 호가만 띄우고 빠져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강남구 세곡동의 다른 아파트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세곡동 일대 아파트 단지 인근의 한 중개업자는 “3~4일전만 해도 집주인들이 호가와 관련한 문의를 많이 했는데 그런 문의도 이제 없다. 주변 아파트의 호가 역시 며칠 내에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릉 골프장, ‘그레이벨트’론에도 환경단체 반발...실효 의문도

강남 그린벨트 해제 대신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지역은 서울시 노원구의 ‘태릉 골프장’ 일대다. 국방부가 관련 검토에 들어간 상황이지만, 정작 태릉 골프장 역시 그린벨트 지역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새로운 논란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환경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현재 태릉 골프장 역시 개발제한구역인 그린벨트로 지정되어 있다. 부지 대다수가 환경영향평가에서 1·2급 지역으로 분류된 상황이다.

당정 일부에서 해당 지역을 주택 공급 택지로 추진하는 이유는 정부에서 사실상 이미 특정 용지로 사용 중인 ‘그레이벨트’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레이벨트란 그린벨트의 기능을 이미 소실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검토를 진행한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 등 역시 그레이 벨트임에도 검토 자체가 무산된 점을 고려하면 그린벨트 보존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 출처=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는 즉각 반발하고 있다. 환경 단체들은 태릉 골프장 역시 녹지가 풍부해 기능면에서 기존 그린벨트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각 환경단체·시민단체 등이 개발제한구역 해제에 대한 책임자 문책과 개발제한구역의 장기적 비전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자연생태위원회 위원은 “태릉 골프장 부지는 개발제한구역 내의 군부지로, 주택공급대상지 선정은 그린벨트 보전취지에 어긋나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그린벨트 등에 민간주택을 공급 시 공익의 사유화라는 문제 등이 제기될 수 있으므로 공공임대 등의 형식으로 주거 취약계층에 공급하는 방식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그런 방법만으로 수도권 주거 안정을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또 그린벨트가 장기적으로 무질서한 도시 확산 방지에 기여하는 만큼, 개발은 매우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또 “태릉 골프장이나 육군사관학교 이전 시 대체부지 확보와 건설기간 등을 감안하면 최소한 5년은 소요될 수 있는데, 5년 후에도 시장 상황이 동일하다는 보장이 없어 실효성이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