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정제마진이 배럴당 0.1달러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제 유가가 현 최대 변수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일희일비'의 등락을 거듭하면서, 정제마진 역시 쉽게 반등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22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주(7월 셋째 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0.5달러로, 1주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유가 하락에 따라 석유 제품 대부분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주 국제 유가는 배럴당 40달러 안팎에서 제한된 움직임을 보이며 전주 대비 보합세를 나타냈다.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주요 10개 산유국)의 감산 규모 축소 결정과 코로나19 확진자 수 급증으로 소폭 하락한 것이다.

정유 업체의 수익 지표로 통용되는 정제마진은 원유 수요가 증가해야 동반 상승한다. 그러나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 재유행이 관측되면서 경제 '셧다운'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부각, 이로 인해 원유 수요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 경우 특히 휘발유·항공유 마진이 약세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 2020년 정제마진 추이. 자료=증권업계

코로나19의 본격적인 확산세가 시작된 지난 3월 셋째 주를 기점으로 13주 동안 마이너스 국면이 이어졌던 정제마진은 6월 셋째 주 배럴당 0.1달러를 기록하며 가까스로 플러스(+) 전환에 성공했다. 약 석 달 만의 플러스 기록에 정유업계의 실적 반등 기대감이 높아졌으나, 정제마진은 이후 0.1달러와 -0.5달러만 오락가락 하면서 횡보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정제마진의 답보에 정유업계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정제마진의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 수준으로 잡는데, 정제마진이 0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팔면 팔수록 손해 보는' 기형적 수익 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의 점진적 개선을 가정하더라도, 원유 공식 판매 가격(OSP) 급등이 정유사들의 발목을 붙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사 아람코는 7월 OSP를 전월비 배럴당 5.6~7.3달러 인상한 바 있다. 이는 20년 만의 최대 상승 폭이다. 이어 8월 OSP도 배럴당 1달러 인상돼 현재 1.2달러까지 오른 상황이다.

당장 오는 24일 에쓰오일을 시작으로 국내 정유 업체들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질 예정인 가운데, 하반기 역시 영업 적자 국면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19라는 근본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정제마진의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도 원유 실물 수요가 증가하거나, 수요 기대감이라도 있어야 정제마진이 상승 압력을 받는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하다 못해 어느 시점에 개발될 것이라는 전망만 나와도 정제마진은 바로 상승할 것"이라 전했다.

애초에 정제마진이 배럴당 0.1달러로 13주 만에 플러스 전환했던 때도 그리 기대하지 않았다는 말도 나온다. 0달러 범위 내에서 움직이는 수치는 수익성 회복의 지표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들의 냉소와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유 업황이 올해 안에 개선될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도 나온다.

대신증권 한상원 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19 발병 이후 올해 6월 1400만 배럴까지 증가했던 해상 원유 재고가 현재 200만 배럴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연구원은 "OPEC+의 감산 규모 축소와 사우디의 OSP 인상 모두 원유 시장의 수급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올 하반기 원유의 실제 수요 회복으로 정제마진이 반등하면서, 정유 업황은 올 연말까지 정상화될 것"이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