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정국의 장기화로 기업들은 ‘성장 정체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국내 주요기업의 총수들은 직접 임직원들 혹은 고객들과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면서 침체된 분위기를 쇄신하는 모습들을 자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모습들은 대내외적 불안요소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 각 기업 임직원들의 사기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 출처= SK사내방송

최근 재계에서 ‘재미있는’ 소통으로 가장 많이 회자된 기업인은 단연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이다. 그는 지난 6월 SK의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에서 진행된 임직원 헌혈행사에 예정 없이 참석해 직접 헌혈에 동참함으로 임직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는 SK 내부에서 헌혈 동참의 기폭제가 됐고 SK의 전 계열사 약 2000명에 이르는 임직원들이 사내 헌혈에 참석했다. 

무엇보다 재계의 많은 이들을 웃게 만든 소식은 SK사내 홍보방송 목적으로 제작된 영상이었다. 지난 6월 25일 SK그룹은 8월 열리는 이천포럼과 그에 앞서 열리는 서브포럼의 사내홍보 영상을 공개했다. 놀랍게도 이 영상에는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직접 출연했다. 영상의 제목을 본 SK임직원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영상의 제목은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와 최 회장의 이름을 절묘하게 연결한 ‘최태원 클라쓰’ 였다. 영상에서 최 회장은 1인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의 단골 콘텐츠인 ‘라면 먹방 ASMR’을 선보였다. 최 회장은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대로 끓인 라면을 국물까지 깨끗하게 비우는 먹방을 보여줬다. 영상은 여기에 최신 온라인 밈과 드립을 섞어 재미를 더했다. 영상에서 최 회장은 “내가 (대체) 무슨 일을 벌인거지?”라며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여줘 SK임직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그런가하면 지난 19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회동한 최태원 회장은 충남 서산 국도변에 마련된 간이 판매점에서 약 1억원 어치의 서산 마늘을 직접 구매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여기에는 지역과의 상생을 기업 경영의 중요한 가치로 강조하는 최 회장의 소신이 반영됐다.

▲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의 사내벤쳐 육성 프로그램 C랩에 참여하고 있는 임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가운데). 출처= 삼성전자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각 지역 사업장을 직접 찾아가 임직원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행보를 자주 보여줬다. 올해 이 부회장은 총 7차례의 현장 방문으로 각 사업의 책임자들과 미래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수원사업장에서 사내 벤처 육성프로그램 ‘C랩’에 참여하고 있는 임직원들을 찾아가 담소들 나눴다. C랩은 지난 2012년 도입한 사내 벤처육성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임직원들에게 삼성전자는 각자의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기회들을 제공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임직원들과 함께 앉아 사내 벤처 활동의 어려움, 각자가 생각하는 창의성 개발 방안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후 이 부회장은 삼성전기 부산사업장 방문,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과의 회동을 위한 현대차 남양연구소 방문 등 부지런한 행보로 계속해서 자사 임직원들에게 도전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한때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과 SNS 소통으로 경쟁을 벌일 정도였던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 역시 최근 더 활발한 SNS 투고로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평소 자사의 새로운 사업을 회사의 공식 발표보다 먼저 자신의 개인 SNS에 공개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 출처= 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최근 게시물에서는 지역 이마트를 방문한 사진과 더불어 노브랜드·피코크·스타벅스 등 신세계 계열 제품들의 인증샷과 재치 넘치는 게시글들을 올리며 화제가 됐다. 정 부회장은 사진 속에서 자신이 입은 청바지 브랜드를 묻는 SNS 댓글에 친절하게 브랜드를 알려주는 대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러한 총수들의 소통 행보는 자사의 대외적 이미지를 개선함과 동시에 코로나19 여파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마주한 자사의 분위기를 쇄신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