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초 탐라해상풍력 발전단지 전경 (30MW규모).출처=두산중공업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정부가 그린뉴딜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두산그룹의 경영정상화가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급작스러운 사업 재편이 쉽지 않다는 점, 정부의 투자 기간이 향후 5년으로 국한돼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직접적인 수혜를 받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시선을 보이고 있다. 

두산그룹, 경영 정상화 속도… 사업 재편에 주요 계열사 매각까지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두산그룹 주요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은 전 거래일 대비 1430원(20%)오른 858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에 이어 또 상한가다. 이날 두산중공업은 장중 급등세를 이어가며 52주 신고가인 929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1년간 가장 최고가다. 

해상풍력사업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가 그린뉴딜 육성정책을 내놓은 가운데, 두산중공업은 지난 19일 “해상풍력사업을 오는 2025년 연매출 1조원 이상 규모로 키우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 10년간 두산중공업의 풍력 관련 누적 매출이 6500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해상풍력 사업 비중을 대폭 늘리는 것이다.

이외에도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3600억원 규모의 김포열병합발전소 건설 공사를 신규 수주한데 이어 이달 700억원 규모의 UAE 복합화력 발전설비 공사도 따냈다. 하반기에는 1조1500억원 규모의 남아프리카공화국 석탄화력발전소 EPC(설계·구매·시공) 공급 본계약도 이뤄질 예정이다. 

두산중공업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이 본격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두산그룹은 지난 4월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3조6000억원을 지원받으면서 3조원 규모의 자구안 마련과 함께 두산중공업의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의 전환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최근 두산중공업의 강원도 홍천군 골프장 클럽모우CC의 매각이 결정난데 이어 두산중공업의 사업 재편도 가시화되면서 두산그룹의 경영 정상화에도 속도가 붙는 분위기다. 두산그룹은 1조원 자산을 조기에 매각해 채권단 관리에서 조기 졸업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핵심 계열사인  인프라코어는 물론이고 두산타워 매각 등 자구 노력을 통한 재무 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프라코어의 경우 7월 마지막 주 잠재 원매자들을 대상으로 투자안내문 등을 배포할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중국법인(DICC)과의 소송 건이 걸려있는데다, 밥캣과의 인적분할 작업 등도 선행돼야 해 매각작업에는 상당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모트롤BG의 경우 본입찰을 진행한 결과 NH투자증권-오퍼스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 소시어스-웰투시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 등 국내기관 투자자와 중국 최대 건설장비 제조사 서공그룹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다. 두산그룹은 이르면 이달 중 매각 우선 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 밖에 두산그룹의 사옥인 동대문 두산타워 역시 부동산 전문 운용사인 마스턴투자운용과 막바지 협상이 진행 중이며, 두산건설도 대우산업개발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매각이 유력한 상황이다. 메카텍도 매각을 추진 중이다. 

퓨얼셀·DMI, 그린뉴딜로 두산그룹 회생카드 될까?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7월 14일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 정책’에 계열사 퓨얼셀과 DMI이 시장의 주목을 받으면서 두산그룹의 기사회생 카드로 떠오르고 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특히, 70조원가량이 투입되는 ‘그린뉴딜’의 경우 그린리모델링과 전기차‧수소차 보급, 스마트 에너지 플랫폼 구축 등의 사업이 핵심이다.

퓨얼셀은 발전용 수소연료전지를 주력으로 하는데다, DMI 또한 수소드론을 주력으로 하고 있어 수소 비즈니스 관련 수혜가 예상된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월 발표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라 향후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해를 거듭할수록 두산퓨얼셀의 매출성장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도 비상장사에 대해 이례적으로 레포트를 내며 “DMI는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매출 구조를 잘 설계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며 “수소연료전지 파워팩이 부착된 드론 완제품을 판매하기도 하지만 파워팩의 별도 판매, 그리고 연료로 사용되는 수소 용기를 고객의 주문에 의해 교체 공급 한다는 점에서 꾸준한 수익 창출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다만 두산중공업의 사업구조 개편 계획과 높아진 계열사들의 위상이 당장 그룹의 기사회생 카드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두산중공업이나 퓨얼셀, DMI가 그린뉴딜 정책의 수혜를 입기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갑작스러운 사업 전환이 쉽지 않다는 점, 정부가 70조원을 투자하는 기간이 향후 5년으로 국한돼있다는 점 등이 이유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이 신성장 사업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정부가 목표로 하는 2025년까지 눈에 띄는 결과를 내기란 어려울 것”이라며 “기술은 물론이고 이로부터 제품을 만들고 보급하는 등 과정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퓨얼셀이나 DMI의 경우 사실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미미해 그룹 전체의 경영 정상화를 이끄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