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당들이 언제 문을 열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농부들의 수요 예측이 불가능해졌다. 결국 농가들은 생산 과잉으로 큰 손실을 입거나 생산 부족으로 고객을 잃게 될 것이다.    출처= KMOV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지난 7월 초, 사우스캘로라이나주 존스 아일랜드(Johns Island)의 농부 제레미 스토리는 늘 하던 대로 식당 뒷문에 달걀을 내려놓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그런데 6시간 후에 그는 건물주로부터 식당이 달걀을 가져가지 않았다는 전화를 받았다. 식당의 한 직원이 코로나 19에 양성 반응을 보이면서 식당이 식자재 주문을 취소할 겨를도 없이 갑자기 문을 닫은 것이다.

뜨거운 햇살 속에서 반나절이 지났기 때문에 달걀들은 더 이상 먹을 수 없었다. 결국 스토리는 다시 차를 몰고 가서 내려 놓았던 위치에 그대로 놓여있는 달걀을 수거하고 그 손실을 그대로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요즘 식자재를 공급해주는 식당의 절반은 배달하면서 문을 닫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식당에 차를 세우고 문 앞에 달린 팻말을 보고 나서야 그들이 문을 닫은 지 알게 되지요.”

그의 농장은 현재 2만 4000여개의 달걀이 남아 돈다. 게다가 언제 상황이 안정될 지 전혀 알지 못한다.

예측 불가능은 스토리의 농장에 큰 문제다. 스토리가 달걀에 대한 수요가 내일 또는 몇 달 후에 어떻게 될 지 예측할 수 없다면, 그는 생산 과잉으로 큰 손실을 입거나 생산 부족으로 고객을 잃게 될 것이다. 그 어느 쪽이든 스토리에게는 큰 타격이다.

이것은 스토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처럼 수요 예측이 불확실하면, 독립 식당에 농산물을 파는 모든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식당들이 처음 문을 닫고 재택 격리령이 발효되던 지난 3월, 농부들은 고객들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제, 식당들이 영업을 재개하기 시작했지만 우려했던 대로 코로나바이러스가 재확산하면서 영업 재개 계획은 중단되고 농부들은 다시 궁지에 몰리게 되었고, 수요를 예측하는 것은 더 어려워졌다.

농부들은 납품 시기보다 몇 달, 때로는 몇 년 앞서 고객의 수요를 예측해야 하고, 농작물을 기르거나 동물을 기르는데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계획을 세우는 것은 농부들에게 필수적이다.

그러나 식당들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수요 예측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전국음식점협회(National Restaurant Association)의 조사에 따르면 3월부터 5월까지 식음료 업소의 매출액은 940억달러로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매출 감소와 수요 예측이 불가능해지자, 연방 정부는 농부들의 요구에 따라 올해 연말까지 독립 식음료 업소에 1200억 달러를 지원하는 식당지원법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CNN이 미국 농가가 처한 상황을 상세 보도했다. 

▲ 식당들이 문을 닫고 재택 격리령이 발효되던 지난 3월 이후 농부들은 고객들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출처= Robb Report

끝이 보이지 않는다

뉴저지주는 재개 예정일을 불과 며칠 앞둔 6월 말 실내 영업을 재개하지 말 것을 식당들에게 요청했다. 이미 부분적으로 식당 영업을 재개하기 시작했던 뉴욕시는 이달 초 재개장 결정을 무기한 보류했다. 애리조나주는 지난 주, 식당들이 실내 영업을 할 경우 수용 인원의 50%로 제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캘리포니아는 이번 주 다시 모든 식당들의 영업을 중단시켰다. 코로나 확진자가 계속 증가하자 다른 주와 도시들도 이를 따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식당지원법을 지지하는 단체 중 하나인 미네소타 농민연합의 게리 워티쉬 대표는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며 “만약 불확실성이 1년 또는 2년 더 지속된다면 상당 수 농장과 식당은 폐업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식당들이 문을 닫는 이유는 직원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렸기 때문 만은 아니다.

애리조나주 피오리아(Peoria)의 유기농 농부 케이트 맥클렌던은 자신의 농장이 농산물을 제공하던 식당 90곳이 자체적인 곤경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일부 식당들은 모든 직원들이 코로나 검진을 받도록 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문을 닫았습니다. 또초기에는 테이크아웃 영업만 하는 식당들이 있었지만 그런 식으로 계속 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문을 닫더군요. 또 다른 식당들은 직원을 구할 수 없어 문을 닫기도 합니다.”

맥클렌던은 남편 션과 함께 맥클렌던 셀렉트(McClendon's Select)라는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수십 가지의 다양한 종류의 과일과 야채를 재배하며 수십 년 동안 운영해 온 가족 사업이지만 맥클렌던은 이제 농장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오래 동안 단골 식당들과 거래해 온 농민들에게 요즘 같은 세상은 전혀 새로운 세상이다. 이러한 격변 때문에, 독립 식당에 의존하는 농부들은 이제 다른 사업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나파밸리(Napa Valley)에서 매티아슨 포도주 양조장을 운영하는 스티브 매티아슨은 식당에 팔기 위해 저장해 놓았던 포도주 대부분을 소비자들에게 직접 싸게 처분했다.

"그런 방식으로 포도주를 처분해서 일부 자금을 회수했지만, 이익을 내지는 못했습니다. 올해는 손해를 피할 수 없겠지만 있는 재고라도 다 팔아서 감당할 수 있는 손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미네소타주 웹스터(Webster)에서 왁스윙 팜(Waxwing Farm)을 운영하고 있는 피트 스콜드는 "우리 농작물의 대부분은 원래 식당에 판매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식당들이 문을 열지 않으면 농작물을 소비자들에게 직접 팔아야 한다”며 “일단 소비자 직판이 이루어지면, 양쪽의 수요를 모드 충족할 수 없기 때문에 식당이 다시 문을 열어도 식당에 팔 물량이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것은 이 암울한 시기를 견뎌내는 식당들도 꾸준한 공급원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