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보험사들이 자본확충 방안으로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등 채권 발행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보험업황 악화 속 채권 발행 수요예측이 미달되는 상황 발생에 이어, 채권 발행에 따른 이자 부담 등 보험사들의 이차역마진 우려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자본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실시하는 자본확충이 도리어 보험사들의 자본건전성 악화를 불러 '부메랑 효과'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한생명·동양생명·흥국화재 등 여러 생명·손해보험사들이 하반기 채권발행을 통한 자본확충에 나설 방침이다. 신한생명은 내달 최대 3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동양생명은 올 하반기 3600억원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흥국화재도 30일 400억원의 후순위채를 찍어낼 예정이다.

상반기에도 보험사들의 채권발행은 활발했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달 24일 15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롯데손해보험은 지난 5월 9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찍어냈다. MG손해보험은 지난 4월 98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2월 15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후순위채란 발행기관이 파산했을 경우 다른 채권자들의 부채가 모두 청산된 후 마지막으로 상환받을 수 있는 채권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중간적 성격을 가지면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 안정성 요건을 충족해 금융당국이 자본으로 인정하는 증권이다.

IFRS17 대비 위한 RBC비율 사수...이자부담도 ‘덤’

이처럼 보험사들이 채권 발행을 통해 자본확충에 나서는 것은 2023년 도입 예정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지급여력(RBC)비율을 높이려는 측면이 크다. IFRS17 도입 시 보험 부채가 원가 평가에서 시가 평가로 변경되면서 RBC비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RBC비율(가용자본/요구자본)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바로 지급할 수 있는 자산 상태를 나타낸 수치로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다. 특히 IFRS17과 함께 도입되는 신지급여력제도(K-ICS)로 인해 RBC비율 하락 가능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자산과 부채를 원가 평가에서 시가평가로 바꾸는 K-ICS가 시행되면 보험 부채가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문제는 RBC비율을 높이기 위한 보험사들의 채권발행이 도리어 자본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업황 악화 속 고리의 채권 발행이 보험사들의 이자부담을 키울 수 있어서다. 일반적으로 채권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미달이 나면 발행 조달비용이 높아지는데, 보험사들의 운용자산수익률이 이자보다 낮을 경우 이차역마진의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실제로 최근 보험사들은 채권 발행을 위한 수요 예측에서 미달 사태를 겪고 있다. 흥국화재는 지난 21일 400억원의 후순위채 발행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290억원의 주문을 받는데 그쳤다. 나머지 110억원은 이번 후순위채 발행 대표주관업무를 맡은 메리츠증권이 인수할 예정이다. 롯데손보 역시 지난 4월 9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수요 예측에서 400억원의 미달이 났다.

보험사 채권 발행에 수요가 몰리지 않는 것은 지속되고 있는 보험업황 악화는 물론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금융시장이 경색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2017년 이후 매년 대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왔던 한화생명도 올해 자본확충에 나서지 않고 있다. 신한생명과 동양생명 등 올 초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한 보험사들은 채권 발행 시기를 하반기로 미룬 상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IFRS17 대비 등으로 RBC비율을 사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각종 채권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으로 높아진 RBC비율을 두고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이 탄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