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채널 GS샵의 쇼핑호스트 정윤정씨는 소비자 입장에서 사용해 본 제품에 대한 체험을 솔직하게 말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지금은 ‘리뷰슈머(Reviewsumer)의 시대’다. ‘리뷰슈머’는 ‘review(품평)+consumer(소비자)’의 합성어로 신제품을 미리 써보고 품평을 통해 타인의 소비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집단을 뜻한다. 이들은 자신이 관심을 갖는 제품에 대해 남들보다 먼저 정보를 수집하고 사용해 보고 싶어하는 ‘얼리어답터’(신제품 수용 속도가 빠른 사람)인 동시에 소비는 물론 제품 개발 및 유통 과정에까지 직접 참여하려는 ‘프로슈머’(생산적 소비자)이기도 하다.
기업과 소비자 양측에 미치는 영향력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절대적 수준의 권력층으로 군림하고 있다. 체험을 바탕으로 소비자가 직접 홍보의 주체가 돼 입소문을 낳는 리뷰슈머 활용 마케팅은 기업체의 미디어 홍보에 비해 높은 파급력과 신뢰성을 갖는다. 리뷰슈머, 그들이 확확 바꿔버리는 비즈니스 현장속으로 뛰어들어보자.

“어제 3시간 넘게 방송하면서 화면에 보이는 제 모습이 평소와 달라보여서 좋았어요. 제가 덜렁대는 성격인데 이거 하나만 쓰면 되고요. 집에서 클렌징한 뒤 내 피부를 만져보는데 꽃잎 만지는듯한 느낌이…. 기본적으로 스킨, 로션을 바르고 (이렇게까지 좋다는 게) 의심이 될 만큼 이 물광 에센스 하나만 바르면 내 (피부) 베이스는 완성된 거예요.”

지난달 11일 오후, 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개발한 화장품 론칭이 있던 홈쇼핑 채널 GS샵 방송 현장. 쇼핑호스트 정윤정(35)씨가 직접 사용해본 경험담과 함께 이날 판매할 제품에 대해 소개하고 있었다. 정씨는 1년에 혼자서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GS샵의 간판 쇼핑호스트다. 연예인처럼 따르는 고정 팬은 물론 자신의 인터넷 카페를 통해 1만6000여명이 넘는 회원을 둔 홈쇼핑계의 ‘스타’로 통한다.

단순히 상품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는 기존 쇼핑호스트와 달리 사용후기를 느낀 그대로 자유롭게 말해주는 리얼토크 때문에 인기가 높다. 정씨는 “내가 판매하는 상품은 반드시 써 본다”며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주부 입장에서 사용해 본 제품에 대한 체험을 스토리텔링하는 게 나만의 마케팅 비법”이라고 말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제품 7500세트가 완판되며, 거뜬히 7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제품의 훌륭한 품질 이상으로 리뷰슈머를 사로잡는 정씨의 리뷰 마케팅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GS샵 홍보팀 황규란 차장은 “제품을 직접 만지거나 볼 수 없는 TV홈쇼핑에서 고객 리뷰는 매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며 “리얼리티, 고객 소통 중시가 업계 화두가 되면서 최근 몇 년 사이 홈쇼핑 방송에서 상품평을 바로 작성해 올리고 소개하는 게 트렌드가 돼버렸다”며 웃었다.

황 차장은 “좋은 리뷰들은 마케팅 포인트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리뷰를 잘 작성한 고객에게는 상품 증정 등의 혜택을 준다”고 전했다. 며칠 후, 이 화장품 브랜드의 두 번째 방송 때는 리뷰를 통한 입소문으로 첫 방송보다 더 높은 매출을 올렸다고 황 차장은 귀띔했다.

자세한 상품평 확보 위한 인터넷 쇼핑몰 경쟁 치열
제품을 실제로 볼 수 없어 사용 후기가 직접적인 판매와 연결될 만큼 중요한 것은 인터넷 쇼핑몰도 예외는 아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화장품을 자주 구입하는 곽지윤(34·가명)씨. 그녀는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반드시 거치는 과정이 있다. 다른 구매자들의 상품 리뷰를 꼼꼼히 살펴보는 일이다.

그녀는 “한두 푼도 아니고 비싼 화장품을 덜컥 샀다가 피부에 맞지 않으면 큰 낭패”라며 “수분크림 같은 기초 화장품을 살 때 상품평을 통해 질감은 어떤지, 내 피부 타입에 맞는지, 트러블을 유발하지는 않는지 등을 참고한다. 그래야 잘못 사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트렌드모니터가 성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소비자 리뷰 영향력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온라인 구매 시에는 무려 90% 이상의 이용자가 구매 후기 및 상품평 등 리뷰를 수시로 확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다 보니 인터넷 쇼핑몰 업체 입장에서 다른 고객의 구매를 좌지우지 하는 ‘리뷰어’(reviewer)들은 극진히 모셔야 할 슈퍼갑일 수밖에 없다. 좋은 리뷰가 많은 제품일수록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는 사례가 많으므로 양질의 상품평을 확보하기 위한 인터넷 쇼핑몰들의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G마켓은 객관적인 구매 후기를 꾸준히 작성하는 고객을 ‘파워리뷰어’로 선정, 매월 활동비와 할인쿠폰을 지급한다.

옥션은 ‘쇼핑백과’ 코너에서 상품 구매 후 포토 상품평을 올리면 현금처럼 사용가능한 포인트를 최대 1300점까지 준다. 11번가는 대형마트 시식코너를 착안해 만든 ‘푸드(Food) 시식체험단’을 운영한다. 원하는 시식코너 선택 후 체험단에 선정된 소비자가 무료로 증정하는 상품을 맛보고 후기를 남기는 방식이다.

11번가 마케팅본부 박지나 매니저는 “시식단에 선정돼 제품을 받아 보니 맛과 포장 상태가 모두 좋아 온라인 식품에 대한 선입견이 줄었다는 고객들의 얘기가 많다”고 전했다. 롯데닷컴은 한번이라도 상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고객이라면 상품평을 작성하고 무료 배송권, 할인 및 적립 쿠폰 등의 쇼핑 혜택과 교환할 수 있는 마일리지 ‘클로버’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을 확인하고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채널로서 제품 체험단도 최근 여러 기업이 실시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졌다. 패션 업체 세정은 지난달 말, 캐주얼 브랜드 ‘헤리토리’의 제품 리뷰·홍보 활동을 수행할 서포터즈 ‘헤리와 셀리’를 모집했다. 신제품 출시 관련 제품 기획 및 품평 체험, 신제품 우선 체험, 오프라인 이벤트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된다.

생활가전업체 쿠쿠홈시스는 지난 22일까지 프리미엄 압력 중탕기 ‘홍삼흑선’을 출시하면서 제품을 무료로 제공하고 제품의 후기 및 사용 소감을 작성하는 ‘홍삼흑선 체험단’을 모집했다. 사용 후기 형식의 미션을 모두 수행한 체험단원들에게는 감사 표시로 제품을 증정한다.

쿠쿠홈시스 관계자는 “신제품 출시에 맞춰 진행하는 체험단의 경우에는 제품을 모르는 소비자들에게 사용 방법 및 장점에 대해 자세히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입소문 마케팅 역할을 톡톡히 한다”며 “체험단 역시 제품을 무상으로 제공받는데다 미션 활동 등을 충실히 하면 문화상품권이나 쿠쿠 제품과 같은 상품이 주어지기 때문에 기업은 고객과 서로 윈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블로그 마케팅 전문 업체도 성행

리뷰슈머 활용 마케팅의 인기는 블로그 마케팅으로도 확인된다. 검색광고로 포털에 노출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블로그 리뷰를 활용하면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주요 포털에 효과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 또 파워블로거(Power Bloger)들이 운영하는 블로그를 통해 업체의 서비스 및 상품이 노출되면 배너광고나 검색광고에 비해 높은 신뢰를 주게 돼 서비스 및 상품의 인지도를 상승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파워블로거의 영향력을 기반으로 한 기업 마케팅이 본격화한 건 3~4년 전”이라며 “유명 블로거들의 막강한 영향력을 감지한 기업들이 이들을 통해 제품을 홍보하거나 대량 판매를 시도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위드블로그’ ‘바이리뷰’ ‘아이프로슈머’ ‘레뷰’ 등 블로그 마케팅을 대행하는 전문 사이트도 여럿 생겼다.
위드블로그를 운영하는 블로그칵테일의 박영욱 대표는 “기업이 블로그 마케팅 전문 업체에 일정 비용을 지불해 제품을 등록하면 업체는 블로거들 중 우수한 사용자를 선정해 제품을 체험하고 리뷰를 쓸 수 있게 도와주는 형태”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상품평을 쓰고 돈을 받는다. 블로거 수준에 따라 리뷰 한 건당 10만~70만원의 원고료가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희진 기자 hsm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