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물을 가지러 1층에 내려갔다가 이웃집 할머니를 우연히 만났는데 가을 학기가 얼른 시작됐으면 좋겠다고 말을 건네신다.

평소에도 자주 손녀딸을 봐주셨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가 미국에서 퍼지기 시작한후부터는 아예 손녀딸이 집에 와서 같이 머무르고 있단다.

자녀들이 병원에서 근무하는지라 코로나바이러스를 혹시나 아이에게 옮길까 싶은데다 학교수업이 온라인으로 바뀌었는데 엄마 아빠는 출근을 해야해서 온라인 수업을 옆에서 봐줄 여력이 안 되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혼자 사시는데다 손녀딸을 애지중지하시니 흔쾌히 허락하셨는데 온라인 수업을 집에서 해주는 것이 퍽이나 어렵다는 하소연이시다.'

온라인으로 실시간 수업을 하는 학교는 아주 극소수이고 대부분은 오전에 선생님이 이메일로 학생들 출석을 체크하고 엄청난 양의 과제를 이메일로 전달해주는 것으로 온라인 수업은 끝이고 나머지는 부모들 몫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초등학생이지만 기억도 나지 않는 교과목을 할머니가 가르치는 것도 무리이고 아이가 나중에 제대로 학습을 따라가지 못할까봐 걱정도 많으셨다.

하루종일 집안에 있는 아이가 심심하지 않도록 다양한 놀이를 만들어주는 것도 버겁다.

집에서 쿠키를 구워서 동네 소방서에 전달해주거나 일가 친척이나 친구들에게 생일카드를 일일이 써서 보내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다양한 활동을 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이셨다.

할머니가 가을 학기가 시작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과 달리 사실 많은 숫자의 학부모들과 교사들은 가을 학기에 아이들이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을학기는 무조건 학교에서 대면수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압박을 가하자 각 지역별로 부모들에게 가을학기 자녀들의 원하는 수업방식을 투표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정부 입장에서는 경제 재가동을 위해 출근을 독려하려면 자녀들이 학교에 가야만 하는데 부모들 입장에서는 안전이 확실치 않은 상황에 아이들을 학교로 보낼 자신이 없는 것이다.

온라인 수업의 부실함이나 친구들과 만나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학교를 보내고 싶지만 나날이 늘어가는 코로나 확진자 숫자를 보면 온라인 수업을 택해야 하는 갈등인 것이다.

아예 일부 학부모는 몇몇 지인들과 팀을 짜서 별도의 학습계획을 세우고 교사를 초빙하는 식의 홈스쿨링을 대안으로 만들고 있다.

수십명이 한반에서 수업을 받는 학교에서는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어려우니 4~5명의 친한 아이들을 모아서 1명의 교사와 별도의 공간에서 매일 수업을 받는 소규모 방식을 택해 리스크를 줄인다는 것이다.

부모들과 학생들이 어느 정도 선택권이 있는 것과 달리 교사들은 학교측의 결정에 따라 무조건 출근을 해야하는 상황이 되면서 일부에서는 조기 퇴직을 하는 교사들이 나오고 있다.

미시간에서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가을학기에 복귀할 것이냐는 질문에 32%가 대면수업을 해야한다면 조기 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USA투데이가 전국의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18%의 응답자가 조기 퇴직이나 전직을 생각중이라고 답변했다.

50대의 한 교사는 50대에 은퇴를 생각해본적도 없지만 평소 당뇨와 고혈압이 있어 코로나 바이러스 위험이 높다면서 조기 퇴직을 하고 온라인 강의 일자리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공화당 주지사가 있는 플로리다 지역의 경우 가을학기 대면수업을 하겠다고 공언하면서 교원노조가 플로리다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교원노조측은 현재 플로리다에서 코로나로 확진된 어린이들의 숫자만 2만3000명에 달하는데 대면수업을 재개한다는 것은 학생들과 교사들의 목숨을 제쳐두고 정치에만 몰두하는 것이라면서 비난했다.

플로리다는 현재 36만명이 코로나로 확진됐고 사망자는 5000명이다.

특히 18세 이하의 코로나 확진율이 18.4%로 미국 전체보다 50% 이상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플로리다 교원노조는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대면수업이 가능해지려면 안전이 확보되야한다고 주장하면서 현재와 같은 사망자와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는 안전한 교육이 이뤄질수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