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이후 증시 상승을 주도한 종목들이 주춤하면서, 하반기는 차별화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MarketWatch

[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지수 회복을 주도한 BR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 기업들의 주가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과 경기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됨에 따라, 주가 상승 모멤텀이 수혜주에서 성장주와 가치주로 옮겨가고 있다. 때문에 하반기는 수혜주보다 매출성장이 기대되는 성장주와 마진 최적화를 이룬 가치주 등 두 종류의 종목에 투자자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의 대표 주도주인 네이버(035420), 카카오(035720), 엔씨소프트(036570),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셀트리온(068270), LG화학(051910), 삼성SDI(006400)의 주가는 최근 일주일간(7월 10~17일) 평균 –3.5% 하락했지만, 코스피 지수는 2.4% 상승했다.

 그러나 아직 주가 상승 추세가 바뀌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현재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 환경이 PER(주가수익비율)이 높은 종목들, 즉 성장주에 우호적인 환경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과 한국 등 주요국들이 ‘제로금리’를 발표했고, 코로나19로 인해 실적 둔화 국면에서 성장성에 대한 프리미엄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런 성장주에 우호적인 환경은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크지만, 단기적으로 주가 상승 속도는 다소 느려질 전망이다. 성장주는 국내 기업들의 실적 둔화 국면에서 성장에 대한 희소성이 높아지면서 주가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하반기 국내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실적이 부진했던 경기 민감주들이 기대보다 양호한 실적을 발표했다. 이들 현재 이익 모멘텀을 고려하면 급격한 실적회복을 나타낼 가능성이 작다. 그러나 하반기에 준수한 실적이 예상되면서, 현재 성장주의 높은 밸류에이션에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하반기에 주가 상승을 주도할 종목들은 향후 실적향상 기대로 높은 밸류에이션에 거래되는 기업들(성장주)과 실적이 둔화하면서 일시적으로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기업(실적둔화 가치주)들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코로나19 국면의 주도주 중에서도 매출 증가를 지속하는 성장주가 주가 상승을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 과거 성장주들의 주가 상승은 기업실적 중에서도 마진보다 매출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주가 상승은 매출개선보다 먼저 반응하는 한편, 반대로 주가 하락과 밸류에이션 하락은 매출 둔화와 함께 나타났다. 이에 성장주들이 현재와 같은 높은 밸류에이션을 유지하기 위해선 매출 증가가 핵심이다.

대표적으로 2013년~2015년 주도주였던 한샘은 국내 가구 소비 확대의 수혜를 받아 3년간 10배에 가까운 주가 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이 기간에 한샘의 12개월 선행 PER은 10배에서 50배 중반 수준까지 상승했고, 실적 컨센서스 상향 조정도 지속됐다. 다만 이후 2016년 2분기부터 컨센서스 하향 조정이 시작되면서 주가와 밸류에이션이 하락했다. 2016년 4분기부터 다시 이익 모멘텀이 개선됐지만, 주가는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하락세를 나타냈다.

한샘의 주가와 밸류에이션 하락은 영업이익률 하락이 아닌 매출 증가율이 둔화된 시점부터 나타났다. 한샘은 2016년 영업이익률이 2015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매출액 증가율은 2015년 30% 증가 수준을 유지하다가 2016년 +13%로 둔화됐다. 2016년 이후 한샘의 실적 증가세는 이어졌지만, 주가와 밸류에이션은 2015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증권 유명간 연구원은 “최근 높은 밸류에이션을 지닌 기업들의 주가 흐름이 정체된 상황에서도 하반기에 상반기와 비교해 매출액 증가율이 기업은 상대적으로 주가 상승률이 긍정적이었다”며 “LG화학, 카카오, 삼성SDI, 셀트리온헬스케어, 포스코케미칼 등이 이 상황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실적이 둔화된 가치주들에 투자 가치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업들은 향후 실적이 개선될 때, 밸류에이션이 정상화되면서 주가가 크게 상승할 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까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으므로 가치주의 주가는 큰 상승폭를 보이진 못하고 있다. 다만 성장주들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나타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실적개선이 3분기부터 본격화되는 점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실적이 둔화된 가치주 중에서도 옥석가리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일반적인 종목은 매출 증가, 차입투자 효과, 마진 개선, 실적 개선 순서 거쳐 성장 곡선을 그린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기업의 성장이 제한된 상황에서 첫 번째 목표인 매출 증가부터 발견하기 쉽지 않다.

실제 롯데케미칼은 지난 2015년 상반기~2018년 초까지 실적 턴어라운드와 함께 주가가 크게 상승한 기업이다. 이 기간 동안 주가 상승률은 약 300%를 기록했고, 12개월 선행 PER은 15~17배에서 5배 수준까지 하락했다. 

롯데케미칼의 실적 턴어라운드 시작은 매출 증가가 아닌 마진 개선의 영향이 컸다. 롯데케미칼의 매출액은 2015년에 -21% 감소했지만, 영업이익률은 2013~2014년 2.5% 수준에서 2015년에 13.8%로 크게 개선됐다.

유명간 연구원은 “비용을 줄이거나 경쟁력 확보로 마진을 개선 시킨 기업들은 이후 회복 국면에서 턴어라운드 효과가 커질 수 있다”라며 “마진이 먼저 개선된 기업 중 향후 매출 증가가 기대되는 기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