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지펀드 억만장자 리온 쿠퍼맨이 "현재의 시장은 중국과의 관계 악화, 정부 부채의 엄청난 증가 등 우리가 직면한 위험을 무시하거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 CNN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 증시가 3월 최저점을 기록한 이후 극적인 회복세를 보이면서 시장과 경제가 서로 디커플링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증시는 큰 변동성을 보이면서도 강한 상승 추세를 보이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재확산, 파산 및 매장 폐쇄의 증가, 실업률 급증 등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신호들을 계속해서 내보이고 있다.

헤지펀드 억만장자 리리온 쿠퍼맨은 CNN과의 인더뷰에서 "현재 시장은 분명 과대평가돼 있다"면서 "시장은 여러 가지를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시장은 중국과의 관계 악화, 정부 부채의 엄청난 증가 등 우리가 직면한 위험을 무시하거나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장의 위험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가 호황일 때 연방정부의 적자를 줄이기는 커녕 대규모 감세와 지출을 늘림으로써 부채를 더 쌓았다. 이로 인해 미국은 매우 힘든 재정 상태에서 코로나 위기를 맞게 됐다. 이제, 코로나의 충격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경기 부양을 서두르면서 미국 국가 부채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나는 현재 시장이 주목하지 않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바로 파티가 끝나면 누가 파티 비용을 물 것인가하는 문제입니다. 지금 미국의 적자 증가 속도는 경제 성장률을 훌쩍 뛰어넘고 있습니다. 그것은 국가 수입의 더 많은 부분을 부채 상환에 할애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것은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을 지연시킬 것입니다."

미국이 봉쇄를 해제하고 경제 재개를 위해 애쓰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가 경제와 시장에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과 다가오는 11월 대선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에 대해 시장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다는 신호도 있다. 이는 시장은 공화당 집권을 선호한다는 월가의 오랜 전통적 관행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중(對中) 관계도 무시

지난해 부유세와 관련해 당시 민주당 대선 주자였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논쟁을 벌였던 쿠퍼맨은 11월 민주당의 ‘싹쓸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의회와 백악관을 모두 장악하면 세금이 크게 늘어날 것이고, 이는 시장에 긍정적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쿠퍼맨은 "트럼프가 재선된다면 여러 면에서 시장에 더 나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하는 방식과 사람을 대하는 방식을 바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다시 출마해서도 안되고 출마해도 이길 수 없을 것입니다. 바이러스가 세상을 덮치기 전인 1월에 미국 경제는 사상 최고를 구가하며 실업률도 사상 최저를 기록했지요. 그 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 대화를 시작했고 이민 문제에 자신의 주장을 강력히 피력했습니다. 더러는 필요한 것이긴 했지만 그의 행동은 모욕적이고 불쾌했습니다.”

최근 CNN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 바이든이 전국적으로 55%로 앞서고 있다.

쿠퍼맨은 또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가 요동칠 때마다 시장이 얼마나 ‘변덕스럽게’ 반응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6개월 전만 해도 시장은 오직 미국과 중국과의 협상에 완전히 집착했지요. 중국에서 좋은 소식이 있으면 시장은 반등하고, 중국에서 나쁜 소식이 있으면 시장은 추락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중국으로부터 매우 부정적인 소식이 나오는데도 시장은 이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습니다."

부채 급증의 의미

그동안 코로나바이러스 위기에서 회복된 경제가 어떤 모양을 취할지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U자형이니, V자형이니, 심지어 나이키형, 더블딥 등 다양한 주장을 내놓았다.

쿠퍼맨은 경제 회복의 모양이 제곱근(루트) 모양처럼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교 때 배운 제곱근 표시는 급격히 하락했다가 반등하지만 앞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모양이지요.”

그는 “현재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이고 있는 것은 코로나바이러스 위기의 영향을 막기 위해 연방준비제도(연준)이 만든 ‘공짜 돈’을 반영하고 있지만, 그 모든 부채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딘 성장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큰 그림을 보면 시장이 펀더멘털보다 앞서 가고 있습니다. 나는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믿고, 바이러스 문제도 언젠가 해결할 것이라고 믿지만, 그 모든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현재의 평가는 너무 높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