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를 직접 방문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을 만난 회동을 두고 여러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만나기 힘든 두 총수의 만남인 만큼 재계는 양사의 협력에 있어 중대한 사안이 발표될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지난 5월 회동에서 그랬듯 이번 회동에서도 재계가 기대한 수준의 ‘어떤 것’은 발표되지 않았다.     

그래서, 결론이?

21일 오전 회동 후 현대자동차 측은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의 경영진들은 차세대 친환경차와 UAM(Urban Air Mobility, 도심항공 모빌리티), 로보틱스(robotics) 등 현대차그룹의 미래 성장 영역 제품과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관심 사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으며 양사 경영진은 연구개발 현장을 둘러본 후 자율주행차와 수소전기차를 시승했다”고 이날의 일정을 정리했다. 삼성전자에서는 이날 회동에 대한 공식입장을 별도로 밝히지는 않았다. 

▲ 출처= 삼성SDI

삼성SDI가 전기차 배터리, 현대자동차가 전기차·자율주행차 등을 개발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양 측의 협력이 가능한 분야는 거의 정해져 있다. 그렇기에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미국 테슬라社를 견제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등의 기대감이 반영된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밝혀진 내용에 근거하면, 이재용 부회장이 남양연구소를 찾아갔다는 것을 제외하면 지난 회동보다 내용 측면에서 진전된 것은 없었다. 

다양한 가설들 

이에 대해 재계와 배터리 업계에서는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첫 번째는 단순히 “협력을 논의했다”라는 결론을 낼 것이었다면 두 총수가 시간을 내 서로를 두 번이나 만날 이유는 없을 것이라는 관점에서, 지금은 차마 공개할 수 없는 ‘큰 거래’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여기에는 현대자동차가 삼성이 아닌 다른 기업들과 맺고 있는 관계들이 반영됐다.  

현재를 기준으로 현대자동차와 ‘차세대 모빌리티’ 관련 가장 많은 부분에서 협력하고 있는 기업은 삼성SDI의 경쟁사인 LG화학이다. LG화학은 지난 5월 현대·기아차가 2021년부터 양산(量産)에 들어가는 순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의 2차 공급사로 선정됐다. 이처럼 LG와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이미 구축한 현대차가 삼성과의 새로운 협력에 대한 내용을 현 시점에서 공개하는 것은 시기가 좋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정 수석부회장이 삼성, LG, SK의 총수들을 모두 만난 것은 3개 기업 중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을 선택하기 위함이며 삼성과의 이야기가 가장 진전이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런가하면 모두가 기대하는 삼성과 현대의 모빌리티 측면 협력은 사실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두 차례의 회동은 서울 삼성동에 건설될 예정인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의 부지에 삼성 사업장을 유치하거나 건물을 짓도록 하는 등의 ‘조건’을 논의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매우 희박한 가능성에 약간의 상상력이 덧대진 해석이기에 큰 공감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국내 재계순위 1, 2위를 다투며 전통적으로 관계가 썩 좋지는 않았던 삼성과 현대차 총수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아울러 이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넘어 함께 도약하기 위해 국내 대기업들이 연대를 시도하는 좋은 사례이기도 하다.

그러나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혹은 합의에 의해 삼성과 현대차가 의도적으로 밝히지 않은 두 차례 회동의 ‘결론’은 관련 업계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유발시키고 있다. 재계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두 기업의 협력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친환경 연료 그리고 차세대 모빌리티 분야는 거의 모든 글로벌 기업들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로, 국내 재계 1,2위 기업이자 해당 산업의 직접적 당사자인 삼성과 현대차 역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면서 “당장 두 차례 회동에서 어떠한 결론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해도 현재 삼성과 현대차의 상황을 감안하면 미래의 어느 시점에 두 기업은 필연적으로 협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멀지 않은 시기에 우리는 지난 회동의 결론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