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지금 살아가는 시대를 복잡성의 시대, 즉 V.U.C.A라고 한다. V.U.C.A란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약자로, 변동적이고 복잡하며 불확실하고 모호한 사회 환경을 뜻한다. 이 말이 나온 시점이 1990년대 초반이라고 하니 지금처럼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근거로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바이러스 없이도 우리 세상은 충분히 복잡했는데 거기에 바이러스까지 얹어진 상황이다. 설상가상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인가 보다.

사실 복잡성은 기존 매니지먼트 방식의 킬러다. 복잡성은 살아있고, 통제불가능하고 예기치 못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복합성과 달리 우리를 놀라게 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그렇게 보면 분명히 코로나19도 복잡성의 적합한 예다. 예기치 못했고, 예측이 어렵고, 상당히(아주 상당히) 놀랐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복잡성을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다시 '인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냥 인간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가진 인간' 말이다.

 

* 당신, 호모 사피엔스

착각하기 쉬운 것이 있는데, 인간의 창의력이 지극히 존중받는 시대가 지금이 처음은 아니다. 사실 산업혁명으로 대량생산의 시대에 접어들기 전까지 인간은 작은 시장(local markets)과 개별화된 생산방식(high customization)으로 오히려 개인의 창의력이 더 발산되었다. 각자가 가진 노하우와 고객별 특성을 감안하여 낮은 생산력이지만 물건 하나하나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쏟아부었던 시대였다. 이후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며 mass production의 시대가 도래했고 프레드릭 테일러의 관리방식이 도입되며 대규모 생산, 효율성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몇몇 소수 선지자의 창의력의 소산으로 거의 한세기가 채워졌고 효율적 생산을 위한다는 명목하에 노동자의 아이디어는 빛을 발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복잡해진 시장상황과 예측 불가능성의 증대, 개인 맞춤형 서비스 방식이 등장하며 복잡성이 더욱 증가하게 됨에 따라 다시 '지혜를 가진 인간', 즉 호모 사피엔스로서 인간의 가치를 재견하게 되었다. 지금 코로나로 인해 우리 일터에 대형 지각변동이 오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인간만이 가지는 아이디어와 지혜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이제 곧 다가올 가까운 미래, ‘지혜를 가진 인간’으로 평가받을 인재의 조건은 무엇일지 알아보자.

 

* 단기미래 예측 능력

무엇보다 본인의 업에서 단기미래 예측 능력을 가져야 한다. 6개월 ~ 1년 뒤의 미래를 예상할 수 있도록 현 시대의 흐름을 읽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인간이 무언가를 예측한다는 것에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과거의 유사사례를 분석하여 미래를 예상하는 것, 다른 또 하나는 고전과 심리를 독파하여 인간의 근원적 욕망에 근거해 미래를 그리는 것이다. 기존에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거나 MBA에서 배운 다양한 추론을 통해 미래를 예상하는 것이 이상적 형태라고 해왔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 그런 방법만으로는 미증유의 상황에 대한 대처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절감했다.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코로나 상황에서도 내가 하는 일에서 변하는 것(트렌드)과 변하지 않는 것(근원적 욕망)을 놓고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 로봇과의 공생력 (업무프로세스 인지력과 개선력)

로봇시스템은 당신의 일을 도와주기 위해 곧 다가올 것이다.(예를 들어, RPA의 시장규모는 연평균 32.2%의 성장률을 기록중이다) 당신이 하는 일중에 단순 반복적 업무, 물리적 힘을 요하거나 위험도가 높은 업무를 수년내 대체해 주니 고마운 일이다. 매번 지겨운 반복적 업무, 할 때마다 틀리는 숫자들을 생각하면 그 일을 틀리지 않고 순식간에 처리해 준다고 하니 고마울 따름이다. 하지만 왠지 모를 찜찜함이 남는다. 지금 내가 하는 일에서 저런 업무를 제외하고 나면 어떤 일이 남는가, 이제 나는 뭘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퍼뜩 든다. 부수적 관리업무에 쏟는 시간이 하루 평균 3.58시간으로 멕시코, 브라질에 이어 세계 3위이며, 2016년 세계로봇연맹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비율이 세계 1위라고 하니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하는 업무에 있어서 변화가 와야함은 쉽게 예견할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로봇을 우리의 도구로 삼을 수 있는 업무프로세스 인지력과 개선능력이다. 현재 업무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경우의 수를 그대로 둘 것이 아니라 카테고라이징 할 수 있어야 하고 상위단과 하위단을 구분해서 묶을 수 있어야 하며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로봇에게 업무를 부여하는 것은 그 이후 단계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을 인식하고 로봇화한 프로세스를 개선(업데이트)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여기까지가 로봇과의 공생력이다. 그리고 로봇이 도출한 여러 결과물을 융합하고 재처리하여 새로운 상품이나 개선방안을 도출하는 것은 인간만의 영역일 것이다.

 

* 인간과의 공감력 (고객경험 re-design 능력)

다시 한번 말하지만, 시대가 혼란스러울수록 더욱더 인간에 집중해야 한다. 근로주체로서 인간의 영역이 로봇에 의해 줄어든다 할지라도 경제주체, 소비주체로서 인간의 영역은 공고히 다져질 것이다. 생산(공급)-소비(수요)의 사이클은 무너져서는 안 될 경제의 기본 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소비행위는 인간의 욕망에서 기원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다시 말해 인간만이 가진 '공감력'을 활용하여 인간을 '이해'(comprehension)할 때 차별화된 소비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 미래학자인 최윤식 박사는 인공지능과 비교되는 인간만의 특징으로 '이해'를 들며 ‘인공지능이 이해력을 가지려면 수많은 알고리즘(정보 연결, 문제 해결절차)이 자동으로 연결된 하나의 거대하고 복잡한 네트워크 지식에 과거, 현재, 미래의 실체가 비판적 평가를 거쳐 연결(저장)된 인식상태에 이르러야 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당분간 인공지능이 인간 수준의 이해력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감력과 이해력은 고객의 pain point를 캐치할 수 있게 한다. 소비자들은 점점 더 개인화 될 것이고,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넘쳐나는 지금, 당신은 더 깊고 더 넓게 고객경험을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행동경제학 등을 통해 비합리적, 비이성적 선택을 하는 인간의 특징을 이해하고 디자인 씽킹을 통해 경험루트를 re-design하여 소비력을 높여야 한다. 앞으로 우리가 하는 일이 가치있는지 여부는 고객의 경험을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다.

19세기 프랑스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Gustave Flaubert)는 ‘생애에서 가장 빛나는 날은 성공한 날이 아니라 비탄과 절망 속에서 생과 한번 부딪쳐보겠다는 느낌이 솟아오른 때’라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앞에 큰 도전이 주어졌고 시계는 생각보다 빨리 돌아갈 것이다. 이제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