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희수 SPC그룹 전 부사장. 출처=SPC

[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허희수 전 SPC 부사장이 재조명되고 있다. 허 전 부사장이 ‘쉐이크쉑(Shake Shack) 버거’에 이어 미국 캘리포니아 명물 샌드위치 브랜드 ‘에그슬럿(Eggslut)’까지 국내 론칭에 일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서다. 경영에서 영구배제 된 차남의 복귀 신호탄이 켜진 것 아니냔 시선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SPC그룹은 SPC삼립을 통해 지난 10일 ‘에그슬럿’ 코엑스점을 열었다. 에그슬럿은 고급식당 셰프 출신인 앨빈 카일란(Alvin Cailan)과 그래픽 아티스트인 제프 베일스(Jeff Vales)가 푸드 트럭으로 시작한 에그 샌드위치 브랜드다. ‘슬로우 푸드’를 지향하는 에그슬럿은 관광객들 사이에서 꼭 방문해야 할 맛집으로 블루보틀, 인앤아웃버거와 함께 미국 LA 3대 명물로 꼽힌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일본, 쿠웨이트 등 4개국 8개 매장을 운영 중인 에그슬럿은 5번째 국가로 한국을 선택했고, SPC삼립은 제조설비와 원료를 미국 LA 본점에서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으로 구축했다.

현재까지 에그슬럿의 한국 상륙은 성공적이다. 오픈 첫주 주말에만 100여명 안팎의 고객들이 줄을 서 대기했고, 샌드위치 메뉴 기준으로 일평균 2000개 판매를 기록했다. 고객들은 오픈한지 약 1주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1시간 정도 줄을 서는 것을 알려졌다. SPC삼립은 5년 내 5개 에그슬럿 매장을 추가 오픈할 예정이고, 싱가포르 사업권도 가짐으로써 내년엔 싱가포르에 첫 매장 문도 열 계획이다.

SPC 쌍두마차...쉐이크쉑 버거·에그슬럿 ‘파인 캐주얼’ 확대

재계는 에그슬럿의 국내 상륙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에그슬럿 국내 론칭 뒷배경으로 허 전 부사장이 지목되고 있어서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 차남인 허 전 부사장은 과거 국내 파인 캐주얼 시장 포문을 연 SPC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 ‘쉐이크쉑 버거’를 들여온 주인공이기도 하다.

1978년생인 허 전 부사장은 허진수 SPC그룹 부사장과 연년생으로, 호주 유학 후 형보다 2년여 늦은 2007년 파리크라상 상무로 입사했다. 마케팅본부장, SPC그룹 전략기획실 미래사업부문장을 거쳤고, 2016년 ‘쉐이크쉑 버거’를 통해 주목받기 시작했다.

당시 허 부사장은 첫 번째 경영 시험무대로 여겨진 이 브랜드 론칭을 위해 미국 본사 회장을 찾아 설득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쉐이크쉑 버거’가 국내에서 대란을 낳을 만큼 큰 성공을 거두자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배경이 된다.

쉐이크쉑 버거는 ‘파인 캐주얼’이란 개념이 확산시키는 결과도 낳았다. ‘파인 캐주얼’이란 고급 외식업을 뜻하는 ‘파인 다이닝(Fine Dining)’과 사람들이 평소 편히 접할 수 있는 ‘패스트 캐주얼(Fast-casual)’를 합친 말이다. 허 전 부사장은 쉐이크쉑 버거 인기에 힘입어 외식업계 새로운 트렌드 ‘파인 캐주얼’ 시장 확대에 더욱 집중했다.

그러나 2018년 모든 상황이 변했다. 그해 8월 불미스러운 일로 그룹 내 모든 보직에서 물러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선의의 경쟁자로써 앞다퉜던 SPC그룹 잠재적 경영승계는 형인 허진수 부사장에게 무게추가 옮겨갔고, 허 회장이 지난 4월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인 SPC삼립 지분마저 장남에 증여하면서 허진수 부사장 중심으로 승계구도가 굳혀지는 모양새를 보였다.

▲ 대구 동성로에 오픈한 쉐이크쉑 13호점(왼), 스타필드 코엑스몰 밀레니엄 광장에 오픈한 에그슬럿 1호점(오). 출처=SPC그룹

쉐이크쉑 이어 공들인 ‘에그슬럿’...허희수 복귀 발판?

하지만, SPC그룹의 두 번째 ‘파인 캐주얼’ 작품인 ‘에그슬럿’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현재 미국을 비롯해 영국, 일본, 쿠웨이트 등 4개국 8개 매장을 운영 중인 에그슬럿이 5번째 국가로 한국을 선택한 배경으로 허희수 전 부사장이 거론되고 있어서다.

실제 허 전 부사장은 에그슬럿 한국 상륙을 위해 수년 전부터 직접 현지를 오가며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 전 부사장의 공로는 그룹에서조차 숨기지 않는 분위기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쉐이크쉑’에 이은 ‘에그슬럿’을 통해 SPC그룹의 신사업 ‘파인 캐주얼’을 이끌 핵심 적임자로 허 전 부사장을 꼽으며 복귀 발판을 마련한 것 아니냔 시선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허 부사장은 젊은 감각을 바탕으로 쉐이크쉑 버거의 성공신화를 써내려갔지만, 경영권에서 물러남으로써 SPC그룹 신사업 다각화 속도에도 제동이 걸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SPC그룹은 이 시선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허 전 부사장의 공로는 인정하지만 단순 도움을 주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SPC그룹 관계자는 “허 전 부사장은 당시 쉐이크쉑 버거에 이어 에그슬럿이 국내에 들여오는데 일조한 정도”라며 “경영 참여나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고, 복귀 여부에 대해서도 내부에서 전혀 논의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