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브뤼셀에서 18일(현지시간) 열린 유럽연합(EU)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과 EU 집행부가 경제회복을 위한 기금을 놓고 회의를 갖고 있다. 

[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19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사흘간의 긴 회의를 했음에도 불구, 결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회복기금에 대한 합의는 나오지 못했다.

이날 영국 가디언은 이같이 보도하며 "코로나19 정상회담으로 EU 정상들 사이에서 신뢰 부족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EU 정상들은 지난 17일부터 벨기에 브뤼셀에서 코로나19 확산 이후 첫 대면 정상회의를 열고 7500억유로(약 1032조원) 규모의 경제회복기금과 1조740억유로(약 1479조) 규모의 2021∼2027 EU 장기 예산안에 대한 협상을 진행했다. 애초 정상회의는 17~18일 이틀간 일정이었으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하루가 더 연장됐다.

경제회복기금은 EU의 행정부인 집행위원회가 신용융자 형태로 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려 코로나 19 피해가 큰 회원국에 지원하는 것이 골자이다. 집행위는 7500억 유로 중 5000억 유로는 보조금으로, 나머지는 대출로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앞서 EU 회원국들은 경제회복기금 규모와 보조금·대출 지원 형식과 조건 등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한 데 이어, 이날 사흘째 협상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먼저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등은 지원 방식이 보조금보다 대출금 형태가 돼야 하고, 기금 지원에는 노동시장, 경제 개혁 등의 조건이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네덜란드는 기금 지원 때 회원국들이 승인 과정에서 최종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스트리아는 기금 규모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헝가리는 기금 지원에 민주적 기준 준수 여부를 반영하는 데 반대하면서, 이러한 조건이 부과되면 경제회복기금 계획 전체를 거부하겠다고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폴란드와 슬로베니아 등 동유럽 일부 국가 또한 헝가리와 같은 뜻을 말하고 있어 상황은 한층 더 복잡해졌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샤를 미셸 EU 상임의장은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이날 밤 보조금 비중을 5000억유로에서 4000억유로로 줄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북부 유럽 국가들은 보조금은 최대 3500억유로까지만 수용할 수 있다며 이를 거부했다.

이에 가디언지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일부 지도자들 사이의 독한 불신이 노출됐다"며 "브뤼셀에서의 며칠 간의 나쁜 기운은 정치적 오명을 남길지도 모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