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작년에 저희 회사가 큰 위기를 겪고 나서 이제야 좀 상황이 나아져 가는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는 이제 명성관리를 해서 훼손된 명성을 다시 재건하자는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여러 아이디어들이 나오는 데요. 위기 이후 명성은 어떻게 다시 회복시킬 수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많은 기업들이 위기 이후 명성관리에 대한 고민을 합니다. 사업 연속성 차원에서 훼손된 명성을 보유한 채 아무렇지도 않게 이전과 같이 비즈니스를 영위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경영진은 종종 ‘우리 회사는 원래 그런 회사가 아니었다. 지난 위기 때문에 회사가 그런 식으로 비춰졌을 뿐이다. 실체를 똑바로 알리면 다시 명성이 재건될 것이다’는 확신을 가지기도 합니다.

그런 기업은 대부분 위기 이후까지도 내부에서 억울함이나 답답함을 토로합니다. 위기관리를 잘 못 해서 자사의 명성이 훼손된 경우라도, 실제로는 공중들이 인식하는 것 보다 훨씬 좋은 회사인데 실수도 하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에 명성에 금이 갔다고 보는 것이죠. 위기관리 실패를 위기의 핵심이라고 보는 셈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제대로 된 명성회복 활동이 실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완전하게 지난 위기 상황에 대한 내부 정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사가 경험한 위기관리 실패의 핵심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내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면 명성회복은 더욱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위기에 대하여 ‘우리가 운이 나빴다’ ‘참 억울했던 위기였다’ ‘우리는 희생양이었고 마녀 사냥의 대상이었을 뿐이다’는 식의 정의를 사후까지 가지고 있다면 정상적인 명성회복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위기관리의 실패나 실수에 대해서도 ‘그런 실수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준비가 안되어 있어서 그렇지, 준비만 되어 있었다면 제대로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누구라도 그런 경우에는 제대로 위기관리를 하지 못했을 것인다’는 식의 공감대가 내부에 존재한다면 명성회복은 정말 어렵습니다.

성공적인 명성회복이 기획되고 실행되려면 가장 먼저 지난 위기를 정확하게 복기하고 내부적으로 건강한 정의를 내려야 합니다. 그 위기가 정확하게 어떤 것이었다는 정의 내리기가 필요합니다. 그 정의가 내려져야만 기업 구성원들은 그 위기와 올바르게 마주하게 됩니다. 지난 위기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어야 명성회복의 핵심과 주제도 확정할 수 있습니다.

위기관리 과정에서의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면 그 원인 또한 정확하게 짚어 내야 합니다. 내부 정치적이거나 상호 관계에 의한 자의적 원인 규명이 아니라, 왜 지난 위기관리가 유효하지 못했는가에 대한 객관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합니다. 그래야 명성회복을 위한 실행 방식 결정도 가능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런 사후에 필요한 올바른 정의와 원인에 대한 규명 단계가 생략된 채 명성 회복에 나서는 경우입니다. 그런 경우 대부분 지난 위기의 핵심 주제는 외면한 채 ‘이미지’ 중심의 분 바르기가 시도됩니다. 공중이 왜 그런 인식을 가지게 되었는지 보다는 앞으로 어떤 이미지로 비춰져야 할지를 더 고민합니다. 이후 공감대가 생략된 채 다양한 창조성이 실행과 연결됩니다. 이는 마치 중병을 앓고 난 환자가 그 병의 원인을 찾아 완전 치유하려는 노력은 생략 한 채 다시 화장을 하고 새롭게 멋진 옷을 걸치려 하는 모양새와 같습니다. 일의 순서를 생략하면 다시 문제가 돌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