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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사건] ‘강남 1970’, 그린벨트 해제로 50년 만에 재현되나?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17일 서울 개발제한구역(이하 그린벨트) 해제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였다. 이는 “그린벨트는 무조건 지키겠다.”는 서울시와 국토교통부의 입장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그 동안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해 온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갑작스러운 공백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 정책실장이 내세운 명분은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동, 수서 등을 아우른 강남권 개발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기는 하나, 현 시점에서 그린벨트부터 해제하는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있다.

- 그린벨트 해제에는 충분한 명분과 당위성이 필요해

그린벨트 존립의 법적 근거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제38조),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따른 특별조치법(제3조)이다. 이에 따르면 그린벨트의 목적은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고 도시 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전하여 도시민의 건전한 생활환경을 확보’하는 데 있다. 비록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1년 이 제도를 도입할 당시만 하더라도 재산권 침해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어쨌든 현재는 ‘친환경 생태도시’가 전 세계 도시들이 지향하는 트렌드로 자리매김함에 따라 오히려 시대를 앞서가는 제도라는 평을 들을 정도다. 즉, 지난 50년 간 서울이 고도로 성장하는 동안에도 해제하지 않고 오롯이 지켜온 그린벨트제도는 도입 당시보다 지금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그린벨트 해제는 즉흥적인 정책적 판단이 아닌 다른 대안을 모색한 후 불가피한 경우에만 선택해야 할 국토개발의 마지막 보루인 셈이다.

- 재건축·재개발 인허가조건 완화와 용적률 상향은 공급 측면에서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어

만약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그린벨트 지역을 해제하겠다면, 그 이전에 재건축·재개발 인허가조건을 완화하는 한편 법 개정을 통해 용적률을 높이는 방안을 먼저 고려해 볼 수 있다. 용적률이란 대지면적에 대한 연면적의 비율을 말하는 것으로 용적률이 높으면 높을수록 더 높은 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어 재건축·재개발에 따른 수익률 역시 높아지게 된다. 현행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 상 주거지역의 용적률은 최대 500%까지 설정이 가능한 것으로 되어 있으나(제78조 제1항 제1호 가목), 시행령에서는 제1종 전용주거지역은 100% 이하, 제2종 전용주거지역은 150% 이하, 제1종 일반주거지역은 200% 이하, 제3종 일반주거지역은 300% 이하로 제한을 두고 있다. 이는 용적률을 최소 1,000%에서 3,000%이상까지도 높이고 있는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로 이는 결과적으로 우리나라가 주거지역에 대한 재건축·재개발에 있어 국토를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설상가상으로 박원순 서울시장 재임시절 위헌논란이 불거질 만큼 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을 극도로 제한한 결과 현재 시장에 나온 아파트 공급 물량 자체가 크게 부족하다는 측면에서 보궐선거를 통해 새로운 서울시장이 당선된다면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서울시의 태도 변화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서울 도심, 특히 강남권역 아파트를 소유하고자 하는 시장의 수요를 좇아 재건축·재개발을 늘리고 용적률을 높이는 것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수요를 충족시키되, 그린벨트는 그대로 보전하여 미래세대의 자산으로 남겨두는 한편 강남권의 비정상적인 권역 확대도 막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방안인 것이다.

▲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이 7월 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지방 거점도시 개발로 2020년 판 ‘이촌향도’현상을 얼마나 완화시킬 수 있을지도 관건

또 한편으로는 수도권으로 몰려드는 인구수를 줄여 서울·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수요를 얼마 만큼 감소시킬 수 있는가도 서울·수도권 집값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요’측면에서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통계청이 지난 29일 발표한 ‘최근 20년간 수도권 인구이동과 향후 인구전망’에 따르면 2020. 7. 1. 기준 수도권 인구는 2,596만 명, 비수도권 인구는 2,582만 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수도권 인구수가 비수도권 인구수를 넘어서는 현상을 보였다. 물론 잘 알려진 대로 올해를 기점으로 우리나라 인구수는 사망자 숫자가 출생자 숫자를 넘어서는 ‘데드크로스’를 맞이하여 수도권 인구수와 비수도권 인구수를 합산한 전체 대한민국 전체인구수는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2020년판 이촌향도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어서 수도권 인구수가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되는 2037년까지 서울·수도권 지역 아파트 수요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결국 정부, 서울시와 수도권이 아무리 아파트 공급을 늘려도 수도권으로 몰려드는 현상을 제어하지 못하면 아파트 공급을 위한 노력은 그 만큼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당 통계청 자료를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에 따르면 지난 20년 간 서울·수도권 인구 유입을 주도한 것은 10대와 20대였고, 전입한 사유는 직업, 교육이 가장 많았다. 한편 수도권 이동자 중 1인 이동의 비중 역시 계속적으로 증가하여 수도권 내 ‘1인 이동’의 비중은 2001년 25%에서 2019년 43.3%로 늘었다. 이를 분석해 보자면 서울·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입을 유발한 것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산업, 일자리, 교육 격차였고, 국가에서 이에 대한 마땅한 격차 완화, 균형발전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자 10대 ~ 20대를 이루는 청소년·청년들이 부모와 떨어져 고향을 떠나 상경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가 채택을 고려중이라는 그린벨트 해제 방안에는 여전히 이 같은 수요 감소 측면에서의 고려가 빠져 있고, 재개발·재건축은 땀이 아닌 땅으로 돈을 벌려는 사람들의 불로소득 사업으로 보일 뿐이다. 관점을 달리하여 재건축·재개발을 완화하고 용적률을 높여 사업의 수익성을 최대한 높이되,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의 상당 부분을 국가가 환수하여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지역개발 사업의 재원으로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 부동산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존중하면서도 근본적인 문제점을 찾아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20.07.20  07:5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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