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곽예지 기자] 19일 현대경제연구원은 ‘불확실성이 설비투자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설비투자 구조적 부진 우려, 최근 설비투자 여건의 구조적 특징, 설비투자 결정요인 등 3가지를 분석했다.

설비투자 구조적 부진 우려
▲ 출처=현대경제연구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근 10년간 설비투자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성장 잠재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확대됐다.

과거 고도성장기 설비투자 증가세는 경제성장률 상회함에 따라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됐다.

1990년대 초 국내 설비투자 증감률은 연평균 13.5%를 기록하는 등 경제성장률을 큰 폭으로 상회했다.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하면서 설비투자는 크게 위축되는 듯하였으나 이후 조정과정을 거치면서 경제성장률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한국은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경제 규모 대비 설비투자 비중이 가장 높은 수준이며, 최근 10년간 연평균 비중 감소 폭 역시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됐다.

G7 국가 가운데 2010~2014년 대비 2015~2019년 연평균 GDP 대비 설비투자 비중 감소 국가는 한국(9.2%→8.8%), 캐나다(4.6%→4.2%), 미국(6.8%→6.7%) 등으로 나타났다.

동기간 영국(3.4%→3.9%)의 설비투자 비중 증가가 가장 컸으며, 이탈리아(6.2%→6.5%), 일본(7.7%→8.0%), 프랑스(4.8%→5.0%), 독일(6.9%→6.9%) 순으로 이어졌다.  

▲ 출처=현대경제연구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국의 설비투자는 주요국 대비 양호한 편에 속하지만, 자본재수입액 및 국내기계수주액 등 선행지표 개선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설비투자는 지난 2018년 이후 부진세를 보였으나 최근 증가세로 전환되는 추세다.

G7 주요국의 전년동기대비 설비투자 증감률은 지난해 4분기 –0.6%, 올 1분기 –8.8%를 기록함에따라 감소세로 전환됐으며, 올 1분기 코로나19의 사태로 감소 폭은 확대됐다.

한국은 지난해 감소세를 지속 후 4분기 0.3%를 기록했으나, 올 1분기 9.9% 플러스 성장으로 반등한 결과를 보였다.

다만, 최근 설비투자 선행지표인 자본재수입액과 국내기계수주액 등은 개선세가 아직 미약한 수준에 머무른다.

설비투자 선행지수 지표인 자본재수입액은 지난 2월부터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 6월에는 전년동기대비 23.0%으로 확대됐다.

국내기계수주액은 지난 4월부터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5월은 감소세를 기록했다.

최근 설비투자 여건의 구조적 특징
▲ 출처=현대경제연구원

최근 미·중 무역분쟁, 코로나19 사태 등의 영향으로 대내외 경기가 둔화되며 기업 투자심리는 크게 위축되는 추세다.

글로벌 산업생산 및 상품 수출 증감률 또한 지난 2018년 하반기 이후 둔화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2018년 하반기 이후 미·중 무역분쟁 격화, 보호무역주의 확대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경기는 부진 국면으로 진입

지난 3월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글로벌 전역으로 확산됨에 따라 글로벌 산업생산 및 상품 수출은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이상의 실물경제 충격을 경험 중에 있다.

글로벌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 VIX 지수 등 대내외 불확실성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들은 코로나19 충격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근 글로벌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2년 유럽재정위기, 2016년 중국 금융불안, 브렉시트 시점 대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변동성지수로 활용되는 VIX(Volatility Index)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코로나19 충격으로 최근 단기 변동성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 출처=현대경제연구원

주력 산업 중 하나인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은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 뿐 아니라 설비투자 규모도 가장 큰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주력 산업 중 ICT 산업이 설비투자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주력 제조업 총설비투자 가운데 전자전기 업종의 설비투자 비중은 2005년 48.0%에서 2009년 30.8%까지 축소됐다.

이후 전자전기 기업들의 공격적인 생산능력 확충 영향으로 2010년 46.6%까지 증가했으며, 2018년에는 51.5%까지 큰 폭으로 확대됐다.

석유화학, 운송장비 업종의 경우 2018년 각각 15.6%, 13.4%의 설비투자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전자전기 업종의 약 1/3에 불과하다.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ICT 산업 비중은 2017년 기준 8.4%로 전체 평가 대상국 34개국 중 3위 수준으로 평가됐다.

한국의 ICT 산업 부가가치 비중은 G7 주요국 대비 최상위권 수준에 달하며, 일본은 5.7%, 미국은 5.0% 등의 수준으로 나타났다.

▲ 출처=현대경제연구원

고정자본의 한계생산이 지속 감소하는 등 투자의 효율성은 저하되고 있으며, 자본재 수입 역시 크게 확대되고 있다.

국내 경제는 주력 산업이 성숙기에 진입하고, 자본의 축적도가 높아짐에 따라 투자에 대한 효율성이 감소 추세

건물, 기계, 설계 등 고정자본스톡은 2005년 4조 원 수준에서 2018년 7조 원 규모까지 약 1.7배 확대됐다.

반면 투자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한계생산은 동기간 0.123에서 0.114까지 하락했다. 이는 자본재 등 기계류 수입 확대는 국내 투자 수요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보인다.

자본재 수입이 증가함에 따라 설비투자 비중이 높은 기계류를 중심으로 수입 확대가 계속됐다.

기계류 수입이 증가함에 따라 국내 투자 수요가 제약됐으며, 특히 기계류 내수출하는 크게 확대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 출처=현대경제연구원

제조업을 비롯한 국내 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이 크게 개선되지 못해, 이는 기업소득 감소로 이어져 투자 여력을 축소시킬 가능성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 등의 매출액 및 영업이익률 모두 지난해 이후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의 성장성을 나타내는 전산업과 제조업의 매출액증감률은 2017년 3분기 전년동기대비 각각 13.8%, 15.9%이었으나, 올 1분기 모두 –1.9%으로 큰 폭 하락했다.

특히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영업이익률은 제조업 부문이 2017년 1분기 8.5%에서 2020년 1분기 3.5%까지 하락했다.

영업활동을 통한 창출한 수익으로 금융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역량을 평가하는 부실기업 비중은 최근 지속 증가하고 있다.

이자비용 대비 영업이익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부실기업은 2017년 28.3%에서 34.1%까지 확대됐다.

특히 이자보상비율이 0% 미만으로 영업적자인 기업 비중은 동기간 19.6%에서 23.4%까지 약 3.8%포인트 증가했다.

▲ 출처=현대경제연구원

국내 시장의 경제적 규제환경은 주요 경쟁국들과 비교했을 때 규제수준이 높으며, OECD, G7 등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했을 때 국내 시장규제 정도는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OECD 상품시장규제지수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의 시장규제 정도는 OECD 평균인 1.40포인트를 상회하면서 36개국 중 4번째로 규제 정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G7 주요국 가운데 한국보다 시장규제가 높은 국가는 캐나다 뿐이었으며, 영국은 시장규제가 가장 낮은 국가로 평가됐다.

특히 평가 부문 중 시장 진입장벽에 대한 규제 강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시장 진입장벽 분야 중 서비스 및 네트워크 부문과 무역 및 투자 부문 평가는 전체 36개국 가운데 2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는 서비스 및 네트워크 산업과 외국인 투자에 대한 차별 등을 포함하는 항목으로 구성됐으며, 특히 기업활동 개입 항목 역시 주요 경쟁국들과 비교하여 규제가 높은 수준에 달한다.

▲ 출처=현대경제연구원

국내 제조기업들의 글로벌화 전략, 해외시장 개척 등의 영향으로 투자자본의 순유출이 지속되고 있으며, 해외매출 비중 또한 확대되는 추세다.

기업들은 2005년 이후 해외시장 진출, 생산비용 절감 등을 목적으로 해외직접투자를 확대에 나섰다.

제조업 부문의 해외직접투자(신고액 기준)는 2000년 약 19억 달러였으나 2005년 이후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 2019년 약 192억 달러로 10배 이상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외국인 직접투자(신고액 기준)는 동기간 1.2배 수준 증가했지만 투자자본 순유출 규모는 2019년 110억 달러까지 증가했다.

아울러 제조업 부문의 해외시장 매출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3.9% 수준이었던 해외시장 매출 비중은 2016년 18.4%까지 4.5%포인트 이상 증가했지만, 국내 제조업의 평균가동률은 2011년 80.5%에서 2019년 73.2%으로 하락했다.

설비투자 결정요인 분석
▲ 출처=현대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은 설비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요인을 분석하기 위해 수요 및 비용 측면과 구조적 요인으로 구분해 분석했다.

설비투자의 수요 및 비용 변수와 구조적 요인이 설비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하기 위해 7변수 VAR(Vector Autoregressive Model)를 구축했다.

VAR 모형에 국민계정 설비투자, 실질 국내총생산(GDP), 실질실효환율, 회사채(장외3년, AA- 등급) 금리,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보통신산업 비중, 투자자본 순유출(해외직접투자-외국인 직접투자), 불확실성 대리변수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포함해 활용했다.

설비투자는 설비투자 디플레이터, 회사채 금리는 소비자물가상승률, 해외직접투자와 외국인 직접투자는 각각 세계수입물가지수, GDP 디플레이터를 활용하여 실질화했다.

기업경기실사지수(BSI), 회사채 금리,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보통신산업 비중을 제외한 모든 변수에 로그 차분 값을 적용해 안정적 시계열로 변환했으며, 분석 기간은 2005년 1분기부터 2019년 4분기까지다.

그 결과 불확실성 대리변수인 기업경기실사지수(BSI) 1포인트 상승 시(개선) 설비투자 증가율은 0.38%포인트 상승했다.

수요 및 비용 요인인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상승(가치상승)할 경우 설비투자 증가율은 각각 0.5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보통신산업의 비중이 1%포인트 상승할 시 설비투자 증가율은 0.26%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실질금리와 투자자본 순유출 변수의 경우 설비투자 증가율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경제연구원 박용정 선임연구원은 “대내외 경기둔화와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따른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선제적 정책 대응 노력과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으로 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 회복의 기반확보와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해 민간부문의 투자 활력과 내·외수 창출력 제고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업은 향후 경기 회복에 대비한 선제적인 투자 확대와 더불어 신성장동력 발굴 등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경쟁력 강화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